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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리우드, 홍콩을 파괴되는 도시로 그리는 숨은 이유
  • 위클리홍콩 기자
  • 등록 2013-09-06 15:1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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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474호, 9월6일
작년에 유리조각들과 유산탄이 폭포처럼 쏟아져 내려 홍콩의 랜드마크 건물인 중국은행타워를 산산조각냈다. 올 여름에는 어마어마한 바다 괴물이 도시를 난장판으로 만들고 있다. 미처 복구할 사이도 없이 내년에는 무지막지한 로봇이 홍콩을 무참히 때려부수고 파괴할 참이니 각오 단단히 하시라.

그러나 이번 주의 태풍예보를 제외하고는 위 상황이 단지 할리우드 영화의 장면들이라니 얼마나 다행인 일인가. 최근, 트랜스포머4, 퍼시픽림, 배틀쉽과 같은 영화에서 연달아 아수라장이 되는 홍콩을 보면서 이런 생각을 하지 않을 수가 없다. 대체 홍콩이 무슨 짓을 했길래 할리우드 감독들의 눈엣가시가 됐을까?

영화 ‘고질라’에서는 고질라가 2차 세계대전 이후 도쿄 시내를 무참히 파괴하는 장면이 등장하는데 이는 일본 핵 야망의 어두운 단면을 반영한 작품으로 평가받고 있다.

하지만 최근 영화에 등장하는 홍콩 파괴는 이런 과거의 상처와 같은 심오한 의미는 전혀 없다. 홍콩을 때려부수는 것은 단순한 돈벌이수단일 뿐이다.

이런 선례는 중국에서 찾아볼 수 있다. 중국은 미국 영화산업의 ‘큰 손’으로 등극했다. 작년에는 27억1,000만 달러의 매출을 기록하면서 박스오피스 기준으로 세계 제2위의 영화시장으로 떠올랐다. 중국에 유입되는 외산 영화가 34편으로 제한되 있음에도 불구하고 미국 영화가 약 절반을 차지하고 있다. 2012년 전체 상영작의 44%는 액션영화가 차지했다.

이런 상황에서 할리우드는 여름용 블록버스터 영화에 중국적인 요소를 가미해서 중국 관람객들의 환심을 사려고 애쓰고 있다. 그러나 그러기 위해서는 중국의 엄격한 검열을 통과해야 한다. 중국은 과도한 폭력장면이 중국 공산당에 대한 국민들의 불신을 야기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중국 영화컨설턴트인 로버트 케인은 다음과 같이 지적했다. “때려부수거나 아수라장을 만드는 장면을 원한다면 항상 정중하게(또는 무례하게) 이런 말을 듣게 될 것이다. “그런건 마카오나 홍콩에서 해라.” 중국은 완벽한 공산주의 유토피아니까 그런일은 일어나지 않는다면서.

올 6월에는 중국에서 촬영되는 트랜스포머4에 새둥지올림픽경기장과 국립수상경기센터와 같은 베이징의 랜드마크 건물이 파괴되는 장면이 나온다는 괴담이 온라인상에 떠돌았다. 이로 인한 막대한 피해(금전적)를 막기 위해 영화제작자들은 재빠르게 신화통신에 그런 일은 없을 거라고 언급하면서 진화에 나섰다.

트랜스포머 제작팀으로써는 정말 가슴졸이는 일이다. 라디오, 영화, TV를 검열하는 중국 당국(Sarft:국가 라디오 영화 TV 총 담당국)은 외산영화의 내용뿐만 아니라 영화개봉일과 광고까지 좌지우지한다. 따라서, 당국의 미움을 사게 되면 막대한 댓가를 치루게 된다.

일례로, 2007년 개봉한 ‘미이라3: 황제의 무덤’의 감독은 뉴욕타임즈와 했던 인터뷰에서 검열 당국이 “백인들이 중국을 구한다”는 내용이 맘에 들지 않는다고 꼬투리를 잡으면서 개봉일을 늦출 수 밖에 없었다고 언급한 바 있다. 이런 식으로 개봉일이 연기되면 불법판매자들은 이미 개봉한 다른 나라에서 해적판을 입수해서 판매하기 때문에 매출에 상당한 타격을 입히게 된다. 중국에서 최초로 촬영된 제임스 본드 영화인 ‘스카이폴’은 프랑스 암살범이 상하이 보안요원을 살해하는 장면을 삭제할 때까지 개봉을 늦춰야만 했었다.

이런 엄격한 검열로 인해 중국 도시들은 최근 헐리우드 영화 속에서 홍콩, 모스크바, 뉴욕 등이 경험한 엄청난 스케일의 아수라장을 피할 수 있었다(극히 이례적인 영화로, 난징대학살을 그린 장예모 감독의 2011년 작, ‘진링의 13소녀’에서는 중국도시가 파괴되는 장면이 등장한다).

물론, 1998년 개봉된 ‘아마겟돈’과 2007년 작품 ‘판타스틱4: 실버서퍼의 위협’에서 상하이가 파괴되는 장면이 등장하기는 한다. 그러나 엄밀히 말해서 이 두 작품은 처음에는 검열을 통과하지는 못했다. 따라서, 영화제작자들은 흥행을 위해 기꺼이 이 장면들을 포기했다.

국제적이고 인지도가 있으며 다수의(전부는 아니지만)중국인들로 구성된 홍콩은 중국의 검열을 비껴가면서 중국에서 한몫 챙기고픈 할리우드 영화제작업체들에게는 만만한 샌드백이 되고 있다. 붐비는 항구와 촘촘한 건물숲으로 이뤄진 이 도시는 매력적이면서도 검열로부터는 자유로운 타깃이 되고 있는 것이다.

할리우드 영화의 무자비한 홍콩 파괴에 대해 중국이 무심한 태도를 취하는 것은 홍콩 주민들에게는 의문점으로 남을 수도 있다. 중국이야말로 지속적으로 본토가 홍콩을 수호해 줄 것이라고 떠들지 않았는가? 중국 문화부가 영화속에서 단 한명의 상하이 보안요원이 인구 7백만 명으로 이뤄진 홍콩보다 중요하다고 하는 상황에서 중국은 과연 홍콩과의 관계의 본질에 대해 어떤 말을 할 것인가?

다른 한편으로 보자면, 홍콩인들은 자신들의 도시가 산산조각이 나는 광경을 쳐다보기가 힘들긴 하겠지만 또한 표현의 자유를 인정하는 문화에 자부심을 가지고 영화속에서 무참한 공격을 견뎌내는 도시의 모습만으로도 자신감을 가질 가격이 충분하다. 밀튼 프리드먼은 홍콩을 자신의 다큐멘터리 시리즈 ‘선택할 자유’의 첫 장소로 택한 바 있다. 그렇다면 액션영화는 홍콩을 ‘때려부술 자유’를 주는 곳으로 명명해야 할 것이다.

<출처 : 월스트리트저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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