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보르도 지역 5대 '샤토'중 하나인 '샤토 라피트 로쉴드'의 최고급 와인 300병이 5일 홍콩 크리스티경매에서 4200만 홍콩달러(57억6000만 원)에 낙찰됐다. 다양한 빈티지(1981~2005년)로 구성된 '샤토 라피트 로쉴드' 패키지 경매가로는 신기록이다. 이날 만다린오리엔탈호텔에서는 1947년 빈티지 '샤토 페트뤼스' 경매가 열렸다. 입찰자들은 고급 샴페인인 '모에샹동'을 즐기며 한 병당 35만 홍콩달러(4700만 원)에 팔리는 경매 과정을 즐겼다.
◆희귀 와인의 중심지 홍콩블룸버그통신은 "크리스티가 이날 홍콩 경매에서 선보인 와인 매물 547건 중 96%가 새 주인을 찾았다"며 "중국인 투자자들은 홍콩을 통해 최고급 와인을 매집한 뒤 지하 저장고에 쌓아놓고 있다"고 보도했다. 아이리시타임스도 "홍콩에서 로마네콩티나 샤토 라피트 로쉴드 같은 희귀 와인이 거래되는 양은 뉴욕과 런던에서 매매되는 것을 합한 것보다 더 많다"며 "병당 16만2000유로(2억4500만 원)를 호가하는 1869년산 샤토 라피트 등 최고급 와인은 유럽보다 홍콩에 더 많이 보관돼 있다"고 설명했다.
희귀 와인 거래가 많다보니 진귀한 기록도 쏟아지고 있다. 작년 SK네트웍스가 보르도 와인 500박스(약 6000병)를 출품,경매 시작 1시간30분 만에 7900만 홍콩달러(113억 원)어치를 팔아치우기도 했다.
홍콩 일반인 사이에서도 250홍콩달러이상 고가 와인 거래가 주종을 이루고 있다. 1만2000홍콩달러 이상 럭셔리 와인 수요도 적지 않다. 뇌물이나 사업용 고급 와인 수요가 많고 특히 중국인이 선호하는 숫자인 '8'이 들어간 와인은 내놓는 대로 팔리고 있다.
홍콩이 이처럼 고급 와인 거래의 글로벌 중심지로 거듭난 것은 2008년부터다. 당시 와인에 부과하던 40% 주류세를 전면 폐지한 후 와인 수입이 급증했다. 중국 본토에서 와인에 45% 주세를 유지한 상황에서 홍콩의 와인 경쟁력이 커진 것이다. 여기에 글로벌 금융위기로 뉴욕과 런던 와인 경매가 위축된 반면 고속성장을 거듭한 중국 경제를 배경으로 중국인 '큰손'이 고급 와인 구매에 앞장서면서 와인 시장에서 홍콩의 위상이 급등했다.
◆글로벌'와인 수도'까지 노려홍콩은 조만간 영국 런던을 제치고 세계 최대 규모 와인이 거래되는 미국 뉴욕까지 넘볼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이라는 거대 시장을 배후에 두고 고급 와인뿐 아니라 일반 와인까지 블랙홀처럼 빨아들이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홍콩에서 수입한 와인의 80%는 중국으로 수출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2008년 28억5900만 홍콩달러에 불과했던 홍콩의 와인 수입 규모는 매년 40~80%씩 급성장해 올해는 100억 홍콩달러(1조4800억 원)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와인 관련 산업 육성을 위한 정부 차원의 지원도 활발하다. 지난해 홍콩 와인엑스포에는 30개 국에서 700여 개 와인 업체가 참석했고, 11만 명이 넘는 인파가 운집했다. 홍콩 정부는 내년에도 와인엑스포를 개최할 계획이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홍콩의 와인 행보에 대해 "홍콩이 글로벌 와인 소비의 킹콩이 되고 있다"고 평했다.
ⓒ 위클리 홍콩(http://www.weeklyhk.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위클리홍콩의 모든 콘텐츠(기사 등)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