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中 긴축 돌입으로 투자 가치 감소… 자본 유출 리스크 높아
홍콩의 자산시장이 고점을 지나 곧 '거품'이 붕괴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홍콩은 미국 정부의 경기부양을 위한 유동성 공급 및 약달러에 자금이 대거 유입돼 부동산값이 급등하는 등 자산거품이 발생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파이낸셜뉴스가 마켓워치의 24일자 뉴스를 인용해 보도한 바에 따르면, 다이와캐피털 이코노미스트 케빈 라이는 미국과 중국의 물가상승 우려 확산으로 홍콩에서 급격한 자본유출이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홍콩 자산시장이 이미 절정을 넘어섰다"면서 "어떤 호재도 찾아볼 수 없다"고 강조했다.
홍콩은 그동안 미국의 저금리 정책의 최대 수혜자였다. 미국에서 낮은 금리로 달러를 빌려 홍콩 자산에 투자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됐기 때문이다. 특히 홍콩달러가 미국달러에 연동된 데다 홍콩의 경기순환이 중국과 일치한다는 점에서 홍콩시장은 매력적으로 비춰졌다.
그 결과 홍콩으로 투자자금이 급격히 밀려들었다. 다이와캐피털에 따르면 지난 2009년 9월 이후 홍콩의 본원통화는 세 배 가량 증가했으며 금융위기 이후 홍콩 금융시장으로 들어온 해외자본은 1120억 달러에 달한다.
투자자금이 대거 유입되자 금리가 떨어지면서 대출이 급증했다. 지난해 홍콩의 신규대출은 9400억 홍콩달러(약 130조9000억 원)로 전년대비 29% 증가했으며 주택담보(모기지)대출 역시 19% 늘었다. 저금리로 대출한 자금이 부동산 시장으로 유입되면서 홍콩 부동산의 거품론이 제기됐다. 홍콩 부동산 가격은 지난 2009년과 지난해에 각각 30%, 24% 급상승했다.
문제는 이 같은 흐름이 경기 회복기에는 자산가격을 급속도로 끌어올리지만 경기 침체기에는 자산시장의 폭락을 야기할 수 있다는 점이다.
홍콩경제가 향후 2개 분기 안에 하락세로 돌아설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가 현실화되고 있다. 금융위기 이후 경기부양책을 고수했던 국가들이 인플레이션 해소를 위해 출구전략을 취했거나 이를 검토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도 오는 6월 추가 양적완화를 종료한 이후 3차 양적완화에 나설 가능성은 낮은 상태다.
FRB가 양적완화를 재개한다고 해도 전처럼 홍콩으로 자금이 유입되기는 어려워 보인다고 다이와는 지적했다. 올해 홍콩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약 3%로 둔화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이미 오를대로 오른 자산가격과 계속 상승하고 있는 자금비용을 고려할 때 3%의 성장속도는 매우 느린 것이다.
이처럼 홍콩의 경기순환이 하락세로 바뀔 경우 막대한 자금을 투자했던 캐리 트레이더들은 자금을 철수하게 된다. 라이 이코노미스트는 이럴 경우 홍콩 전체 본원통화 가운데 3분의 2가 줄어들 것이라고 경고했다.
홍콩 당국 역시 이 같은 상황이 벌어질까 우려하고 있다. 지난 11일 홍콩금융관리국(HKMA)은 홍콩의 빠른 대출 증가세가 지속 불가능하다고 경고했다. 특히 지방은행들의 예대율(예금 잔액에 대한 대출금 잔액 비율) 악화를 우려했다. 해외자본이 유출될 경우 예금이 급격히 줄어 예대율 상승이 불가피하다.
한편 라이 이코노미스트는 중국 당국이 선제적으로 긴축 사이클에 돌입했으며 경기침체를 막기 위한 더 많은 정책수단을 보유하고 있다는 이유로 홍콩보다는 중국이 투자가치가 더 큰 것으로 분석했다.
ⓒ 위클리 홍콩(http://www.weeklyhk.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위클리홍콩의 모든 콘텐츠(기사 등)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