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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쓰레기 한국어' 출간 "충격"
  • 위클리홍콩 기자
  • 등록 2011-02-10 13:12:20
  • 수정 2011-02-10 13:2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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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352호, 2월11일
'뻥까네', '짱나' 등 망라, 한글한류 오염 우려

▲ 중국에서 출판된
▲ 중국에서 출판된 '한국어유행구어집' 표지.
 만약 당신이 중국 여행지에 도착했을 때 중국인 가이드로부터 "손님, 생까지 마세요"라는 말을 들었다면 어떤 기분일까.

'겁대가리를 상실하다', '말하는 싸가지 하고는', '짱나', '뻥까네'와 같은 속어, 비어, 유행어들만을 총 망라한 '한국어 유행어 모음집'(韓國語流行口語寶典)이라는 책이 최근 중국에서 발간됐다. 이 책은 베이징과 상하이 등 한국어를 배우는 중국 젊은이들에게 꽤 인기가 있다고 상하이저널이 6일 전했다.

이 책은 베이징의 외국어교학연구출판사에서 2008년에 발행해 최근 서점가에서 팔리기 시작했다. 문제는 이 책이 중국 내 한국어학원 등에서 교재로 채택되기도 하고 한국어 전공자들에게 필독서처럼 퍼져나가고 있다는 점이다.

이 교재에는 '겁대가리'라던가 '돌대가리', '닭대가리'와 같은 저속한 언어들이 모두 등장한다. 교양있는 한국인들이 쓰지 않는 말들을 모두 모은 셈이다. 거기에 '생까다'(无視, 置之不理), '뻥까네'(吹捧)와 같은 속어들이 자세하게 중국어로 설명돼 있다. '짱나'나 '눈 삐었냐?', '총 맞았냐?'와 같이 한국어 유행어로 소개된 언어들을 집대성해 거의 '한국어 쓰레기말 사전'에 가깝다.

더욱 황당한 점은 대화 예문에서도 주제를 벗어나 교양 없는 말이나 욕설에 가까운 언어를 거침없이 표현했다는 것이다. 이를테면 "왜 그렇게 화났니?"라는 질문에 대한 대답으로 "저 자식이 생까잖아"라고 한다. 예문에서 '놈', '대가리', '처먹다'와 같은 말이 마치 정상적인 대화문처럼 서술되고 있다. 이 책 출판의 진정한 의도를 의심케 하는 대목이기도 하다.

이 책은 한국의 유행어를 중국어로 번역해 전달하는 데 급급하다 보니 학습자들은 그 말에 담긴 진정한 감성적 의미와 문화적 수준까지 감지하기는 어렵다. 따라서 중국인들은 이 책을 통해 속어와 비어들이 한국 내에서 정상적으로 사용되는 언어로 받아들이기 쉽다.

물론 이 책의 발간 취지는 한국의 유행어를 통해 소통을 원활히 하자는 데 있다. 이를테면 러브샷, 흑기사, 벌주, 안주발, 화장발, 숏다리 등등 한국 구어들을 중국어로 설명해 통역활동이나 실제 언어생활에 도움을 주는 측면도 있다. 그러나 언어학을 다루는 출판물에서 지켜야 할 규칙들을 벗어난 점 때문에 비판을 피해가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요즘 한류 바람을 타고 한창 한국어 배우기 붐이 일고 있는 중국에서 이 같은 책이 널리 보급될 경우 한글의 우수성은 온 데 간 데 없이 쓰레기 언어로 전락할 수 있다. 특히 제대로된 한국어 교재와 사전류가 부족한 중국의 현실에서 이번 '한국어유행어집' 출판은 '한글한류'를 간단히 퇴색시킬 수 있어 크게 우려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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