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계약 시 1123홍콩달러 추가 부담
홍콩 고용주협회 "이미 노동보험, 의료보험 등 충분히 제공"… 이중부담 비판

 필리핀 현지에서 가사도우미를 채용해 홍콩으로 데려오는 경우 지불해야 할 비용이 더 늘어날 전망이다.

필리핀 정부는 지난 8일 해외에서 자국민을 고용하는 해외 고용주의 경우 노동보험(Labor Insurance) 구입을 의무화할 방침이라고 발표했다.

이에 따라 2년이 기본인 필리핀 가사도우미와의 고용계약 체결 시 1123홍콩달러를 추가로 부담해야 한다.

필리핀 노동부는 강제성 해외노동보험 제도를 8일부터 즉시 실시한다고 발표했다. 이에 따라 해외에서 근무하려는 모든 필리핀 국민은 출국허가서 신청 시 반드시 필리핀 현지 보험업공회에서 발행한 보험증서 원본을 제출해야 한다. 보험료는 72미국달러(약 562홍콩달러)로 2년 고용계약에 144미국달러(약 1123홍콩달러)의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또한 관련 비용은 반드시 해외 고용주나 당지 해외고용대리업체에서 지불해야 하며 피고용자가 부담하도록 해서는 안 된다.

300개의 가사도우미 중개업체가 회원으로 가입하고 있는 홍콩인력대리총회 관계자는 새로운 제도와 관련해 필리핀 관계 부서에 연락을 취하고 있지만 실제 상황이 완전히 파악되지 않고 있어 필리핀 현지 대리점은 현재 모든 출국허가증 신청을 잠시 중단한 상태라며 필리핀 가사도우미의 홍콩 입국이 다소 지연돼 최소 3000명의 홍콩행에 차질이 생길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가사도우미 중개업체인 Technic Employment의 대표이기도 한 총회 리우추이랑(廖翠蘭) 부주석은 강제보험 제도는 14일부터 실시할 예정이었는데 필리핀 정부가 이를 갑자기 앞당기는 바람에 처리 중이던 14건의 출국허가 신청을즉시 중단시킨 상태라고 설명했다.

그는 "현재 홍콩에 고용된 모든 필리핀 가사도우미는 이미 보험을 구매한 상태로 보장범위 역시 광범위하기 때문에 또다시 강제성 '노동보험'을 구매하게 되면 필리핀 가사도우미에게 '이중보장'을 하게 되는 셈"이라며 필리핀 정부와 새로운 제도의 필요성에 대해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하면서도 이번 제도는 홍콩뿐만이 아니라 전세계를 대상으로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중개업체인 Overseas Employment Centre 관계자는 "이 제도는 아직 워킹비자를 신청하지 않은 가사도우미들에게만 해당되기 때문에 현재 홍콩에서 일하고 있는 14만 명의 필리핀 가사도우미는 아무 영향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홍콩 주재 필리핀 영사관이 본국의 담당 부서와 이 문제를 논의하고 있기 때문에 앞으로 일주일 동안 변화가 있는지 지켜볼 생각"이라면서 홍콩의 고용주들은 별다른 영향을 받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필리핀 가사도우미 조직인 United Filipinos in HK 대변인은 필리핀정부의 새로운 제도는 해외에서 근무하는 자국민들에 대한 관심에서 비롯된 것이지만 홍콩에서 일하고 있는 필리핀 가사도우미들은 현재 고용주가 최소 2가지 보험을 구매해 이미 충분히 보장받고 있기 때문에 또 다시 구매하게 되면 너무 많아진다며 이미 이 제도에 대해 반대 입장을 표명했었다고 밝혔다.

그는 이번 일로 인해 홍콩 고용주가 다른 나라의 가사도우미를 고용하기로 마음을 바꾸거나 '밥그릇'을 지키기 위해 필리핀 가사도우미가 스스로 비용을 부담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홍콩가사도우미고용주협회 라우콴딘(羅軍典)대표는 필리핀 정부가 발표한 이번 제도는 교묘한 구실을 내세워 부당하게 '착취'하는 행위에 불과하다며 강한 불만을 표시했다.

그는 현재 필리핀 가사도우미가 제공받는 급여 외 보장 내용이 홍콩시민들보다 훨씬 나은 수준이라며 필리핀 정부가 새로운 '노동보험'을 3개 지정보험사에서만 구매하도록 한 조치에 대해서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라우 대표는 이로 인해 인도네시아 가사도우미를 고용하는 고용주들이 늘어날 수도 있다고 전망하면서도 인도네시아 가사도우미의 실력이 부족한 경우가 많기 때문에 정부가 중국 본토 도우미 고용 가능성에 대한 연구를 서둘러야 할 것이라고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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