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직원 방사능에 피폭… 23일 만에 뒤늦은 발표 논란
홍콩에 전력을 공급하는 중국 광둥성 선전의 원자력 발전소에서 지난달 방사능 누출사고가 일어난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보도에 따르면 선전시 다야완(大亞灣) 원자력발전소의 1호 원자로에서 지난달 23일 8년 만에 최악의 방사능 누출 사고가 일어났다.
지난 6개월 동안 다야완에서는 3번이나 사고가 발생해 안정성에 대한 우려도 높아지고 있다.
지난달 23일 냉각반응로의 디퓨저에서 균열이 발생해 방사성 물질이 반응로의 콘크리트 방호벽에 방출됐으며 이는 국제원자력기구가 정한 국제핵사고등급 중 일급에 해당하는 '이상사건'에 속한다.
당국은 원전 자체 보수 및 검사를 진행하던 중 냉각수 관로 강관에 문제를 감지하고 정밀조사를 통해 강관 균열을 확인했으며 조사 결과 균열된 강관을 통해 방사능이 소량 유출됐으나 밀폐 공간이어서 외부로 방사능이 새나가지는 않아 안전에 큰 영향을 끼치지 않았고 문제의 강관은 이미 교체했다고 해명했다.
당시 보호복을 입고 정기 검사를 실시한 직원 몇 명이 2millisieverts(방사능 측정단위) 미만의 방사선에 노출됐으나 신체에는 큰 영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흉부 엑스레이 1회 촬영 시 받게 되는 방사선 양이 1millisieverts 정도다.
다야안 원자력 발전소는 사고 발생 열흘 후에야 홍콩 정부에 이 사실을 통보했고 홍콩 정부와 원자력 발전소를 운영하는 홍콩중톈(CLP)은 23일이 지난 후인 지난 15일에야 비로서 사건을 공개했다.
홍콩 입법회 보안사무위원회 토쿤선(涂謹申) 의원은 너무나 늦은 '지각 발표'에 대해 "무거운 정치적 대가를 치러할 할 것"이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다야완 원전에서는 지난 5월 23일에도 2호기 반응로의 연료봉의 방사능 물질이 냉각수로 유출돼 사고가 방사능 요오드 핵종과 방사능 기체 수치 등이 미세하게 상승하는 사고가 일어났다. 그러나 당국은 이 사실을 발표하지 않고 있다가 자유아시아방송(RFA)이 이번 사고로 방사능이 외부로 유출됐다고 보도하자 이를 반박하면서 사고 사실을 밝히기도 했다.
당시에도 원전을 운영하는 CLP파워(中電)는 "다야완 원전의 냉각수는 완전하게 밀폐돼 있고 외부 환경과 차단돼 원자력 발전소 가동이나 주민안전에는 전혀 문제가 없다"고 강조했었다.
중국 최초로 해외기술과 자금을 도입해 1994년부터 가동을 시작한 다야완 원전은 홍콩의 중심지인 센트럴에서 50㎞, 국경에서 30㎞ 떨어져 있으며 2기의 원자로에서 각각 984MW의 전력을 생산해 홍콩 전력 사용량의 4분의 1을 공급한다.
다야완 원전 건설 당시 홍콩언론들은 방사능이 50km 정도 확산되면 '국제도시' 홍콩이 '죽음의 도시'가 될 것이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홍콩 시민들의 격렬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시작된 건설 과정에서도 3차례 안전상의 실수가 발생한데다가 중국이 핵발전소 가동 경험이 크게 부족한 사실도 원전의 안전성에 대한 불안감을 가중시켰다. 무엇보다 중국 당국이 원자력 발전소 사고를 비밀에 부칠 것을 우려한 홍콩 시민들의 걱정이 현실로 나타나고 있는 셈이다.
홍콩 입법회 의원들과 환경 단체들은 8년 만의 최악의 사고를 오랫동안 비밀에 부친 사실을 비판하면서 홍콩 정부가 정확한 조사를 벌여 시민들에게 관련 내용을 분명하게 공개할 것을 촉구하고 나섰다.
그린피스 관계자는 홍콩정부가 원전사고 통보시스템에서 차지하고 있는 역할에 의문을 제기하면서 너무나 피동적인 홍콩 정부가 제대로 된 관리감독과 예방 기능을 발휘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만일 대재앙이 일어나더라도 원인을 알지 못한 채 홍콩 시민들은 단순히 병에 걸렸다고 생각하고 정부는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조차 알 수 없을 것"이라면서 "이미 원전의 안전성에 대한 시민들의 신뢰가 땅에 떨어졌다"며 현재 다야완 원전의 발전용량을 더 이상 확대하지 말고 자연히 쇠퇴하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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