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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초보의 좌충우돌 시골생활기- 11편(지네소동)
  • 위클리홍콩 기자
  • 등록 2007-05-23 13:1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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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175호, 5월25일] 어느 날 오후 저녁밥을 먹고 후식을 먹으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가 아내는 설거지하러 싱크대로 갔습니다.  ..
[제175호, 5월25일]

어느 날 오후 저녁밥을 먹고 후식을 먹으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가 아내는 설거지하러 싱크대로 갔습니다.  평소처럼 고무장갑을 집어 들고 손에 끼우려다가 갑자기 크게 비명을 질렀습니다.
  "아이구!"
  비명소리가 너무 커서 저는 순간적으로 아내가 혹시 칼에 손가락을 잘린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퍼뜩 들었습니다.  아내는 손에 든 고무장갑을 내 던지고 한 손으로 다른 손을 잡은 상태로 그 자리에서 펄쩍펄쩍 뛰는 것이 아닙니까?
  "왜 그래?"
  아내가 너무도 고통스러워하면서 펄쩍펄쩍 뛰기에 저도 영문을 몰랐지요.
  "장갑 안에... 장갑 안에..."
  장갑을 가르키며 아내가 부르짖었는데 그 소리야말로 말 그대로 '울부짖는 소리'였습니다.  방바닥에 떨어진 장갑을 주워 손가락 부분을 위로 오게 들고 툭툭 털었는데 무언가가 툭! 떨어지는 것이었습니다.
  "지네다!"
  방바닥에 떨어진 지네가 순간적으로 싱크대 밑으로 도망가는 것을 옆에 있는 걸레를 잡고 지네를 두들겨 패기 시작했습니다.  수십 차례 걸레로 두들겨 맞은 지네는 그 자리에서 꿈틀꿈틀 거리고 있고 그 사이에도 아내는 고통스러운 신음소리와 함께 소파에 앉아 어찌할 바를 모르고 있었습니다.  얼른 걸레로 지네를 움켜쥐고 밖으로 나가 숲속으로 던져 버리고 집으로 들어왔지만 너무나 순식간에 당한 일이라 어떻게 해야 할지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는데,
  "여보... 어떻게... 좀... 해 봐요..."
  "옆집... 아줌마에게... 가서... 물어... 봐요... 지네에 물리면... 어떻게 하느냐고... 빨리요... 아이구... 너무 아프다..."
  밖으로 튀어나가 옆집 아줌마 집으로 뛰어갔습니다.
  "아주머니! 아주머니! 큰일 났습니다.  집사람이 지네에 물렸어요! 어떻게 하죠?"
  "아이구! 고생하게 생겼네.  우짜노... 에프 킬라 있제? 그걸 뿌려보소"
  집으로 돌아 와 에프 킬라를 아내의 손가락에 뿌려보아도 아내의 고통은 별로 줄어드는 것 같지 않았습니다.
  "손가락을 칼로 자르는 것 같아요! 너무 아파요!"
  퍼뜩 생각난 것이 얼음찜질이라 냉장고에서 얼음을 끄집어내어 손수건에 싸 가지고 지네에 물린 손가락을 감쌌습니다.
  "어때? 괜찮아?"
  "아까보다는 조금 나은데... 그래도 아파요..."  아내의 얼굴에 고통의 빛이 역력했습니다.
  "그 놈의 지네가 장갑 속에 있을 줄이야..."
  "장갑 속에 있다가 사람 손이 쑤욱 들어오니 자기 딴에는 얼마나 놀랐겠어요"

  그러기를 2시간 남짓 지나니까 아내의 통증도 조금씩 줄어드는 것 같았습니다.  이 일이 있고 난 뒤로는 장갑을 끼거나, 신발을 신을 때나, 장화를 신을 때나, 심지어 옷을 입을 때는 반드시 탈탈 털고 입거나 신는 버릇이 생겼습니다.

  어느 여름밤이었습니다.  거실에 누워 자고 있는데 갑자기 잠이 팍! 깨었습니다.  순간적으로 오른쪽 잠옷 안으로 무엇인지 모르지만 움직이는 느낌을 느꼈는데 얼음에 살갗을 대고 있는 것처럼 서늘했습니다.
  조용한 밤중이라 사각사각 움직이는 소리 같은 것이 들리면서 서늘한 느낌이었는데 순간 그것이 지네라는 것을 본능적으로 깨닫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깨달으면 뭐합니까? 몸은 거실 바닥에 누워있고 잠옷을 입고 있으니 이 난관을 어떻게 해결해 나가야 할 지 아무 생각이 나지 않더군요.  갑자기 지난 번 아내가 지네에 물렸을 때의 고통스런 모습이 떠올랐습니다.  일단 몸을 움직여서 일어나야 잠옷을 벗든 지네를 잡든 결판이 날 것 같았습니다.  1초당 억 만장의 슬로우 모션으로 아주 천천히 일어났습니다.  지네에게는 원래 상태 그대로 있다는 느낌을 주어야 하기에 말입니다.  일단 앉는 자세까지는 성공했습니다.  지네는 아직 오른팔 잠옷 안에 있는 것이 분명했습니다.  그리고 다시 1초당 100억 만장의 슬로우 모션으로 일어나는 데 성공했습니다.  심호흡을 하고 어떻게 하면 잠옷을 최대한 빨리 벗을 수 있을지 수 천만번 생각하고 생각한 끝에 거의 순간적으로 잠옷을 벗었습니다.  다행히 여름이라 잠옷의 단추를 풀고 있었던 것이 불행 중 다행 이었습니다.
  "툭!"
  방바닥에 어른 손가락만한 지네가 떨어졌습니다.  나는 미친놈처럼 잠옷을 움켜쥐고 지네를 두들겨 패기 시작했습니다.  아닌 밤중에 홍두깨라고 잘 자고 있던 사람이 갑자기 일어나 잠옷으로 방바닥을 패대기치고 있으니 아내가 이 모습을 보고 처음에는 놀라더니 이내 남편이 미친 행동을 하는 원인을 파악한 모양입니다.  잠결에 아내가 물었습니다.
  "지네예요?"
  아들도 지네와 한바탕 전쟁을 치렀습니다.  밤중에 갑자기 아들이 방문을 박차고 뛰어 나오지 뭡니까?
  그때까지 우리 부부는 거실에서 이야기를 하고 있다가 놀란 토끼 눈으로 아들을 쳐다보았지요.  튀어나온 아들을 보고 아내가 물었습니다.
  "왜 그래?"
  "아... 죽겠네..."
  "왜?"
  "지네가..."
  아들의 말인즉 침대에서 자고 있는데 무엇인가 이불 위를 사각사각 기어가는 소리가 들려서 그것이 직감적으로 지네라는 것을 알아 차렸는데 벌떡 일어나는 순간 팔을 지네에게 물렸답니다.  그런데 다행인 것은 아들과 저는 지네에게 물려도 아내처럼 그런 극심한 고통이 거의 없다는 점입니다.  그냥 우리~한 느낌만 조금 있을 뿐이었어요.



<글 : 구행복 9happy0508@hanmail.net /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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