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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사와 함께 떠나는 남도 기행 (2) - 낙동강 오리알이 되다
  • 위클리홍콩 기자
  • 등록 2006-06-22 11:5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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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130호, 6월23일] 아시아나 비빔밥과 아주머니   나의 쌀쌀맞은 한 마디에 그만 입이 딱 닫힌 아주머니는 계속 나의 눈치를 보..
[제130호, 6월23일]

아시아나 비빔밥과 아주머니

  나의 쌀쌀맞은 한 마디에 그만 입이 딱 닫힌 아주머니는 계속 나의 눈치를 보신다.  이런 저런 어수선한 분위기 속에서도 쌓였던 피로로 인해 잠이 밀려와 지나가는 홍콩 승무원에게 담요를 하나 달라고 부탁해서 뒤집어쓰고 자려니 아주머니가 또 말을 시킨다.  

  "이 담요는 어디서 났어요?  아무나 달라면 줘요?"”
  나는 내가 버릇없이 내 뱉은 한 마디 말에 일말의 양심의 가책을 느끼고 친절하게 대답을 한다.
  "그럼요.  필요하시면 하나 달라고 할까요?"

  아주머니는 연신 고맙다시며 어쩔줄 몰라 하신다.  밀려드는 잠속으로 빠져들어 20여분을 잤으려나?  어수선한 분위기에 눈을 뜨니 승무원들이 점심을 준비하고 있다.  의자 손잡이에 든 테이블을 꺼내 펴놓고 눈을 다시 감으려는 순간 아주머니가 재빠르게 다시 나를 잡고 물으신다.

  "이 테이블은 어디서 났어요?, 나도 이런거 있어요?"
  "그럼요, 의자 손잡이 뚜껑을 열고 잡아당기면 나와요, 식사 다 하신 후 다시 집어 넣으면 돼요"

  승무원 언니가 점심으로 비빔밥과 쇠고기가 준비됐다고 무얼 먹겠느냐고 묻는다.  나는 비빔밥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으나, 이준한 지점장님이 꼭 한 번 먹어보라고, 아시아나에 기내식을 납품하는 현지업체에서 한국으로 날아가 몇 주일동안 배워와 요리를 하는데 꽤 먹을 만 할 거라고 하신 생각이 나서 비빔밥을 주문한다.  옆에 있던 아주머니도 순진한 초등학생처럼 나를 따라 비빔밥을 주문하신 후 이번에는 비빔밥에 한 한 나보다 한 수 위라는 듯 참기름을 듬뿍 넣고 쓱쓱 비벼 한  입 가득 넣으신다.  그런 아주머니 얼굴에 만족감이 번진다.  꽤나 맛있나 보다.

  나는 그 맛있는 나물과 고슬고슬한 쌀밥에 고추장과 참기름을 잔뜩 넣고 비빈 범벅이 된 그 맛이 싫다.  나물 맛도 밥의 맛도 제대로 느낄 수가 없지 않은가? 밥 한 수저에 도라지며 호박나물, 오이볶음, 콩나물무침 등을 야금야금 먹고 있는 나를 흘끗 보며 아주머니는 고개를 갸우뚱 하신다.  '에구, 성질도 고약하더니 밥 먹는 것도 참으로 고약스럽기도 하지.' 라고 생각하시겠지.

  비록 비빔밥을 비빔밥답게 먹진 않았지만 이준한 지점장님이 얘기했던 것처럼, 비빔밥의 맛은 썩 괜찮다.  나물 하나하나에 배인 간과 양념의 어우러짐이 여간한 요리사 음식솜씨 이상이다.

  아주머니는 계속 나의 일거수일투족을 빼놓지 않고 살펴보신다.  물을 더 달래 마시면 아주머니도 달래서 마시고, 와인이 맛있어 한 잔 더 주문하면 따라서 이게 또 뭔가 싶어서 주문하신다.  식사 후 녹차를 한 잔 주문해 놓고 가방 속에서 시오노나나미가 쓴 [로마인 이야기]를 꺼내 읽기 시작한다.  책 속에서는 로마를 상대로 한 한니발 전쟁이 싹트기 시작하고, 아주머니는 책속에 빠져든 내게 더 이상 흥미를 잃었는지 회색 담요를 뒤집어쓰고 잠을 청하신다.  이내 코고는 소리가 들린다.  생전 처음 떠난 해외여행이 꽤나 피곤하셨나 보다.


낙동강 오리알이 되다

  무사히 한국에 도착해 서울 도심에서 하룻밤을 지낸 후 이른 먼 길 떠날 것을 대비해 아침밥을 먹으러 여기저기 기웃거려본다.  문을 연 데라곤 단내만 풀풀 풍기는 빵집과 젊은 커플 몇몇이 앉아있는 맥도널드뿐이다.  이 시간, 홍콩의 얌차집엔 아침을 먹으러 나온 사람들로 북적거리고, 맥도널드 역시 어린 아이부터 할머니 할아버지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사람들로 빼곡할 텐데, 한국은 아직 아침 외식문화가 발달하지 않았는지 아니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아침을 거르는지 밖에서 아침을 챙겨먹는 이들을 찾아보기가 힘들다.

  맥도널드로 끼니를 해결하고 약속장소인 강남고속버스터미널 앞 신세계백화점 정문 앞으로 가고 있는데 앞에 강남고속버스터미널이 보인다.  '강남고속버스 터미널에 이렇게 다시 와 보다니, 저 터미널은 아직도 이방인들을 저렇게 어디론가 쉼 없이 데려갔다가 또 데려오고 있구나'.

  '여기가 맞을까, 잘못 찾아왔으면 어쩌나' 싶어 시골에서 상경한 촌뜨기처럼 두리번거리고 있으려니 한 눈에 척 봐도 미국교포이게 생긴 젊은 총각 한 사람과 할머니, 아줌마, 노랑머리 꼬맹이 둘 총 5명이서 내게 다가온다.  American Tour Company에 joint 했느냐고 물어오는데 내심 얼마나 마음이 놓이고 반갑던지.  

  그런데 저 건너편에 한 무리의 여행객들 틈에 있던 중년 아저씨 한 명이 America Tour 라고 쓴 피켓을 들고 우리 곁으로 다가온다.  그리고는 나를 제외한 5명의 이름을 일일이 확인 한 후 관광버스로 안내해 무심코 따라간다.  '이상도 하지.  홍콩에서 황사장님과 통화할 땐 분명히 나 까지 포함해서 4명이라고 했는데, 왜 이렇게 사람이 많은 거지?  그리고 저 아저씬지 할아버진지는 왜 내 이름은 확인을 안 하는 거야?  참 희한한 일이네.  아, 황사장님한테 특별 care를 부탁 받아서 남들 앞에서 호명 안했나보구나.'  혼자서 별의 별 생각을 다하며 버스에 올라타 제일 앞자리를 잡고 앉는다.  가이드 아저씨가 다시 한 번 인원을 체크하는 동안 바깥을 보니 작은 Van 한 대와 얼핏 라는 푯말이 보인다.  나는 다시 생각한다.  '아아, 애초에 4명이었는데 갑자기 인원이 늘었나 보구나.  저 차는 다른 지역에 있는 사람들을 픽업해다 이 차에 옮겨줬구나'  가이드 아저씨는 총 14명이 맞는다며 "출발합니다!!" 라는 구령을 힘차게 외친다.  

  '아아 드디어 출발이다.  출발.  그렇게 애타게 고대하던 고국여행, 그것도 남도기행이구나. 헉, 그런데 14명?  아아, 황사장님이 14명이라고 얘기한 걸 내가 4명으로 잘못들은 게로구나.  에구, 정신을 어디에 두고 내가 이러나.  여하튼 무사히 출발이다 출발!!'



  버스는 강남을 벗어나 천안삼거리를 지나 충남 부여를 향하고 있다.  나는 잠깐 짬을 내 황사장님께 전화를 할 요량으로 다이얼을 누른다.

  "황사장님, 저 로사에요.  덕분에 한국에 잘 와서 지금 부여로 향하고 있어요"
  "어? 지금 어디에요?  버스?  무슨 버스?  거기 가이드 좀 바꿔줘봐요"

  가이드는 황사장님이 전화를 바꿔달라고 하신다는 내 말에 황사장이 누구냐며 눈이 동그래진다.  황사장님과 통화를 하는 가이드 아저씨는 '나는 다원여행사 가이든데 누구냐'며 전화를 퉁명스럽게 끊는데 이게 무슨 어처구니 없는 사태란 말인가?  [US 여행사]는 뭐고 [American Tour]는 또 뭐며, [다원여행사]는 또 뭔가?  

  다급히 황사장님께 다시 전화를 건다.  전화벨이 한 번 울리기가 무섭게 황사장님의 당황스러운 목소리가 들려온다.  내가 버스를 잘못 탔단다.  그건 우리 여행사 버스가 아니라는 날벼락 같은 소리가 지직대는 기계 소음소리와 함께 내 뇌 속을 온통 헤집어 놓는다.  

  아, 나는 지금 대채 어디로 가고 있단 말인가?

<글: 로사 / 계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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