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서 최근 인기를 모으고 있는 짝짓기 프로그램에 대해 당국이 중국의 전통적인 가치를 지킨다는 명분으로 검열에 나서면서 찬반 논란이 뜨겁다고 미국 일간 워싱턴포스트(WP) 인터넷판이 5일 보도했다.
사건의 발단은 지난 5월 장쑤 방송의 인기 커플맺기 프로그램에 출연한 24세의 여성 모델이 가난한 무직 남성 출연자의 자전거 데이트 신청에 "웃으면서 자전거를 타느니 울면서 BMW를 타는 쪽을 택하겠다"고 말한 것이다.
이 여성의 발언은 당시 검열 당국의 분노를 자극했고 당국은 해당 여성의 발언이 "물질주의적이고 남자들의 돈을 뜯어내려는 행위로, 매춘과 동일하다"며 이 여성의 향후 모든 방송 출연을 금지했다.
방송 후 중국 전역에서 이를 둘러싼 논쟁이 뜨거운 가운데 이 여성을 두둔하는 측에서는 "많은 사람들이 실제 생각하는 것을 입으로 말한 것뿐"이라고 주장하는 반면 반대 측에서는 "방송에서 그러한 발언을 한 것은 문제가 있다"며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과거 짝짓기 프로그램에 출연한 적이 있는 리샤오(27)는 "정부가 개입해 프로그램의 수위를 낮출 필요가 전혀 없었다고 생각한다"며 "프로그램이 검열을 당하더라도 그러한 생각들은 여전히 실제 삶에서 존재한다"고 말했다.
반면 또 다른 출연자인 양이자(25)는 "그러한 생각은 매우 흔한 것 같고 잘못된 것도 아니다"라면서도 "그러나 그런 생각을 TV에서 말해서는 안된다. 중국은 여전히 전통적인 국가"라고 말했다.
당국의 이번 검열은 최근 중국 정부가 진행 중인 '비행 및 부도덕과의 전쟁' 캠페인의 일환으로 이뤄졌다.
중국의 이 같은 도덕성 강화 캠페인은 농촌 지역을 중심으로 장년층과 보수성향이 강한 지역들에서 환영을 받고 있다.
그러나 곳곳에 호스티스바와 가라오케 클럽, 스트립 클럽 등이 널려 있는 도시화된 오늘날의 중국에서는 이러한 캠페인이 자칫 당 지도부를 늙고 따분하며 시대에 동떨어진 조직으로 인식되게 할 우려가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일각에서는 중국 정부가 비도덕적인 행위에 대한 단속을 벌이는 것이 당 고위 간부들의 잇따른 부정부패를 비롯한 각종 현안들로부터 국민의 관심을 돌리기 위한 것이라는 주장을 제기하고 있다.
실제로 국민들이 당국의 도덕 캠페인에 냉소적인 시선을 보내는 것은 최근 공산당 간부들의 비리가 잇따라 인터넷을 통해 공개된 것과도 무관하지 않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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