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8일 타이포(大埔)의 토로 고속도로(TOLO HIGHWAY, 吐露港 公路)에서 영화 '스피드'와 같이 위험천만한 일이 벌어져 승객들을 공포로 몰아넣는 사건이 발생했다.
승객 17명을 싣고 황강(皇崗)을 향해 가던 홍콩-중국 간 직통버스에서 한 승객이 운전석에서 운전기사가 사라진 것을 발견했다. 이에 놀란 승객이 앞으로 가 확인해 보니 운전기사가 정신이 혼미한 채 쓰러져 있었고 80킬로미터의 속력으로 달리던 버스는 운전기사 없이 좌우로 크게 흔들리며 큰 사고를 당할 위기에 처해 있었다. 이 때 버스에 탑승하고 있던 '장롱면허' 소지자인 본토 남자 승객 천(陳·50세)씨가 운전대를 잡고 버스를 세워 가까스로 사고를 모면했다.
다행히 승객들은 큰 부상을 당하지 않았지만 병원으로 옮겨진 운전기사는 사망했다.
사고 소식을 접한 버스회사는 다른 버스를 이용해 승객들을 목적지까지 운송했으며 사고 버스를 현장에서 이동 시켰다.
운전 중 정신을 잃고 쓰러진 운전기사 호사이퀑(何細光·41세)씨는 10년 전 단수비자로 홍콩으로 건너와 아내와 자녀들과 함께 삼수이포에서 살았으며 평소 지병이나 별다른 이상징후 없이 건강했다.
경찰은 호씨가 심장마비로 인해 사망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홍콩광동직통버스협회 관계자에 따르면 호씨는 전날 업무 때문에 광저우(廣州)에서 하룻밤을 보낸 뒤 다음날인 1일 새벽 6시 30분경 광저우에서 버스를 운전해 홍콩으로 돌아왔으며 오전 10시 종착역에 도착한 뒤 몇 시간 휴식을 취하고 다시 쿤통(觀塘)과 황강을 오가는 직통버스를 운전하던 중이었다.
이 관계자는 호씨는 홍콩과 중국의 면허를 모두 소지하고 있었으며 중국 면허의 경우 매년 연장을 위해 심전도 및 초음파, 혈액 검사 등 엄격한 신체검사를 통과해야 한다며 호씨는 지난 11월 말에도 중국의 신체검사를 모두 통과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운전기사들의 휴식시간은 충분한 편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한편 홍콩에서는 올해에만 최소 6명의 전문 운전기사가 운전 중 정신을 잃는 사건이 발생했으며 이로 인한 교통사고로 승객과 행인이 부상을 입거나 사망하기도 했다.
이번 사고로 관심을 모으고 있는 대중교통 운전기사의 건강문제는 도로의 '시한폭탄'으로 시민 안전을 위협하고 있다.
택시·미니버스권익대연맹 관계자는 현재 홍콩운수서는 70세 이상 운전자에 한해 매년 신체검사와 자격검사를 통과해야 운전면허 연장을 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으나 다른 운전면허 소지자에 대해서는 아무 요구 사항이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일부 운전기사의 경우 겉으로는 건강해 보이지만 질병이 있어도 자각 증상이 없는 경우가 있을 수 있다"고 우려하고 당국이 전문 운전기사에 대해 쇼크를 일으킬 만한 질병을 가지고 있는지 여부를 검사해 운전면허 연장 가능 여부를 판단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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