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루미늄판 위에 스크래치 기법과 오일 채색으로 유명인이나 인기스타가 아닌, 현대인의 익명 초상을 그리는 한영욱 작가(사진)의 작품 '얼굴'(100호)이 지난 5일 홍콩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소더비 홍콩옥션에서 추정가의 5배 가격인 7000만원(47만5000홍콩달러)에 팔렸다.
한 작가는 현대인들의 눈빛 속에 묻어 나오는 외로움과 세월의 흔적, 그리고 인간의 유한한 생에 대한 끝없는 욕망을 가련하고 아련하게 그려내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유한한 삶, 존재가 그냥 사라지는 것이 늘 아쉬웠어요. 살아있을 때 최대의 존재감을 표현하는 것을 삶의 목적으로 삼으면서 위로를 받지요." 그는 그것이 그림이라 했다.
인간에 대한 끝없는 애정 때문에 그림을 그린다는 그는 '실존주의 미술'에 일생을 걸겠다고 말한다. 그에게 실존주의는 인간의 벌거벗은 모습을 제대로 '바라보기'다. 그러나 그 도구는 은유적 방법이다. "저의 인물화는 인간의 은유적 풍경이라 할 수 있지요."
이중섭의 은지화 기법에 힌트를 얻었다는 그의 작업방법은 '새겨서 그리기'다. 송곳같이 끝이 뾰족한 니들로 스테인레스판 위에 스케치를 하고 그 위에 물감을 밀어넣는 식으로 바른다. 일종의 상감기법이라 할 수 있다.
스크레치하고, 물감 바르고, 닦아내고, 스크레치로 마무리하는 작업과정을 거친다. 스크레치로 마무리 된 피부와 터럭에선 생기가 느껴진다. 피스로 뿌려가며 닦아내는 식의 기법과는 그 차원이 다르다.
"향후 세계는 인간시대에서 우주시대로의 확장입니다. 인간시대가 고흐의 기로 연명했다면 우주시대에는 수많은 고흐가 나와야 하는 시대지요." 그는 그것이 우주질서의 재편이라 했다. 자기 직관에 충실한 힘있는 작가들이 쏟아져 나올 수밖에 없는 시대라는 것이다. 그리고 그 역시 그 대열에 합류하고 있는 듯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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