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경제가 올해 안에 회복될 것으로 보는 것은 시기상조다"
아시아의 대표적 부호인 리카싱(李嘉誠) 청쿵실업 회장(81ㆍ사진)은 13일 "글로벌 금융위기는 끝났다"면서 "그러나 세계 경제가 올해 안에 회복되기 위해서는 아직도 갈 길이 멀다"고 말했다.
청쿵실업 산하 항만ㆍ정보통신ㆍ유통ㆍ부동산 기업 '허치슨 왐포아' 회장이기도 한 리카싱은 이날 홍콩에서 회사 상반기 실적을 발표하며 "최악 상황은 끝났으나 세계 경제가 V자형으로 반등(V-shaped rebound)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블룸버그뉴스 파이낸셜타임스(FT) 등 주요 언론이 14일 보도했다. 리 회장은 "만일 누군가 올해 말에 전반적인 경제가 회복될 것이라고 말한다면 나는 동의할 수 없다. 그러나 경제가 더 이상 나빠지지 않을 것이라고 말한다면 나는 동의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또 홍콩 주식투자자들에게 주식 매입에 대한 주의를 촉구하고 나섰다. 홍콩 증시가 올해 들어 급등세를 보이고 있는 것에 대해 리 회장은 "현재 시세에서 주식시장에 투자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특히 주식을 사기 위해 돈을 대출받는 것은 위험하다"고 경고했다.
미국과 유럽 등 주요 선진국이 과감한 경기부양책을 펼쳐 최근 세계 경제가 회복 기미를 보이는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는 가운데 리 회장의 이 같은 발언은 주목된다.
억만장자인 그는 주식이나 부동산 시장 동향을 정확히 예측하는 '족집게'로도 유명하다. 이에 따라 워런 버핏을 '오마하의 현인'으로 부르듯이 홍콩 재계에서는 리 회장을 '홍콩의 현인' '홍콩의 슈퍼맨'으로 부른다.
그는 2007년 주식 투자자들에게 "중국 증시 거품이 곧 꺼질 것"이라는 이른바 '중국 증시 붕괴론'을 제시하고 투자자들에게 현금을 보존하라고 권고했다. 결국 중국 증시는 그의 말처럼 주가가 폭락하는 사태가 빚어졌다.
리 회장은 올해 3월에는 홍콩 투자자들에게 "주머니에 돈이 있다면 주식이나 집을 사라"고 훈수를 뒀다. 홍콩증시의 항셍지수는 올해 3월 1만2,811로 최저를 기록한 뒤 5개월 동안 무려 7,000포인트나 올랐다. 실제로 항셍지수는 이달 13일에는 2만861을 기록했다.
그는 또 "중국은 모든 나라 가운데 가장 빠르게 경제가 회복될 것"이라면서 "경제가 회복될 날이 그리 머지않았다"고 강조했다.
리카싱 회장은 재산이 지난해 말 기준으로 162억달러(약 19조9,260억원)에 달한다. 인도 최대 기업 '릴라이언스 인더스트리' 무케시 암바니 회장(195억달러)에 이어 아시아에서 두 번째 갑부인 셈이다. 리 회장은 또 미국 경영전문지 '포브스'가 지난 3월 선정한 세계 부자 순위에서 16위에 올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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