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임 시 비리 혐의로 본인은 수감되고 부인과 아들 딸, 며느리와 사위까지 전일가가 사법처리 대상이 된 천수이볜(水扁) 전 대만 총통의 외동딸이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 했던 것으로 알려져 충격을 주고 있다.
유력 신문 중국시보가 발간하는 주간지 시보주간(時報周刊) 최신호는 천 전 총통의 딸 천싱위(陳幸 32)가 위증죄로 검찰에 의해 출국금지 조치를 당해 미국행이 좌절되자 대성통곡을 한 뒤 수면제를 다량 복용하고 자살을 시도했다고 보도했다.
잡지에 따르면 천싱위는 일가에 대한 검찰의 추궁과 압박에 더해 대만을 떠날 수 없다는 절망에서 음독했는데 다행히 집에 있던 가정부가 일찍 발견해 가오슝(高雄)과 타이난(臺南)에 있던 어머니 우수전(吳淑珍) 여사와 남편 자오젠밍(趙建銘)에 연락하고 응급조치를 취한 끝에 겨우 생명을 건졌다고 한다.
천싱위는 자살을 시도한 다음 타이베이 구치소로 아버지를 찾아 면회했을 때도 정신상태가 불안해 천 전 총통을 불안하게 만들었다. 이에 천 총통은 딸이 다시 불상사를 저지를 것을 크게 걱정해 마잉주(馬英九) 총통에게 천싱위를 미국으로 보내달라고 간청하는 편지를 보냈다고 잡지는 소개했다.
하지만 천싱위의 자살미수설에 대해 천 전 총통의 비서인 장즈밍(江志銘)은 기자들을 만나 "절대 사실무근"이라고 부인했다.
장즈밍 비서는 천싱위가 천 전 총통을 6월27일 면회할 당시 배석했으나 "잠을 제대로 못자고 마음을 졸이는 바람에 약간 정신이 혼란스런듯 했지만 평소와 별 차가 없는 모습이었다"고 해명했다.
그는 천싱위가 아버지를 만난 자리에서 아이를 데리고 떠나기 위해 몇년 동안 준비해온 미국 유학이 차질을 빚게 되자 속상한 마음에 울었다고 전했다.
천싱위는 성격 상 한번 감정이 폭발하면 말을 못할 정도로 흥분하기 때문에 천 전 총통도 면회실 유리창을 사이에 두고 딸을 어떻게 위로할지 어쩔줄을 몰라 했다"며 "그래서 딸을 위해 마 총통에게 선처를 바라는 편지를 쓰게 된 것은 사실"이라고 장 비서는 설명했다.
앞서 관영 중앙통신은 천 전 총통이 지난달 28일 천싱위를 미국으로 출국시켜 공부할 수 있도록 도와달라는 내용의 편지를 마 총통에게 보냈다고 전했다.
구치소에서 천 전 총통을 면회한 한 측근은 "천 전 총통이 천싱위가 미국으로 가지 못할 경우 어떤 불행한 결과가 발생할 지 상상할 수 없다"고 하소연한 것으로 소개했다.
천 전총통은 만일 천싱위가 미국으로 가지 못할 경우 정신착란을 일으키거나 혼자 자살할 수도 있고, 3명의 자식과 함께 자살할 수도 있다며 세가지 극단적인 가능성을 제기했는데 이미 딸이 자살을 시도한 사실을 듣고 이같이 편지에 적은 것으로 알려졌다.
대만 언론들은 시보주간의 기사가 나온 당일날 오전 천싱위가 자신의 치과병원에 출근했지만 평소와 다른 이상한 기미를 보이진 않았으며 종전처럼 경호원도 대동하지 않은채 간호사와 함께 병원에 들어갔다고 보도했다.
장즈밍 비서는 천싱위가 최근 아들 자오이안(趙翊安)의 입학에 영향을 주지 않기 위해 타이베이를 떠나 가오슝으로 이사하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천싱위는 가오슝으로 가면 먼저 와 있는 어머니 우수전 여사와 합칠 것으로 전해졌다.
대만 검찰은 천싱위가 수사 대상으로 미국 출국 후 잠적할 가능성을 우려해 출금 해제 신청을 기각했다고 한다.
우수전(吳淑珍)는 타이베이 구치소에 갇혀 재판을 받으면서 무죄를 주장해온 천 전 총통에게 6월 초 "자식들을 생각해 혐의 사실을 인정하라"고 압박했던 것으로 뒤늦게 밝혀졌다.
천 전 총통은 딸의 자살기도와 아들 진즈중(陳致中)의 수감, 부인이 저혈압으로 응급실에 실려가는 등의 일이 잇따르면서 정신적으로 크게 동요하고 있어 구치소와 검찰 당국을 긴장시키고 있다.
천 전 총통과 부인 우 여사는 1억400만 대만달러의 총통기밀비를 유용하고 4억9,800만 대만달러(약 194억원)의 뇌물을 받았으며 최소 3,700만 대만달러의 자금을 해외에서 세탁한 혐의를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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