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앞두고 선물 돌리기 한창
멜라민 사건 후 공포감 커져
중국산 줬다 퇴짜 맞는 일도
중국 최대 명절인 춘절(春節·설날)을 앞두고 요즘 홍콩에선 선물 돌리기가 한창이다. 술이나 식용유·가공육류·수산물 등이 주류다. 예년에는 중국산 제품 가격이 저렴해 인기였다. 그런데 올해는 중국산을 멀리하는 분위기다. 일부에서는 중국산을 선물하는 것은 상대에 대한 '실례'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한 회사원은 최근 중국산 식용유를 지인에게 선물했다가 퇴짜맞는 일도 벌어졌다. 지난해 멜라민이 함유된 분유를 먹은 영·유아 수만 명이 결석증세를 보이고, 이 중 10여 명은 사망하기까지 한 사건 이후 형성된 중국산 식품에 대한 공포심 때문이다.
중국산 식품의 품질 문제는 어제오늘의 얘기가 아니지만 홍콩에서까지 이 정도라면 외국에서의 반응은 짐작하고도 남는다. 중국 식품당국도 이를 우려해 지난해 식품안전을 높이는 대대적인 개혁에 착수했다. 불량식품 제조업체나 개인에 대한 처벌 강화는 물론 지방정부의 검사기관 인력을 대폭 늘렸다.
그러나 결과는 참담하다. 중국 최대 경제권인 광둥(廣東)성 식품안전위원회는 최근 성 내 각 도시에서 춘절에 인기 있는 선물용 식품제품에 대한 안전조사를 무려 62차례나 했다. 그런데 선물용으로 가장 인기 있는 백주·위스키의 경우 40%가 불합격이었다. 최근 들어 각광받는 포도주는 3병당 한 병(33%)꼴로 저질 제품이었다. 인체에 해로운 방부제와 화학당분이 포함된 포도주까지 있었다. 주부들이 주로 선물하는 식용유의 합격률도 68%에 그쳤다. 땅콩 식용유는 51%가 기준 이하였는데, 이 중 절반은 가짜였다. 쇠고기·오리·닭을 가공한 육류제품도 합격률이 절반에 그쳤다.
실정이 이렇다 보니 홍콩 위생서 식품검사 담당이 직접 나서 "시민들이 춘절 선물이나 식품을 살 때 반드시 안전이 보장된 제품을 구매하라"는 당부까지 했다. 구체적으로 지칭만 하지 않았을 뿐 중국산은 사지 말고 95%가 안전한 것으로 판정된 홍콩 제품이나 이름 있는 외제 식품을 사라는 뜻이었다. 이쯤 되면 중국 정부가 새해 들어 우선 해야 할 일이 명백해진다. 처벌이나 제도를 강화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중국인들의 식품안전 의식을 대대적으로 개혁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것이다. 장기적으로 보면 당면한 금융위기 극복보다 이 문제가 더 시급한지도 모르겠다.
<중앙일보 홍콩=최형규 특파원(chkc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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