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와 각별한 인연으로 한류(韓流) 도시로 주목받아온 중국 산둥(山東)성 칭다오(靑島)시에도 글로벌 금융위기로 인해 한파(寒波)가 몰아치고 있다.
홍콩 대공보(大公報)는 '금융 한파가 칭다오의 한류를 몰아내고 있다'는 제목의 17일자 기사에서 한국인의 제2의 고향으로도 불리는 칭다오에서 금융위기의 찬바람(寒波)으로 한류 분위기가 퇴색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신문은 "칭다오는 8000여 개의 한국기업이 투자하고 20대 수출기업 중 한국 기업이 절반을 차지하는 데다 6만~10만 명의 한국인이 거주할 정도로 한국과 각별한 인연을 맺어왔다"면서 이로 인해 '투자천국' 또는 '한국인의 제2의 고향'이란 별명이 붙을 정도였다고 소개했다.
그러나 전 세계적 금융위기의 영향으로 특히 한국의 원화가 주요국 화폐로는 가장 큰 타격을 받으면서 한국인들이 귀국을 서두르거나 폐업, 전업에 나서는 등 큰 고통을 겪고 있다고 신문은 전했다.
한국인들이 귀국길에 오르면서 한국인이 주요 고객이던 중고급 아파트 임대료도 30% 이상 급락했고 수천 위안의 위약금을 물고서라도 살고 있는 집에서 빠져나가려는 한국인들도 늘고 있다. 또 집을 급매 처분하려는 한국인도 적지 않다.
이곳에서 수년째 사업을 하던 박모 씨는 최근 146.5㎡ 짜리 집을 96만 위안에 팔아버렸다. 이 집은 얼마 전까지만 해도 ㎡당 8000위안 선으로 120여만 위안은 받을 수 있었지만 불경기 탓에 훨씬 낮은 ㎡당 6500위안만을 받고 팔아치운 것이다.
이곳에 뿌리를 내린 한국인들 상당수가 자영업과 장사에 종사하는 사람들이어서 특히 경기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한국식당과 카페, 주점 등을 운영하는 한국인들은 손님이 줄고 경영난에 시달리면서 줄줄이 가게 문을 닫고 있다.
유학생들의 어려움도 커지고 있다. 원화 가치의 급락으로 이곳의 한국 유학생들은 어느새 '짠돌이·짠순이'족으로 변했다.
서울에서 유학 온 한 한국 학생은 "올해 초만해도 원화 1만 원이면 75위안을 바꿀 수 있었지만 이젠 50위안도 손에 쥐지 못한다"면서 "700위안 정도 드는 매주 생활비를 충당하려면 그전에는 집에서 9만1000원 정도 받으면 됐지만 현재는 16만8000원을 받아도 모자랄 지경"이라고 하소연했다.
또 다른 학생은 "처음 중국에 왔을 때는 교외로 놀러다니고 택시를 타고 커피를 마시고 비싼 식당에서 밥을 먹었지만 현재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며 "유학생 대부분은 중산층 가정 출신인 데다 부모님 중 일부가 실직하는 분위기도 나타나고 있어 학비와 생활비가 매우 부담스러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신문은 기사와 함께 칭다오에서 성업 중이던 한복 가게에서 중국인이 옷을 고르는 사진을 게재해 "과거에는 한복이 한류 열풍의 증거였으나 서서히 한류 분위기가 줄어들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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