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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 코치에게서 온 편지(58) - 당신이 주는 교훈
  • 위클리홍콩 기자
  • 등록 2005-08-18 11:54:59
  • 수정 2016-12-21 18:3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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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91호, 8월18일] 라이프 코치에게서 온 편지(58) 당신이 주는 교훈 어떤 외동딸의 고백 “그 멍든 자국은 어떻게 된거니. 누..
[제91호, 8월18일]

라이프 코치에게서 온 편지(58)

당신이 주는 교훈


어떤 외동딸의 고백


“그 멍든 자국은 어떻게 된거니. 누가 때리기라도 했니?”
“...”
“네가 말을 안 하면 아무도 널 도와줄 수가 없어. 그러니 안심하고 털어놔도 괜찮아. 너를 도와주려는 사람들이 무척 많단다.”
“안 도와줘도 돼요. 그냥… 혼자만 알고 있을래요…”
“그래야 할 특별한 이유라도 있는 거니?”
“이건 식구들만 아는 비밀이라서…제가 말하고 다닌 게 탄로나면 저는…흐흐흑”

  기름으로 뭉친 비듬 낀 머리. 정신없이 흙장난하다 불려온 사내아이마냥 때가 낀 손톱. 민소매를 입어도 찌는 한여름에 긴 소매 스웨터를 입어 가린 멍자국들. IMF의 여파로 부부사이가 벌어질 대로 벌어져 짐승같이 다투며 살아가는 부모를 가진 R의 눈물은 그칠 줄 모르고 흘러내립니다. 그 열두 살 소녀의 울음은 산전수전을 다 겪으며 모진 삶을 살아온 여인네의 통곡만큼이나 서럽게 들립니다. 남에게 속 시원히 고민을 털어놓고 위로 받자니 그 사실이 집에 알려질 경우 당하게 될 호된 매질이 떠올라 눈앞이 아찔합니다. 그렇다고 자기의 괴로움을 지금껏 해온 것처럼 열두살 어린 가슴 속에 묻어두고 살자니 더럭 겁이 나서 자신도 이해할 수 없는 충동적인 행동을 해버립니다. 무엇에 신들린 사람처럼 별안간 폭식을 하기도 하고 필요하지도 않은 볼펜, 손거울, 화장도구나 립스틱 같은 것들을 훔치고 다니기도 합니다.
  
  주체할 수 없는 식욕이나 물건 욕심 때문이 아닌 그녀의 폭식과 도벽 행위. ‘덩치만 커다란 고집불통 문제아’라는 딱지를 무시하고 R의 고충을 들어주고 그녀가 난관을 극복해갈 수 있도록 격려해주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습니다. 수년간 빚으로 사업을 꾸려가는 와중에도 수차례에 걸쳐 상습적 외도를 해온 R의 아버지. 남편의 경제적 무능으로 인해 떠맡은 가장의 책임과 마음고생을 동시에 견디며 살아가면서도 이혼을 고려하기는커녕, 죽는 날까지 그와 함께 살며 복수하겠다는 생각에 날로 포악해가는 어머니. 갈수록 살벌해지는 그들의 싸움을 말리려 할 때마다 오히려 두들겨 맞기만 하는 그들의 외동딸 R. 그녀가 솔직하게 털어놓은 부모에 대한 심정은 이러했습니다.

“이 모든 일이 제가 이 세상에 태어났기 때문에 생긴 일이라 고민이 되지만 막상 어떻게 해결을 해야 될지는 저도 모르겠어요. 엄마 아빠는 원래 행복했었는데 제가 태어나고 나서부터 사이가 벌어졌대요. 갑자기 사업도 안 되고 집에 있던 돈도 많이 줄어들구… 살기가 힘들게 돼서 엄마 아빠가 자주 싸우게 됐어요. 저 하나 때문에 이혼도 못하고… 제가 이 세상에 없다면 엄마는 아빠보다 나은 사람을 만나서 얼마든지 호강하며 살 수 있지만, 저 때문에 미래를 포기하고 고생하는 거니까 저를 때릴 수도 있다고 생각할 때도 있어요. 제가 공부도 잘하고 지금보다 살도 많이 빼서 날씬해진다면 엄마 아빠 사이가 예전처럼 좋아질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런데 자꾸만 먹을 것에 손을 대고 공부를 안 해서 큰일이에요…”


너 때문에 치르는 나의 희생


  “너는 자식이 아니라 상전”이라든가 “자식이 아니라 원수”라고 말하는 부모들이 있습니다. 작정하고 그러는 것은 아니지만, 자기의 불운에 대해 자식이 평생 죄책감을 느끼고 살아갈 정도로 신세타령이 과한 부모들도 있습니다. 경제적으로나 신의 면에서 오랜 세월 자기를 만족시켜주지 못하는 남자와의 관계를 지속하는 여자인 R의 어머니. 그녀의 한탄과 비난을 통해 R이 배우는 것은 무엇일까요? 자라나는 R이 부모의 삶을 모델삼아 배운 것을 가지고 사회에 나가서 타인을 대하고 생활해간다면 과연 얼마나 만족스런 삶을 꾸려갈 수 있을까요?

  R과의 대화에서 가장 걱정스러웠던 것은 그녀가 이미 자신을 하찮게 생각할 뿐만 아니라 자기가 이 세상에 존재한다는 사실 그 자체를 남에게 짐이 되는 일로 여긴다는 것입니다. 자기를 별것 아닌 백해무익한 존재라고 보며 그에 걸맞게 자신을 대한다는 것은 별로 애쓰지 않아도 금방 알 수 있었습니다. 기본적으로 몸을 청결하게 유지하고 돌보지 않는 것은 물론이고 자기가 좋아하는 친구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기 보다는 뒷전에서 비방하고 번번이 무시하는 아이들과 어울리기를 선호하는 것을 보면, 마치 그녀의 어머니가 자기를 존중하지 않는 남편과의 관계를 고집하는 행위의 복사판을 보는 것만 같았습니다.

  게다가 상습적 외도를 반복해온 남편에게 두고두고 복수하겠다는 이유로 부부관계를 유지하는 어머니의 행위는, 대인관계에 대한 R의 인식 전반에 악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부부로 살아가는 이유가 서로에 대한 존경과 사랑이 아닌 다른 비정상적인 것이어도 괜찮다는 생각을 갖게 하고 신의를 지키는 관계의 소중함을 모르게 합니다. 그래서 R이 손대는 남의 물건이나 돈의 주인은 그녀의 주변 사람들인 경우가 많은지도 모릅니다. 더구나 이 열두살 소녀는 이미 자기의 행동에 대한 이유를 외부적 요인이나 세상 탓으로 돌려버리는 태도를 배워버린 듯합니다. 도벽과 과한 폭식의 원인은 왠지 모를 불안한 심기와 부모의 학대 때문이라 자신도 어쩔 수 없다고 하는 그녀를 보고 있자니, 자기 인생의 모든 불행을 남편과의 악연과 원치 않았던 임신, 운명의 장난 탓으로 돌려버리는 그녀의 어머니가 불현듯 떠올랐습니다.

  요즘 당신이 맺고 살아가는 관계들은 어떤 모습을 하고 있습니까? 가족, 친구들, 또는 지인들과의 교류 속에서 끊임없이 대화하고 행동하는 당신의 모습은 자녀들에게 무엇을 가르쳐줍니까? 당신이 오늘 이 자리에 이르기까지 배운 교훈들은 당신 자녀들이 마주칠 인생 난제의 모법답안이 아닐지도 모릅니다. 당신과의 생활 속에서 자녀들이 목격하는 실제와 다른 이론을 말로 가르치기 보다는, 당신이 인생을 살아가는 자세에 Shift를 줌으로써 변화를 통해 교훈을 보여주는 ‘파워 레슨’ 한판을 권해보고 싶습니다.

*대인관계 무료 코칭에 대한 메일을 보내시면 답해드립니다.

라이프 코치 이한미 (2647 8703)
veronica@coaching-zone.com
www.Coaching-Zone.com



* 위클리홍콩님에 의해서 게시물 복사되었습니다 (2005-12-07 1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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