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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신(物神)의 사제’ 그린스펀 고해성사
  • 위클리홍콩 기자
  • 등록 2008-10-24 10:4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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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82세의 노(老)사제는 담담히 고해소로 들어섰다. 2000년대 중반의 골디락스(goldilocks?고성장 저물가)는 결국 탐욕의 모래성이었다. "충격을..
82세의 노(老)사제는 담담히 고해소로 들어섰다. 2000년대 중반의 골디락스(goldilocks?고성장 저물가)는 결국 탐욕의 모래성이었다.

"충격을 받았습니다."
자유는 절대선, 규제는 절대악이라던 시장 만능주의가 흔들리고 있다. "40년 이상 믿어온 경제이론에 허점이 있었습니다."

파생상품은 위험을 막아주는 보험이기는커녕 위험을 스스로 키우는 괴물이었다. "파생상품 규제에 반대했던 것은 부분적으로 잘못됐습니다."

앨런 그린스펀, 1987년부터 2006년까지 무려 20년 가까이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을 지낸 그가 금융위기의 원인을 고해성사하기 위해 23일(현지시간) 하원 청문회에 불려 나왔다. 두꺼운 안경테 밑으로 고집스러운 눈빛은 여전했지만 이마의 주름이 한층 깊어졌다.

사람들은 더 이상 그를 '세계의 경제대통령'이라 부르지 않는다. 금융위기의 한복판에서 뒤돌아 본 그는 오히려 시장을 숭배했던 '물신(物神)의 사제'였다.

헨리 왁스멘 감독과 정부개혁위원회 위원장은 "무책임한 대출관행을 (FRB가) 제지하지 않은 결과 우리 경제가 그 대가를 치르고 있다"고 비판했다.

뉴욕타임스(NYT)도 "그린스펀이 재임 중 다른 식(적절한 규제와 감독)으로 대처했다면 현재의 위기는 피하거나 제한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전했다.

그린스펀은 묵묵히 고개를 끄덕였고 고해성사는 그렇게 끝이 났다.
이제는 위기 너머에서 기다리고 있을 대안을 찾을 때다.
그린스펀의 말대로 최근의 금융위기는 "백 년에 한 번 있을까 말까 할 '신용 쓰나미(credit tsunami)'"이기 때문이다.

지난 세기를 강타한 대공황과 2차대전의 폐허는 케인스와 사회민주주의가 있어 극복 가능했다. 또 사민주의의 과도한 재정지출과 성장한계는 시장에 희망을 건 신자유주의가 있어 돌파할 수 있었다. 이제 그 신자유주의가 탐욕의 쓴 잔을 들이킨 채 막다른 골목에 와 있다.

금융위기를 해결하기 위한 세계 20개국(G20) 정상회의가 다음달 15일 워싱턴에서 열린다. 포스트 신자유주의를 주제로 전 지구적 지혜가 협상테이블을 가득 채우길 기대한다. 양춘병 기자/yang@herald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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