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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의 나라 이집트 여행기 (2) - 아! 피라미드
  • 위클리홍콩 기자
  • 등록 2005-08-05 12:42:43
  • 수정 2016-12-21 18:3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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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89호, 8월5일] 신의 나라 이집트 여행기 (2) 아! 피라미드 내가 꿈꾸던 그 나라 맞아?   긴..
[제89호, 8월5일]

신의 나라 이집트 여행기 (2)


아! 피라미드



내가 꿈꾸던 그 나라 맞아?


  긴긴 비행을 마치고 카이로 국제공항으로 들어섰다.  부지런한 한국인들이 입국장에 우르르 몰려가 길게 줄을 서고 있었다.  이상하게도 이집트는 입국심사 카운터 앞에 은행들이 쭉 늘어서 있었다.  '별일도 다 있지' 하는 생각을 하며 '떡 본 김에 제사 지낸다'고 나는 환전 먼저 해야겠다 싶어 은행으로 갔다.  잠시 후 입국심사대에서 줄을 섰던 사람들이 내 뒤에 와서 섰다. "입국심사하다 왜 이리 와서 줄을 서요?"  "네, 잘은 모르겠는데 은행에 가서 뭘 사오라는데 아마 입국에 필요한 돈을 내는 가봐요" 은행원에게 물으니 visa용 수입인지(stamp)를 사야한다고 한다.  USD 500에서 인지대를 제한 이집션 파운드 2,800파운드를 받아드니 돈이 한 묶음이었다.  보고 있던 서진이가 "엄마 왠 돈을 그렇게 많이 줘요?"그런다.  "음, 후진국으로 갈수록 이렇게 돈을 많이 준단다."

  입국심사대에 앉은 이집트 아저씨의 짙은 코 수염과 움푹 패인 눈, 짙은 갈색피부는 사람들을 압도하기에 안성맞춤이다.  그렇다고 주눅 들 내가 아니질 않은가?  여권과 수입인지, 입국카드를 제시하며 '좋은 아침'이라고 상냥하게 인사를 했다.  아저씨는 나를 무표정한 얼굴로 바라보고는 여권과 수입인지를 다시 돌려주며 붙이라고 했다.  붙이라니..  풀은?  "아저씨, 풀을 줘야죠.  풀을 줘요, 풀을"  집에서야 내 침을 남모르게 슬슬 발라가며 우표를 붙이지만 이거 국제무대에서 그런 비위생적인 행동을 하면 내 체면은 그렇다 쳐도 나라망신 아닌가?  아저씨는 '풀'이란 단어를 아는지, 아니면 풀을 요구하는 내가 어처구니가 없는지 팔짱만 끼고 있었다.  풀이 없어 못 붙이겠다고, 나더러 어쩌라고 하는 표정으로 나도 아저씨를 한참동안 바라봤다.  아저씨가 포기했는지 내 여권과 서진이 여권을 휙 채가며 수입인지를 자기 혓바닥으로 가져가 걸쭉한 침을 척 발라 우리 여권에 탁탁 붙였다.  아~ 드러워.  이럴 줄 알았으면 체면이 좀 구기고 대한민국 위상이 좀 실추되더라도 내 침으로 하는 건데.  아 진짜 드러워!!  어쩌냐???

  서진이와 나는 인상을 있는 대로 구기고 아저씨를 흘겨보며 짐을 찾으러 나왔다.  무슨 놈의 나라가 입국장에 풀도 안 갖다 놓구 난리람!!  대체 이집트는 어떤 나라야???  내가 꿈꾸던 그 나라 맞아?


  사기꾼 천지


  짐을 끌고 다니는 내게 제복을 입은 아저씨가 정부에서 나온 공항요원이라며 리무진을 불러주겠다며 다가왔다.  얼마냐고 물으니 70파운드 달란다.  70파운드면 홍콩불 100불에 가까운 돈이다.  "25파운드!"하고 말하니 아저씨가 두 말 안하고 뒤돌아 갔다.  '헐~  내가 좀 심했나?'  택시를 잡기위해 밖으로 빠져나가는 동안 숱한 불법 영업승용차와 택시기사들이 들러붙어 흥정을 해댔다.  이들은 기본 60파운드 이상을 불렀다.  나는 조금 올려 30파운드를 불렀지만 이들은 다 뒤돌아 갔다.  한참을 그렇게 싸우고 있으려니 그나마 있던 차들도 다 빠져나가고 공항에는 택시 한대 보이질 않았다.  1시간 가까이 시간이 흘렀다.  조바심이 일고 화가 나기 시작했다.  해는 중천으로 떠올라 점점 뜨거워지는데 우리는 언제나 갈 수 있으려나...  

  하얀 경찰복을 입은 서양 남자가 차를 타고 가다 인상을 있는 대로 쓰고 있는 우리를 발견하고는, 이집트 방문이 어떠냐고?  괜찮냐고 물어왔다.  생소하고 무서운 인상의 이집트 사람들만 보다 노란머리에 파란 눈의 서양인을 보니 어찌나 반갑던지?  
  나는 목소리를 있는 대로 높여 "엉망진창"이라고 대답해 줬다.  "택시 한 대도 얼쩡대지 않고, 너도 나도 다 사기 치려고 달려드는 이런 데는 정말이지 '엉망진창'이다!!"  

  서양인이 왜 이곳에서 경찰이 되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여하튼 그 아저씨가 우리를 가엾이 여겨 저만치서 빠른 속도로 지나가는 택시를 호루라기를 불며 잡아 세웠다.  그리고는 우리를 행선지까지 데려다 주라고, 명령을 했다.  나는 반드시 '30파운드' 이상은 안 된다고 경찰이 있는 앞에서 택시기사에게 못 박았다.

  택시는 움직이기 시작했다.  덜컹덜컹, 에어컨도 없다.  택시 문이 벌컥 열려 밖으로 내동댕이쳐지지만 않아도 다행이다 싶은...  먼지투성이라 어디 한 군데 손으로 만질 수도 없다.  고약한 냄새, 노린내인 듯한 냄새가 나는데 도대체 이건 무슨 냄샐까?  기사 아저씨가 틀어놓은 시끄러운 음악은 무슨 '주술'처럼 들렸다.  

  아! 낯선 나라를 여행할 때마다 공항에 도착해 느끼는 이 황량하고 기분 나쁜 불안감.  그동안 다녀봤던 나라 중 이집트는 최악이었다.  내가 과연 어린 딸아이를 데리고 이 나라를 끝까지 그것도 건강하게, 제대로 여행 할 수 있을까?  영어도 간신히 통하고 지저분하고 삭막한 이집트의 첫인상에서 나의 그 의기양양하던 자신감도 슬며시 꼬리를 내리고 있었다.

  택시기사는 카이로 시내에 한국인들이 주로 모여 산다는 '뉴마디'에 데려다 줬다.  약속했던 대로 30파운드를 주니 10파운드 더 달라고 한다.  이렇게 제대로 온 것만 해도 감지덕지지 싶어 얼른 10파운드를 줬다.  

  주소지에 적혀진 아파트 초인종을 누르니 아무런 대답이 없었다. 공중전화 하고 있는 젊은 남자에게 다가가 전화 좀 걸자고 부탁했다.  친절하게도 자기가 하던 대화를 끊고 우리를 위해 전화를 걸어줬다.  택시기사가 우리를 엉뚱한데 내려 줬다는 걸 우린 금방 알게 됐다.  


피라미드 앞에 서다


  간신히 친구네 집 열쇠를 받아들고 한국으로 휴가를 떠나있는 친구네 집에 도착해 하루 종일 뒹굴 거리며 쉬었다.  이렇게 첫날을 무위도식하자니 허무감이 밀려왔다.  우리는 택시를 잡아타고 '기자피라미드'로 갔다.  해는 벌써 붉은빛을 띠며 서쪽으로 기울고 있었다.  20여분 가까이 택시로 달려가니 그 곳에 피라미드 세 개가 우뚝 서 있었다.  

  아, 피라미드!  그래, 내가 오랫동안 그리던 바로 그 피라미드, 아, 위대한 피라미드여!   그래, 난, 나는 모든 걸 용서할 수 있어.  사기꾼이 있으면 어때?  무례하면, 더러우면 어때?  피라미드가 이곳에 이렇게 당당하게 서 있는걸, 그래서 나는 이집트가 좋은 거야!  아, 쿠푸왕의 숨결이 깃들이 있는 피라미드여!

<글 : 로사> / 계속
* 위클리홍콩님에 의해서 게시물 복사되었습니다 (2005-12-07 1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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