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230호, 7월 18일]
홍콩법원 "어느 곳보다 깨끗해야 할 언론이 믿음에 상처줘"
한국ABC협회가 의 유가부수 부풀리기 조작..
[제230호, 7월 18일]
홍콩법원 "어느 곳보다 깨끗해야 할 언론이 믿음에 상처줘"
한국ABC협회가 <조선일보>의 유가부수 부풀리기 조작에 동조했다는 사실을 문화관광부가 공식적으로 확인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파문이 급속 확산되고 있다. 한국ABC협회와 <조선일보>의 신뢰에 근본적인 의문이 제기된 사건이기 때문이다.
외국에선 이런 일이 발생한다면 어떻게 처리될까. 이와 관련, 눈길을 끄는 한 사례가 있다. 지난 1999년 홍콩에서 발생한 <홍콩 스탠더드>지의 부수조작에 대한 홍콩 법원의 판결이다.
1999년 1월 20일, 세계 언론계의 비상한 관심을 모은 한 판결이 나왔다. 홍콩 지방법원이 이날 홍콩의 언론재벌인 <싱타오 신문 유한공사(星島新問集團)> 그룹에서 발행되는 영자지 <홍콩 스탠더드>의 사장 등 중역 3명에 대해 신문 판매부수 조작을 사기로 인정해 징역형을 선고한 것. 법원은 이 신문의 소숙와(蘇淑華·35)사장에게 징역 6월을, 탕청싱(鄧昌成·49) 재무이사와 웡 와이성(黃偉成·45) 前판매이사에게 각각 징역 4월을 선고했다. <홍콩 스탠더드>는 1949년 창간된 홍콩의 유력신문 중 하나다.
피터 라인 판사는 판결문에서 "비록 피고들의 범죄는 신문의 상업적 측면에서 발생했다고는 하나 이른바 언론이라 불리며 홍콩대중의 생활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기관에서 일어났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 어느 곳보다 깨끗해야 되는 곳으로 대중이 믿고 있는 이같은 기관에서 만들어진 거짓은 대중들의 믿음과 기대에 상처를 줬다"며 실형 이유를 밝혔다.
법원에 따르면, <홍콩 스탠더드>는 94년 3월부터 96년말까지 '몬스타'라는 유령회사를 만들어 매일 수천부의 <홍콩 스탠더드>를 사게 만든 뒤 이를 폐기처분하는 방법으로 발행부수를 조작해왔다. 96년말에 홍콩ABC협회에 신고한 발행부수가 6만5천여부였던 점을 감안하면 상당량의 부수를 조작한 것.
<홍콩 스탠더드>의 발행부수 조작 사실이 세간에 처음 알려진 것은 1996년 8월의 일이다. 홍콩총독 산하 감사기관인 '염정공서(ICAC)'가 1만4천여부의 <홍콩 스탠더드>지가 완차이 부도에 버려진 것을 발견하고 수사에 착수한 것. 그 결과 <홍콩 스탠더드>지와 자매지인 <홍콩 선데이 스탠더드>의 발행부수 조작 사실이 백일하에 드러났고, 3명의 실무자가 법원으로부터 실형을 선고받기에 이르렀으며 실제로 그후 실형을 살았다.
<홍콩 스탠더드>는 이 사건 후 대중의 신뢰를 상실하자 신문사 이름을 <에이치케이아이메일(HKiMail)>로 바꾸었고, 2001년에 다시 이름을 <더 스탠더드>로 바꾸었다가 지난해부터는 아예 타블로이드 무가지로 전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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