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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의 나라 이집트 여행기 (1)
  • 위클리홍콩 기자
  • 등록 2005-08-04 12:5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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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88호, 7월29일] 신의 나라 이집트 여행기 (1) 람세스를 찾아 람세스와의 만남, 여행을 위한 준비   ..
[제88호, 7월29일]

신의 나라 이집트 여행기 (1)
람세스를 찾아



람세스와의 만남, 여행을 위한 준비

  크리스티앙 자크의 '람세스'를 읽는 동안 나는 이집트와의 사랑에 빠졌다.  아니 람세스와의 사랑에 빠졌다고 하는 게 정확할 것이다.  이집트에 대한 강한 애정을 갖고 이 책을 썼던 저자 크리스티앙 자크는 정말 전생에 이집트 사람이 아니었을까 싶을 정도로 써내려간 내용이나 세세한 부분들이 영화를 보듯 생생했다.

  람세스가 내 안 깊숙이 자리한 그 때부터 나는 이집트를 동경하고 또 이집트 역사가 이뤄 낸 스핑크스와 피라미드,  파라오, 미이라 등이 주는 신비감에 매료됐다.

  지난 해 여름, 느닷없이 이집트로 여행을 떠나겠다고 하자 항상 '절대안전'을 지향하는 남편이 극구 말렸다.  테러와 전쟁 위험에 휩싸인 전쟁터에 왜 목숨 걸고 들어가느냐는 것이었다.  남편 모르게 이집트로 가는 여정을 체크한 후 이집트에 사는 친구에게 휴가를 가겠노라고 통보했다.  그런데 이집트로 가는 비행기는 연일 만원인지라 나 같이 아무 대책없이 무작정 길을 떠나는 사람에게는 기회가 주어지지 않았다.

  그리고 다시 1년이 흘렀다.  두어 달 전쯤, 초등학교 4학년에 재학 중인 딸 아이 서진이와 함께 깜종 퍼시픽플레이스를 지날 때 몇 가지의 이집트 문물을 전시해 놓은 전시장이 눈에 띄었다.  서진이와 나는 누가 뭐랄 것도 없이 그리로 달려갔다.  거기에 있었다.  이집트의 미이라가 두터운 유리관에 담겨 발 아래 놓여져 있었다.  신비로운 조명과 함께.

  서진이는 미이라를 보며 이 미이라를 어떻게 만드는지, 특히 두개골 속에 든 뇌를 어떻게 끄집어내 지, 투캉카문이 어떻게 몇 살에 죽었는지, 파라오는 어떤 존재인지를 신나게 이야기 하고 있는 것이었다.  내게 서광이 비쳐왔다.  이 서진이를 볼모로 이집트로의 여행을 다시 꿈꾸면 분명 현실로 다가올 것이기 때문이다.  자식 이기는 부모 없다지 않은가? 나의 머리는 바쁘게 돌아갔다.
  "서진아, 우리 이집트로 여행 갈래?"  
  서진가 반색을 하며 눈을 반짝였다.  꼭 그렇게 하자고, 이집트에 꼭 가고 싶다고.  다음날부터 딸아이는 엄마와 함께 이집트에 갈 것이라며 학교 선생님들과 친구들에게 자랑을 늘어지게 했다.

  이집트로 여행을 떠난다면 반대부터 할 남편에게, 서진이가 학교에서 이집트 역사에 대해 배우고 있다, 이런 때 이집트 여행을 한다면 평생 잊혀지지 않은 산교육이 될 것이다, 서진이가 이미 동네방네 소문을 내놔서 안가면 절대 안됀다, 이집트 정세도 안정된 듯하니 여름 성수기가 되기 전에 훌쩍 다녀오겠다... 등의 핑계를 대고 남편을 설득하니 마지못해 그렇게 하라고 허락을 했다.


이집트로

  6월29일, 나와 서진이 막내 진호와 메이드 애드나는 일단 다 같이 서울로 향했다.  만 5살 반인 남자아이를 이집트로 데려가기에는 엄두가 나지 않았다.  진호와 애드나를 인계하기 위해 인천 공항에서 시어머니를 만났다.  낼모레면 나이 40인 맏며느리가 어머니 자신이 손수 귀하게 기른 어린 손녀를 데리고 험한 나라로 떠난다고 하니 마음이 안 놓이시는지 안색이 밝지 않으셨다.  워낙 정신없이 사방 팔방 뛰어다니는 나를 누구보다 잘 아는 어머니인지라 '짐 떨구 듯 서진이 떨궈놓고 다니지 말라!'며 한 말씀 하셨다.  

  우리는 공항에서 'Lonely Planet' 한 권과 '세계를 간다 이집트' 편 한 권을 산 후 밤 9시 30분 두바이 경유, 카이로행 대한항공 비행기에 올랐다.  비행기가 활주로를 신나게 달리며 하늘로 치솟자 가슴이 벅차왔다.  결국 우리는 이렇게 이집트로 7박 10일간의 여행을 떠나게 됐구나. 아, 이 감격을 어찌 다 말과 글로 표현하랴!!

  그러고 보니 이번 여행을 위해 나나 서진이나 별로 준비한 게 없었다.  무작정 떠난 여행, 이집트의 역사를 기록한 책 한 권 정도는 읽고 공부했어야 했다.  더구나 이집트는 세계 4대문명 발생지 중 하나인 나일강과 함께 숨쉬고 있는 곳이 아닌가?  가지고 있는 책이라도 정독해서 아쉬운 대로 이집트에 대해 공부를 하려 했으나 어찌된 일인지 한 장 읽으면 조금 전에 읽었던 그 전 장이 까마득히 기억이 나지 않은 것이었다.  아, 이런 세상에.  공부도 때가 있다더니 그 말이 맞긴 맞는 모양이다.  이일을 어쩌누...  녹슬어 가는 머리지만 '영원히 살 것처럼 배우라'던 어느 책 제목처럼 배워야지, 암암 배워야 하고 말고...


두바이 공항에서

  9시간을 날아 새벽 2시에 두바이 공항에 도착했다.  비행기에서 내려 바로 밖에서 기다리고 있다 다시 비행기를 탈 줄 알았다.  그런데 그게 아니었다.  일단 통과객용 카운터를 통해 출국을 한 다음 3세간 가까이 기다리는데 춥고 졸립고 지쳐있어 그 시간 때우기가 여간 어려운것이 아니었다.

  카운터 앞 의자에 앉아있는데 차도르를 둘둘 말아 쓴 이집트 여인과 두 아이가 우리 곁에 다가와 앉았다.  이들은 어쩜 그렇게 낯선 우리를 향해 활짝활짝 잘도 웃는가?  기자인 남편을 따라 중국에서 살다가 아이들의 방학을 맞아 이집트로 휴가를 가고 있다고 한다.  아이들의 중국어 실력이 대단했다.  

  이집트 여인이 물이 있으면 좀 달라고 한다.  내가 입을 대고 벌컥벌컥 마셔댔을 지도 모를 일인데도 그녀는 무작정 달라고 한다.  참으로 의아스럽기도 하지, 하는 수 없이 "입을 대고 먹지 않았으니 마셔도 된다"는 말과 함께 물병을 건네고 다른 곳을 응시했다.  물을 잘 마셨다며 그 여인이 다시 내게 물병을 돌려주자 서진이가 "저 아줌마가 입 대고 먹었다"며 불쾌감을 표시했다.  황당!! 나는 그 여인의 눈을 피해 휴지통에다 기름값 보다 비싼 물을 통째로 버려 버렸다.


이집트와의 첫 만남, 카이로 국제공항

  두바이에서 출발한 지 두 시간이 조금 지난 아침 8시 반에 비행기는 사막 한가운데를 지나 이집트국제공항 활주로에 내려앉았다.  그러자 비행기에 타고 있던 중동 사람들은 약속이라도 한 듯 박수를 쳤다.  갑자기 웬 박수?  유명 연예인이라도 나타났나 싶어 두리번거렸으나 아무도 보이지 않았다.  무사히 이집트에 도착한 것에 대해 감사를 보내는 것인지, 아니면 잠자리처럼 가뿐하게 활주로에 내려앉은 기장의 숙련된 솜씨에 감동을 받아서 박수를 쳐대는 것인지, 너도나도 우렁찬 박수를 쳤다.  희한도 하여라!
<글 : 로사> / 계속
* 위클리홍콩님에 의해서 게시물 복사되었습니다 (2005-12-07 1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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