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225호, 6월 13일]
홍콩에서 고위관리들의 이중국적 문제가 사회적 쟁론으로 불거진 가운데 최근 고위급 공무원들이 잇달아 외국 ..
[제225호, 6월 13일]
홍콩에서 고위관리들의 이중국적 문제가 사회적 쟁론으로 불거진 가운데 최근 고위급 공무원들이 잇달아 외국 국적을 포기하고 있다.
홍콩 공무원들의 이중국적이 도마에 오른 것은 최근 중국에서 기승을 부리고 있는 중화 민족주의와 신애국주의 영향에 의한 것이라는 점에서 주목을 끌고 있다.
이중국적에 대한 사회적 논란이 거세지자 최근 홍콩의 상무 및 경제 발전국 수진량(蘇錦梁) 부국장, 환경국 판제(潘潔) 부국장 등 차관급 고위관리들이 잇달아 외국 국적 포기 선언을 하기에 이르렀다.
이에 대해 고관들의 이중국적 문제를 집요하게 물고 늘어져온 주민들과 입법회(의회)는 애국적 충정이라며 환영을 표시하고 있다.
홍콩 관리들이 이중국적을 보유하게 된 것은 과거사적 관행으로 법적인 측면에
서 하등 시빗거리가 될 게 없다. 홍콩(중국)인들이 홍콩 시민권외에 영국과 캐나다 미국 등 외국 국적을 보유한 것은 과거 홍콩의 특수한 지위에서 비롯된 일종의 '역사적 산물'이다. 중국 정부는 11년 전 홍콩 반환 시 1국 2체제 정책을 골격으로 향후 50년 이상 독립적 체제를 유지시킬 것을 약속한 바 있다.
하지만 최근 들어 중국 대륙은 물론 지구촌 곳곳에 들끓고 있는 중화 신민족주의 기류는 급기야 홍콩 공무원들의 이중국적까지 문제삼기에 이르렀고, 대중 여론에 떠밀린 공무원들은 이리저리 눈치를 보며 속속 외국 국적을 포기하고 있다.
홍콩 특구에서는 최근 정부가 임명한 부국장급 고위간부 8명 가운데 5명이 영국 캐나다 등 외국 영주권을 지니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신애국주의로 무장한 일부 네티즌은 이에 대해 홍콩에 서방국 내각이 들어선 것이냐며 공격의 화살을 퍼부었고 많은 주민이 이런 여론에 호응하고 나섰다.
차관급 고위 정부인사들 중에는 수진량 부국장과 판제 부국장외에 양펑이(梁鳳儀) 재경사무국 부국장 등 대부분 관리들이 잇따라 외국국적 포기 대열에 합류 했다.
양 부국장은 '기본법' 등 법률상에는 이중 국적 금지조항이 없지만 이민 등 해외거주 계획이 없어 영국 국적을 포기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관리들의 외국 국적 포기는 표면적으로는 자발적 결정의 모양새를 취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예전과 달리 외국 이중국적을 갖고 홍콩에서 고위 공무원 행세를 하기 힘들어진 세태를 반영하고 있다. 최근 들어 이중국적 고관들에 대해 거부감을 표시하는 중화 민족주의가 팽배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판제 부국장은 "최근 사회적 쟁론을 지켜본 결과, 외국 국적 포기 주장이 옳다는 판단에 따라 미국 대사관에 미국 국적 포기신청서를 제출했다"고 밝혔다. 관리들은 개인적 판단에 의한 것이라고 말하지만 궁극적으로는 신민족주의를 기치로 한 여론의 거센 압력에 밀린 결정이다. 관리들은 너나할것없이 이중국적 논란이 조기에 종료되기만을 고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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