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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 저널] 주말엔 길거리서 떠도는 홍콩의 가정부들
  • 위클리홍콩 기자
  • 등록 2008-06-12 15:4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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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225호, 6월 13일] 주인 가족들만의 단란한 시간을 위해 내몰려 필리핀·태국 출신 수십만명 처우 문제로 비화   정오 무렵..
[제225호, 6월 13일]

주인 가족들만의 단란한 시간을 위해 내몰려
필리핀·태국 출신 수십만명 처우 문제로 비화


  정오 무렵 홍콩 섬 코즈웨이 베이 역 부근의 빅토리아 공원. 축구장 7개 넓이의 제법 큰 공원의 나무 밑이나 벤치에는 어김 없이 수십, 수백 명씩 그룹을 지은 젊은 여성들이 모여 앉아 잡담을 하고 있었다.  도시락을 까먹는 이들도 있다. 얼핏 보기에도 피부색이나 언어가 홍콩사람들과는 확연하게 다른 동남아 여성들이다.

  주말이면 이곳뿐 아니라 홍콩 섬 센트럴 광장, 깜종의 홍콩 공원, 침사추이의 카우룬 공원에도 수백 명씩 몰려다닌다.  전날(7일)처럼 폭우가 쏟아지면 대형 건물이나 고가 다리 밑에서 하루 종일을 보낸다.

  이들은 집주인 가족이 단란한 주말 시간을 가질 수 있도록, 일터(집)를 비워줘야 하는 가정부(메이드)들이다.  요즈음 홍콩에선 이들 여성에 대한 처우 문제로 시끄럽다.  홍콩 전체로는 30만 명을 넘는다.

  주말이면 거리로 내몰리는 메이드들의 딱한 처지를 보고, 일간지 사우스 차이나 모닝포스트에 독자 오리아나는 지난달 25일자 투고에서 "홍콩의 수십만 명 가정부들은 주말마다 더러운 거리에서 쉬는 것보다 더 나은 대접을 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또 다른 독자 로웨나는 지난 1일자 투고에서 "홍콩의 거리가 필리핀·인도네시아·태국 등과 비교해서 그렇게 더러운가.  홍콩 가정부들은 싱가포르나 대만, 중동 지역의 가정부들보다 충분히 잘 살고 있으니 더 잘 해줄 게 없다"고 반박했다.

  '가정부 문제'는 이후 홍콩 정부가 가정부를 둔 가장(家長)으로부터 400홍콩달러(약 5만2360원)씩 거둬들이는 '가정부 부과금'을 계속 거둘지 여부로 번졌다.  가정부 부과금은 애초 2003년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광풍으로 경제가 기우뚱하고 재정 적자가 늘어나자, 홍콩 정부가 2004년부터 이른바 '노동자 직업교육 기금'이란 명목으로 거두기 시작한 것이다.  하지만, 홍콩은 2004년부터 5~8%의 고도 성장을 계속하면서 세금이 남아돌아 올해 초 가구당 수십만~수백만 원씩 세금을 돌려주기도 했다.  그러자 한쪽에선 넘치는 세금도 되돌려 주는데, 차라리 400홍콩달러 부과금 징수를 중지하고 그 돈을 가정부들에게 일률적으로 더 주자는 주장도 나왔다.  현재 홍콩의 가정부 최저임금은 3480홍콩달러(약 45만6200원)다.

  사우스 차이나 모닝포스트는 4일자 사설에서  "가정부들도 우리의 가정과 아이들, 노인들을 돌보는 우리 공동체의 일원"이라며 "홍콩 경제가 호(好)시절인 만큼 '가정부 부과금'은 당장 폐지하고 홍콩의 경제 번영에 걸맞게 가정부들의 최저 임금도 올려주자"고 제안했다.

<출처 : 조선일보(이항수 특파원 hangsu@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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