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 | 기사입력 2008.05.27 14:02

"철근 하나 없이 속빈 벽돌로 시공"

(홍콩=연합뉴스) 정주호 특파원 = 쓰촨(四川) 대지진으로 집중 피해를 입은 이 일대 7천여곳의 학교 건물들이 예상대로 철근 하나 없이 부실하게 시공된 사실이 속속 밝혀지고 있다.

홍콩 명보(明報) 등은 27일 이 일대 학교 건축물의 내진설계 기준이 지나치게 낮게 설정됐던데다 그나마 내진설계 기준을 제대로 맞춘 학교를 찾아보기 힘들었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쓰촨에서만 모두 7천개 학교 건물이 붕괴되거나 완파, 반파됐으며 이로 인해 6천명의 학생, 교사가 사망한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폐허로 변한 학교 건축물을 점검해본 건축 전문가들은 교사가 마치 나무벽돌 장난감으로 지어진 것처럼 단 한번의 충격도 견딜 수 없을 정도였다고 지적했다.

멘주(綿竹) 지역의 붕괴된 푸신(富新)제2초등학교를 시찰한 홍콩 이공대 초우캄팀(周錦添) 교수는 "3층 높이 건물을 지탱하는 기둥이 모두 벽돌조각이었다"며 "규정상 학교건축물은 기둥 하나에 4개 이상의 철근이 들어있어야 하는데 이 건물 기둥엔 철근이 없었다"고 말했다.

초우 교수는 그마나 이런 벽돌마저 속이 비어 있었다고 덧붙였다.
국가지진국 공정역학연구소 궈쉰(郭迅) 박사도 "베이촨(北川)현에 소재한 10곳의 붕괴 교사(校舍) 가운데 2곳만 국가기준에 맞춰 건축됐다"고 "폐허가 된 학교 하나는 담의 두께가 12㎝로 국가가 규정한 24㎝에 훨씬 못미쳤다"고 말했다.

모두 40개 학교가 무너진 스팡(什 < 方+阜 > )시의 원광더우(文光斗) 규획건설국장은 상당수 학교 건물이 1979년 당시의 내진설계 기준을 적용하는 바람에 규모 8.0의 강진에 모두 무너질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교육당국 역시 지나치게 낮게 설정된 내진기준 탓으로 돌리고 있다.
중국 교육부 왕쉬밍(王旭明) 대변인은 "수많은 학생.교사의 사망을 초래한 이번 지진의 강도는 학교 건축물 내진설계 기준을 초과해 일어난 것"이라며 "학교 건축물이 설계측면에서 선천적 결함을 갖고 있었다"고 주장했다.

그는 청두(成都), 원촨(汶川) 지역의 학교 건축물은 규모 7.0의 지진에 견딜 수 있도록 돼 있었고 더양(德陽)의 내진설계 기준은 규모 6.0이었다며 이번 규모 8.0의 지진에 버티기 힘들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중국 건설부측은 교사 시공 과정에서 건설사들이 불량 자재를 사용하거나 부실하게 시공한 상황을 배제할 수 없다며 조사결과가 나오는대로 엄정하게 처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jooh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