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221호 5월 9일]
세계 유수의 금융기관들을 한 자리에서 만날 수 있는 곳이 있다. 국제금융센터로서의 면모를 ..
[제221호 5월 9일]
세계 유수의 금융기관들을 한 자리에서 만날 수 있는 곳이 있다. 국제금융센터로서의 면모를 과시하고 있는 홍콩. 국제금융시장에서 홍콩이 차지하고 있는 위상은 아직 높다.
홍콩의 스카이라인을 이루는 대부분의 고층건물들이 금융사들이다. 홍콩 금융의 상징이라고 할 수 있는 HSBC은행 본점, 기하학적인 아름다움을 한껏 뽐내고 있는 BOC(뱅크 오브 차이나) 타워 등이 먼저 눈에 띈다.
특히 88층, 420미터의 높이로 최근 우뚝 솟아오른 국제금융센터(Two IFC)는 홍콩이 국제금융의 중심지라는 것을 대변해주는 듯 하다. 빅토리아항의 새로운 명물로 자리잡은 국제금융센터에는 BNP파리바, 언스트앤영 등 다양한 금융사들이 입주해 있다. 산업은행 사무소와 하나은행 지점도 이 곳에 입주해 있다.
그럼에도 2000년대 들어 홍콩은 국제금융의 중심이라는 위상이 여러 면에서 위협받고 있다. 최근 급속한 성장을 보이는 상하이가 맹추격을 해오고 있으며 일각에서는 10~15년 후에는 홍콩을 추월할 수도 있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싱가포르 역시 가장 강력한 경쟁상대다. 게다가 홍콩의 금융기관 수는 줄어들고 있으며 외환거래량도 감소추세다.
◆세계 20대 은행 모두 홍콩에… 은행수만 총 200개 넘어
홍콩 금융시장에서 영업하는 외국계 은행의 위상은 높다. 우선 세계금융시장에서 자산규모가 1위인 곳에서부터 20위까지의 은행이 모두 홍콩에서 영업을 하고 있다.
상위 21위에서 50위까지의 은행도 다소 줄어들었지만 절반에 가까운 22개가 활동하고 있다. 상위 51위에서 100위 사이에는 26곳이 홍콩에 진출해 있다.
세계에서 상위 100위 안에 드는 은행 가운데 68%가 홍콩에서 영업활동을 하고 있는 셈이다. 이들 중 대부분이 모든 종류의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인가은행으로 활동하고 있다.
홍콩금융관리국에 따르면 홍콩에는 지난해 말 기준으로 세계 100대 은행 가운데 68개가 진출해 있다. 올 3월 기준으로는 143개의 인가은행, 29개의 제한인가은행, 29개의 예금수취회사 등 총 201개의 은행이 포진하고 있다.
이 가운데 외국은행은 인가은행 120개, 제한인가은행 13개로 전체의 66%나 차지하고 있다. 이 밖에 외국은행의 지역 사무소도 79개나 있다.
은행간 시장의 일평균 거래량도 올 1월 현재 4539억 홍콩달러에 이르고 있다. 주식시장은 시가총액이 올 3월 16조9379억홍콩달러 수준이다. 홍콩증시가 활황이었던 지난해 10월에는 시가총액이 23조699억홍콩달러에 달하기도 했다.
◆우리나라 금융사도 홍콩 진출 활발
세계 유수의 투자운용회사들이 홍콩에서 활동하고 있으며 우리나라 금융사들의 홍콩 진출도 활발하다. 현재 우리나라 은행은 대부분 홍콩에 지점 또는 법인을 설립하고 활동하고 있다.
우리은행과 하나은행, 외환은행은 인가은행으로 홍콩에 지점을 두고 있고 기업은행과 신한은행은 제한인가은행으로 지점을 운영하고 있다. 또 산업은행(KDB 아시아 리미티드) 및 국민은행(국민은행 홍콩 리미티드)은 제한인가은행으로 법인을 설립해 활동하고 있다.
수출입은행(KEXIM 아시아 리미티드), 신한은행(신한 아시아 리미티드), 우리은행(우리 글로벌마켓 아시아 리미티드)은 예금수취회사로 등록해 운영 중이고 신한은행과 우리은행이 설립한 법인은 홍콩에서 투자은행(IB) 업무를 개척하고 있다. 산업은행은 홍콩에 대표사무소를 설치해 운영하고 있다.
◆금융기관 수 줄고 자금조달 규모도 감소세
동아시아 금융위기 이전인 1996년 홍콩의 금융기관 수는 380여개에 달했다. 그러나 지금은 201개로 줄었다. 이같은 추세는 동아시아의 외환 및 금융위기 영향으로 1998년 이후 금융시장 구조개혁과 은행산업 구조조정을 지속적으로 추진해 온 데 따른 것이다.
인가은행은 1997년 말 180개에서 올해 143개로, 제한인가은행은 1997년 말 66개에서 29개로 줄었다. 1997년 115개에 달하던 예금수취회사는 현재 29개에 불과하다. 홍콩의 은행산업은 1990년대 중반 이후 지속적으로 위축되고 있는 셈이다.
아울러 양도성 예금증서(NCDs) 발행을 통한 자금조달도 급격히 줄어들고 있다. 지난 2005년 10월 2693억 홍콩달러에 이르렀던 NCD 잔액은 올 2월 1510억 홍콩달러 규모로 위축됐다. 2년여 사이에 절반 가까이나 축소된 것이다.
◆국제금융센터로서의 위상 회복 중
홍콩의 외환시장은 과거의 영화를 조금씩 찾아가는 모습을 보이기는 하지만 아직 완전히 회복하지는 못하고 있다. 국제결제은행(BIS)이 54개국의 중앙은행이나 통화당국과 공동으로 설문조사한 결과를 보면 1992년 홍콩의 일별 순거래액이 미화 600억달러로 규모면에서는 6위를 기록했었다. 1995년에는 50% 성장한 900억달러로 스위스를 누르고 5위를 기록했다.
이후 1998년에는 홍콩이 790억달러로 줄어들어 영국, 미국, 싱가포르, 일본, 독일, 스위스에 이어 7위로 내려앉았다. 물론 지난해에 한단계 뛰어오르기는 했지만 이는 독일 외환시장이 축소된 탓이었다. 지난해 홍콩의 외환시장 일별거래액은 1750억달러였으며 영국(1조3590억달러), 미국(6640억달러), 스위스(2420억달러), 일본(2380억달러), 싱가포르(2310억달러)의 뒤를 이어 6위였다.
홍콩의 외환시장은 지난 1990년대 말보다는 많이 성장했지만 세계 외환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4.4%로 지난 1998년의 4.0%에서 크게 확대되지는 못하고 있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1997년 아시아 금융위기로 외환시장 규모가 축소됐고 중국경제의 개방과 부상에 힘입어 상하이가 새로운 국제금융센터로 부각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홍콩의 외환거래 일부가 상하이 및 경쟁시장인 싱가포르로 옮겨간 데 따른 것이다.
그럼에도 중국과의 통합으로 홍콩내 위안화 예금은 크게 증가하고 있다. 지난 2004년 초 8억9500만위안 수준이었던 예금은 올 2월 478억2200만위안으로 대폭 늘어났다.
◆"중국과 동반성장한다"
홍콩은 지난 1997년 7월 중국에 반환된 이후 1국가 2체제를 유지하고 있다. 홍콩의 선진금융시장을 유지한 채로 급속한 경제성장을 보이고 있는 중국과 동반성장한다는 전략이다.
중국은 지난해 초 11차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을 발표했다. 여기에는홍콩을 중국의 국제금융중심으로 키워낸다는 전략을 포함하고 있다.
중국본토의 투자자이나 펀드운용사 및 금융사들의 해외진출을 홍콩을 통해 촉진
한다는 것, 홍콩의 금융기법들을 중국본토에 이식하는 것, 홍콩에서의 위안화 거래를 활성화하는 것, 중국본토와 홍콩 간의 금융인프라 연결을 강화하는 것 등을 골자로 하고 있다.
그 첫 시도로 지난해에만 100억위안 규모의 위안화 채권을 홍콩에서 발행하기도 했다. 이렇게 만들어진 위안화 채권시장은 중국과 홍콩의 금융시장을 더욱 긴밀하게 연결시켜 줄 것으로 홍콩의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홍콩금융관리국은 올해 중국본토와 홍콩 금융시장간의 연결을 더욱 강화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또 홍콩의 위안화시장을 더 확대시킨다는 방침이다.
그럼에도 홍콩이 극복해야 할 과제는 여전히 존재하고 있다. 특히 아시아지역에서 국제금융 중심으로서 경쟁상대라고 할 수 있는 싱가포르와 중국 상하이의 급속한 성장이 홍콩의 위상을 위협하는 요인으로 등장하고 있다.
싱가포르는 안정적인 정치환경 및 투자기금에 대한 과감한 세제혜택 부여 등을 내세우면서 홍콩과 국제금융센터로서의 주도권 경쟁을 하고 있다. 중국 상하이도 급속한 성장을 바탕으로 홍콩의 국제금융센터로서의 지위를 위협하고 있다.
이에 반해 홍콩은 국제금융센터로서 여러 가지 효율적인 인프라와 양질의 인력을 갖추고는 있으나 높은 부동산 가격에 따른 사무실 유지비용 증가와 상대적인 고물가 등으로 비용면에서 경쟁력이 떨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전반적으로 홍콩에서 영업하는 은행의 수가 줄어드는 것도 홍콩의 위상을 약화시키는 요인이 되고 있다. 특히 외국법인을 중심으로 감소하고 있으며 외환시장 거래규모도 중국 상해와 싱가포르 등 아시아지역의 경쟁상대들이 약진하면서 계속 위축되고 있다. 홍콩소재 금융기관과 해외에 있는 외환딜러간의 거래비중이 줄어들고 있는 점도 극복해야 할 과제다.
<출처 : 머니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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