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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 코치에게서 온 편지 (56) -기다림 속에서 해야 할 일들-
  • 위클리홍콩 기자
  • 등록 2005-07-13 23:40:56
  • 수정 2016-12-21 18:3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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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86호, 7월 15일] 한여름 시내 풍경   홍콩에 오래 살수록 저마다 다른 계절의 특성을 음미하는 자세가 점점 비딱해지는 것을 ..
[제86호, 7월 15일]

한여름 시내 풍경

  홍콩에 오래 살수록 저마다 다른 계절의 특성을 음미하는 자세가 점점 비딱해지는 것을 느낍니다.  

  하늘하늘 꽃송이와 입을 맞추기는커녕 먹구름에 흐린 날의 릴레이인 봄, 숨 막히는 더위 아니면 장마라는 두 개의 레퍼토리로 밀고 나가는 철면피적 여름, 월병 한 박스 비우고 나면 사라지는 가을, 그 뒤에 찾아오는 몽글몽글 푸른곰팡이들의 축제 겨울… 땀 한 방울 안 흘리는 체질로 태어나 더위를 모르는 사람에 대한 부러움, 에어컨과 제습기에 대한 본의 아닌 애착심만 해마다 깊어갑니다.

  요즘처럼 찌는 날 오후, 탈수 안 된 빨래마냥 땀에 절어 약속 장소 커피숍에 들어서면 제대로 앉아서 대화를 나눌 테이블 하나를 찾기가 마땅치 않습니다.  지구촌 곳곳에서 삼삼오오 몰려온 관광객들과 방학을 맞아 돌아온 유학파 청소년들로 시내가 부산하기 때문입니다.  

  불경기와 사스 이후 홍콩에서 모처럼 맛보는 생동감이라 이해하는 마음에서 가만히 짜증을 눌러 참고 앉아 있다 보면 그런 떠들썩한 장소의 구석에 혼자 앉아 양순한 염소처럼 조용히 샌드위치를 뜯어먹는 Expat 싱글들을 마주치기도 합니다.


“M, 휴가철인데 어디 가지 않았나 보군?”
“별로 가고 싶은 데도 없고 집에 가봐야 할 일 없긴 마찬가지라…”
“그래, 혼자 조용히 지낼 때도 있는 거지.”
“음… 실은 지금 새로 사귀는 B가 여행을 가자고 제안했지만 우리 관계가 왠지 같이 휴가를 보내기는 너무 이른 것 같아서 동행하지 않았어요. 쉬운 결정은 아니었지만…”


  싱글 남녀가 그들의 천생연분 soul mate를 만나기 위해서는 다소 외롭고 힘들더라도 인내심을 가지고 신중을 기해야 경솔한 선택으로 인해 나중 겪게 될 괴로움을 막을 수 있습니다.  

  4년 동안의 외로움 뒤에 새로 생긴 남자친구를 가뿐한 마음으로 따라나서기는커녕, 사뭇 진지한 투로 여름을 혼자 보내겠노라 선언하는 M이 무척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결혼한 친구들이 점점 늘어가고 싱글 생활이 길어짐에 따라 생기는 조바심과 외로움, 자신에 대한 의혹 등으로 자꾸 마음이 초조해진다고 일전에 고백한 적이 있는 그녀였기 때문입니다.

  "왜 빨리 나타나지 않는 거지?  언제까지 기다려야 되는 거냐구!"  꿈속에 그리는 평생 배필이 좀처럼 현실 무대에 나타나지 않는 것에 지치고 짜증이 난 싱글들은 토로합니다.

  "나는 도대체 왜 애인이 없지?  하다못해 P나 A도 제짝을 만나 가정을 꾸리는 판인데 말이야.  어으, 열받어!  내가 짚신보다 못한 존재란 말야!?"  성격까지 점점 공격적으로 변해가는 스타일이 있는가 하면 누가 뭐라기도 전에 스르르 무릎부터 꿇어버리는 자포자기형도 있습니다.  "무조건 여기저기 나가 돌아다닌다고 배우자감이 만나지나요?  무슨 현상 수배범도 아니고…"


얼마나 준비가 되어 있는가?

  간절히 원하는 교제 상대를 만나지 못 하는 이유는 자신이 어딘가 부족하고 못나서가 아닌 다른 곳에 있는지도 모릅니다.  어쩌면 아직은 누군가와 관계를 맺을 준비가 되지 않았기 때문일지도 모릅니다.  

  새로운 사람이 인생에 들어오기 위해선 그 사람이 들어와 머물 수 있는 '자리'가 필요하고 그 공간의 마련을 위해 불필요한 짐이나 과거의 잡동사니들을 치우고 정리하는 작업이 우선돼야 합니다.  

  K는 수년간 새로운 이성 관계를 원해왔지만 그것이 이루어지지 않자 자신의 생활을 세세히 재점검해보았습니다.  그리고는 미래에 대한 불안한 생각이 들 때마다 과거에 헤어진 사람들에게 연락하여 만남을 요구하는 자신의 행동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K는 자기가 현재 유지하는 대인관계 중에서 이미 유효기간이 지나버려 과거 속에 남겨둬야 할 만남들이 많다는 걸 깨닫고 주변을 정리하기로 마음먹었습니다.  그런 과정을 거치는중 자기도 모르게 솟아나는 에너지와 여분의 시간을 이용해 늘 해보고 싶었으나 미루기만 하던 일들을 하나하나 실행해나가기 시작했습니다.  

  변해버린 K의 인생에 새로 등장하는 사람들도 그가 변한 만큼이나 달라져갔습니다.  "내심 새로운 관계를 원하면서도 이미 끝나버린 관계들에 매달리고 있었으니 미래가 불안했던 거겠죠.  

  혼자 지내는 시간을 내가 원하는 미래를 준비하는 일에 쓸 수 있다는 생각은 한 번도 해보지 않았거든요.  이러이러한 사람을 만나 마음 편하게 살았으면 좋겠다고 간절히 바랄수록 여태 상대가 나타나지 않았다는 사실에 더 신경이 쓰이는 거예요.  

  그러다보면 자신도 못 견디게 지루하고 불안해져서 '그래도 예전이 지금 이 상태보다는 나았던 게 아닐까'하는 엉뚱한 생각이 들어 이미 헤어진 사람을 불러내게 되었던 거지요."

  누구나 헤어짐의 기억 한두 개 정도는 지니고 살아갑니다.  헤어지고 난 후에 찾아오는 아픔과 외로움을 지워버리려 새로운 만남을 찾아 나서기도 합니다.  다시 희망을 갖는다는 건 좋은 일이지만, 제대로 아물지 않은 상처를 비집고 들어서는 때 이른 만남은 장기적으로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아픔과 외로움의 나날 속에서도 앞으로 맺게 될 관계가 또 하나의 불행으로 끝나지 않고 뿌리 내릴 수 있도록 '자리'를 마련하는 일에 마음 쓰는 것이 현명하리라 생각합니다.

- 실패한 관계의 실제 원인은 무엇이었을까?

- 헤어짐의 결과에 있어 내가 기여한 부분은 무엇이었을까?

- 앞으로 똑같은 경험을 반복하지 않기 위해 나의 어떤 점을 고쳐야 할까?

  다시 찾아온 사랑이 오래 머물 단하나의 '자리.'  그 신성한 공간의 준비를 위한 물음에 열린 마음으로 답하고 변화를 꾀하는 당신이기를 바랍니다.

            *무료 샘플 코칭에 대한 문의나 칼럼에 대한 글을 보내시면 답해드립니다.

                                                                     라이프 코치 이한미(2647-8703)
                                                                     veronica@coaching-zone.com
                                                                     www.coaching-zon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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