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214호, 3월 20일]
독감 어린이 한 달새 4명 숨져 모든 초등학교 휴교령
보건당국, 손놓고 있다가 돌연 입장 바꿔 '불안 증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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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4호, 3월 20일]
독감 어린이 한 달새 4명 숨져 모든 초등학교 휴교령
보건당국, 손놓고 있다가 돌연 입장 바꿔 '불안 증폭'
홍콩이 독감의 공포에 떨고 있다.
최근 한 달새 독감 증세를 보이던 어린이들 4명이 잇따라 숨지면서 홍콩의 모든 초등학교와 유치원에 휴교령이 떨어졌다. 주민들 사이에선 2003년 홍콩 전역을 휩쓴 사스(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의 재앙을 연상케 하는 불안감이 확산되고 있다. 조류독감이 다시 창궐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까지 나오고 있다.
저우이위 홍콩 위생복리식물국장은 12일 유행성 독감이 어린이들 사이에 빠르게 번지고 있다며, 부활절 방학을 1주일 앞당겨 13일부터 2주일 동안 홍콩의 모든 초등학교와 특수학교, 유치원, 보육원이 휴교하도록 했다고 밝혔다. 홍콩에서 유행성 질병의 확산을 우려해 학교가 문을 닫기는 사스 발발 이후 처음이다. 저우 국장은 "이번 휴교령은 시민들의 불안감을 감안한 조처"라고 말했다.
홍콩에선 지난달 24일 21개월 된 아기가 고열에 시달리다 숨지는 등 최근 한 달새 4명의 어린이가 비슷한 증세로 목숨을 잃었다. 세살배기 어린이는 11일 고열과 두통을 호소하다 의식을 거의 잃어 응급실로 옮겨졌다. 이날 하루에만 툰먼과, 다푸, 위안랑, 황다셴의 23개 학교에서 184명의 학생이 독감 증세를 보인 것으로 집계됐다. 홍콩 언론들은 이달 들어 80개 학교에서 707명의 어린이들이 비슷한 증세를 보였다고 전했다.
홍콩과 가까운 선전과 광저우에서도 비슷한 상황이 펼쳐지고 있다. 선전 난산의 한 외국어학교에선 44명이 공부하는 한 반에서 33명이 독감 증세를 보여 수업이 중단됐다. 이 학교 교장은 "봄엔 독감이 유행하지만, 이처럼 심각한 상황은 처음 본다"고 말했다. 광저우에선 올 들어 8개 학교에서 유행성 독감 환자가 발생한 것으로 집계됐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은 광저우의 유행성 독감 환자가 지난해보다 30~50% 늘었다고전했다.
홍콩 보건당국의 대규모 휴교령에 주민들은 극심한 혼란 속으로 빠져들고 있
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보건당국이 전날까지만 해도 휴교령을 내릴 필요가 없다고 밝혔다며, 당국의 갑작스런 태도 변화가 주민들의 불안감을 증폭시켰다고 전했다. 일부 시민과 학생들은 외출할 때 마스크를 착용하기 시작했다.
홍콩 보건당국은 홍콩대 연구팀과 함께 이 유행성 독감이 사스나 조류독감과 연관돼 있는지를 조사하고 있다. 홍콩에선 2003년 사스가 발발해 300여명이 숨지는 대재앙을 겪었다. 지난달 8일엔 조류독감에 감염된 것으로 보이는 왜가리가 죽은 채 발견된 바 있다. 그러나 일부 역학 전문가들은 "계절적 요인으로 독감이 번지고 있을 뿐"이라며 "예민하게 반응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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