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3호, 12월 28일]
"정부만 배부르면 뭐하냐. 배 고픈 서민들의 생계를 보장하라."
마카오에서 지난..
[203호, 12월 28일]
"정부만 배부르면 뭐하냐. 배 고픈 서민들의 생계를 보장하라."
마카오에서 지난 20일 이례적으로 반정부 시위가 벌어졌다. 1999년 12월20일 마카오가 중국에 반환된 이후 정확히 8년째 되는 날이었다.
마카오 노동자 6000여명은 이날 오후 도심에서 마카오 특구 정부청사를 향해 가두행진을 벌였다. 이들의 요구는 크게 두 가지. 민주주의를 더 도입하고, 부패를
척결하라는 것이다.
시위대들은 "카지노산업으로 마카오경제는 붐을 맞고 있지만 민주주의가 없기 때문에 노동자들이나 빈민들에게는 전혀 혜택이 돌아오지 않는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들은 특히 최근 드러난 공무원들의 부패상에 더 분노했다. 현재 뇌물수수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아오 만롱 전 마카오 운수공무사 사장(건설교통장관)이 대표적인 예이다.
그는 7년간 재직하면서 민간 기업들로부터 무려 1억달러(약 940억원)의 뇌물을 챙긴 것으로 알려졌다. 마카오가 중국에 반환된 이후 부패 혐의로 기소된 최고위 관리다.
마카오는 중국에서 유일하게 카지노산업이 허용된 곳으로, 지난해 1인당 소득(2만 8436달러)이 홍콩(2만 7641달러)을 앞설 정도로 고속성장을 질주하고 있다.
그러나 도박산업을 앞세운 급성장으로 인한 부작용도 만만치 않다.
노동력의 25%가량을 중국 본토 등 불법이주민이 메우면서 임금이 하락해 마카오 노동자들은 생활고를 겪고 있다. 빠른 경제성장으로 주택가격은 물론 물가도 크게 뛰어 빈곤층의 상대적 박탈감은 더 심해졌다.
지난 5월1일 노동절에는 노동자와 시민들이 외국인 노동자 고용에 반대하는 시위를 벌였고, 경찰이 실탄을 발사하기도 했다.
에드먼드 호 마카오 행정장관은 마카오 반환 8주년 기념사에서 정부의 투명도를 높이고 마카오 시민과의 의사 소통을 확대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시민들은 별로 믿지 않는 분위기다. 오히려 이날 시위에서 보듯 사회불평등에 대한 불만이 빈민층뿐 아니라 중산층에까지 확산될 조짐이다.
야당 의원 쿠옥 체옹은 "우리는 매우 훌륭한 경제발전을 이뤘지만 민주적 정치 체제 없이는 마카오는 대단히 심각한 부패문제에 직면할 것"이라고 말했다.
마카오의 한 사회비평가는 "중국의 마카오 통치가 이상적이지 않으며 서민들, 특히 최하위계층에게 투명하지도 않고 공정하지도 않다는 것에 점점 많은 사람들이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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