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9호, 11월 23일]
손꼽아 눈을 기다리기 시작하는 한국의 11월과는 사뭇 다르게 홍콩은 여느 때처럼 연말의 호황시즌을 준비하느라 전 세계로부터 몰..
[199호, 11월 23일]

손꼽아 눈을 기다리기 시작하는 한국의 11월과는 사뭇 다르게 홍콩은 여느 때처럼 연말의 호황시즌을 준비하느라 전 세계로부터 몰려드는 손님들을 위한 다양한 크리스마스 장식이 건물이나 거리 등에 일찌감치 등장하는 모습이 새롭고 신기하기만 하다.
한국에서만큼 다양한 행사나 지인이 많지는 않지만, 새로운 환경 속에서 겪었던 다사다난했던 한 해의 뒷자락에서 어느덧 나도 모르게 시려진 두 손을 살며시 모아 보면 어렴풋이 어린시절 생각에 행복감이 밀려온다.
해물 육수로 맛을 낸 따끈한 미역국과 압력솥에서 뜸까지 잘 들여져 나온 쫀득하고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던 밥 공기, 그리고 어머니의 정성이 담긴 밥상을 뜨끈거리는 아랫목에 앉아 받아들던 생각은 잃었던 입맛을 제대로 챙겨줄 한국음식을 그립게 한다.
11월 중순 어느 늦은 가을 저녁 9시, 코스웨이베이의 소고 백화점을 건너 Gold Mark Bldg 9층 미가 (味家)로 미인계 회원들이 한두 명씩 모여들었다.
16명의 멤버 중 8명이 참석한 이날 모임에서, 미인계 회원들은 그 동안 쌓아 둔 얘기 보따리를 풀어내며 즐거운 만찬을 기대하기 시작했다.

우리나라 고유의 맛을 담아낸 한국음식에 대한 기대감은 정갈하고 깔끔하게 양념된 밑반찬(계란 찜, 우엉조림, 호박전, 꼬막무침, 겉절이, 감자조림, 시래기 무침, 김치, 콩나물 무침, 시금치 무침, 김, 볶음된장, 각종 기름장, 들깨 미역국) 등이 하나둘씩 차려지면서 한껏 부풀어 올랐다.
그 밑반찬들은 마치 그림처럼 다양하게 수놓은 듯색의 조화를 이루어 내기 시작했고, 향긋한 냄새만으로도 일순간에 우리의 미각을 자극하기에 이르 렀다.
주 요리가 나오기도 전에 미인계(味人契) 회원들의 젓가락이 분주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던 건 그 동안 평범하기만 했던 일상의 식사가 너무도 그립고 간절했기 때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잠시 스쳤다.

또한 연이은 주 요리의 등장은 우리의 탄성을 연발하게 하는 오랜만의 흥겹고 즐거운 맛의 향연이 펼쳐졌다.
미가(味家)의 음식은 전통의 한국음식 맛을 완벽하게 선사해 주는 동시에 한층 독창적인 아이디어로 기존의 맛보다 더 나은 맛을 내기 위한 시도와 현대감각에 맞춘 센스 있는 주인장의 서비스 정신이 듬뿍 담겨 있다.
다만 식당 내부에 한국을 알릴 만한 인테리어나 소품 등이 적어 좀 더 한국 음식점다운 특색을 드러내지 못하고 있어 약간의 아쉬움이 있다.
음식에 대한 작은 양념장 하나도 빠뜨리지 않고 제공해 주는 섬세함과 직원들의 반가운 미소와 정갈함, 그리고 정성스럽게 손님을 챙기는 주인장의 모습은 한국 음식점의 이미지를 한층 더 높여주는 충분한 홍보가 아닐 수 없었다.
정통의 맛을 유지하며 또한 새로움을 추구하는 진정한 고객 중심의 서비스가 있는 한, 우리 한국인은 물론 한국을 사랑하는 현지인들의 발걸음 또한 끊이지 않을 것임에 틀림이 없다.
미가(味家)
- 주소 : 9/F., Goldmark(黃金廣場), No. 502 Hennessy Road, Causeway Bay,
Hong Kong(코스웨이베이 MTR 'F' 출구, 왼쪽)
- 전화 : 2576 2078, 2576 2093 / Fax : 2576 0019
- 비용 : (HK$151-$300/1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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