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하는 중국 만리장성(萬里長城)이 서서히 허물어지고 있다. 자연적인 풍화.침식이 심하게 진행됐음에도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데다 주변 주민들이 돌이나 벽돌을 빼가면서 마구잡이로 훼손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성 전체 3분의 2가 이미 심각하게 손상됐고, 나머지 부분도 훼손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 가장 큰 문제는 관리 소홀이다. 베이징(北京) 등 일부 관광지역을 제외하고는 체계적인 보호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만리장성 보호와 연구 목적으로 세운 민간단체인 중국장성학회(中國長城學會)가 3일 낸 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흔적이 남아 있는 7000㎞의 장성 구간 가운데 3분의 2에 이르는 4700여㎞ 부분은 이미 사라졌거나 심각하게 훼손돼 복구조차 어려운 실정이다. 특히 간쑤(甘肅).칭하이(靑海) 등 서부지역을 지나는 장성은 흔적조차 찾기 어려운 곳이 대부분이다. 간쑤성 산단(山丹)현의 경우 1900년대 초반까지 현 내 220㎞의 장성 구간을 관리했으나, 현재는 사막화와 자연 침식 등으로 관리해야 할 부분이 사실상 사라졌다. 학회는 지금 상태대로 방치할 경우 향후 20년 안에 서북지역의 경우 장성 구간 대부분이 사라질 것으로 예상했다. 장성에 쓰인 흙벽돌과 돌을 마구 빼가 가축 우리나 집을 짓는 데 사용하는 일부 주민도 문제다. 중국 정부는 지난해 장성보호규정을 만들었으나 이를 지키는 주민은 드문 실정이다. 둥야오후이(董耀會) 장성학회 부회장은 "성벽 훼손은 너무 광범위하게 이뤄지고 있어 어디서부터 손을 대야 할지 모르는 상태"라며 "더욱 큰 문제는 정부가 장성이 어느 정도 허물어졌는지에 대한 기본 자료조차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중국 문물국(文物局)은 지난해 실태 조사에 들어갔으며, 구체적인 보호계획 마련은 일러야 2014년에나 가능할 전망이다. 이에 베이징 바다링(八達嶺) 관리사무소는 최근 인터넷에 '장성기금회(長城基金會)'를 설립해 복원을 위한 재원 마련에 나섰다. 장성학회의 둥 부회장은 "기업들이 관심을 보이고 있어 이른 시일 안에 기금회를 만들어 장성 복원과 보호 활동을 펼칠 계획"이라고 말했다. 홍콩=최형규 특파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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