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승부수인가, 아니면 무리수인가.”
영국 HSBC는 뭘 믿고 계약 내용을 조목조목 보도자료로 공개하면서까지 외환은행을 인수하겠다고 발표했을까.
금융감독..
“승부수인가, 아니면 무리수인가.”
영국 HSBC는 뭘 믿고 계약 내용을 조목조목 보도자료로 공개하면서까지 외환은행을 인수하겠다고 발표했을까.
금융감독 당국의 “법원 판결 전 불가” 방침에다 외환은행 노조라는 변수, HSBC 한국 지점에 대한 금융감독원의 정기검사까지 각종 여건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HSBC가 전격 인수 의사를 공개한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5일 금융권에 따르면 이 같은 노출된 악재를 해소하고도 남을 승부수가 있기에 신중하기로 소문난 HSBC가 론스타와 외환은행 인수에 관한 조건부 합의를 했다고 분석하고 있다.
■1심 유죄 감안한 승부수
HSBC의 이번 인수 추진 배경을 금융권 안팎에서는 외환은행 헐값 매각 의혹 사건의 1심 재판 결과에 두고 있다. 1심 재판에서 론스타의 유죄를 인정하는 결정이 나오면 론스타는 항소를 자진해서 포기해 금융감독 당국으로부터 강제 지분 매각 명령을 받으면 자연스럽게 HSBC와 체결한 계약을 이행하게 된다는 것이다.
이는 HSBC가 론스타와 협상 최종 기한을 내년 4월30일로 설정한 것에서도 드러난다는 것이다.
금융권에서는 내년 4월이면 1심 판결 정도는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렇게 되면 HSBC는 금융감독위원회와 공정거래위원회 등 정부기관의 승인을 받아 계약을 마무리지을 수 있게 된다.
법원이 유죄를 선고하고 론스타가 이를 받아들일 경우 금감위는 론스타의 2003년 외환은행 인수를 직권 취소하게 되고 론스타는 6개월 내에 10%를 넘는 지분을 강제 매각하게 된다.
이때 지분 매각 기일과 지분 물량만 규정될 뿐 매각 대상에 대한 단서는 없다. 론스타는 기존에 매각 계약이 체결된 HSBC에 매각하면 그뿐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HSBC의 이번 시도는 1심이 최종판결이 될 가능성에 대한 도박이라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HSBC의 대(對) 아시아 전략
외환은행 인수 발표를 HSBC의 대 아시아 전략에서 해석하기도 한다. 날로 성장하고 있는 아시아 시장에서 기반을 확고히 하기 위해서는 한국 시장 진입이 HSBC로서는 절박한 과제일 수 있다는 것이다.
현재 HSBC는 한국, 중국, 일본에서 나름의 기반을 확보하고 있지만 한국에서의 장악력이 가장 약하다.
중국에는 홍콩에 기반을 둔 자회사 항셍은행을 중심으로 일본에서도 부유층을 상대로 한 자산관리서비스를 강화하고 있다. 하지만 한국에는 지점 하나만을 두고 있다.
미국 씨티그룹, 영국 스탠더드차터드(SCB) 등이 각각 한미은행과 제일은행을 인수해 한국 영업에 적극 나서고 있다. HSBC가 지점 하나로선 한계를 느낄 수밖에 없다.
금융권 관계자는 “보수적인 HSBC가 발전 가능성이 큰 아시아에서 입지강화를 위해 공격적인 행보를 보이는 것은 사실”이라며 “조건에 은행명과 상장 유지, 고용승계를 내건 것은 그만큼 절박하다는 의미”라고 풀이했다.
■HSBC-론스타 ‘윈윈’ 모색
HSBC가 언론에 공개한 ‘HSBC의 외환은행 조건부 인수’ 내용을 꼼꼼히 살펴보면 당사자인 HSBC와 론스타 모두 서둘러 계약을 성사시켜야 겠다는 의지가 곳곳에서 감지된다.
HSBC는 론스타에 경영권 프리미엄으로 외환은행 주가의 20% 이상을 얹어 줬다. 한국에서 추가적으로 지점망을 확대할 수 없는 상황에서 외환은행 인수밖에는 대안이 없어 그만큼 가치가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론스타도 1차 계약 만료를 내년 1월 말로 잡아 HSBC가 금융감독 당국을 설득해 대주주 승인을 얻지 못하면 파트너를 갈아치울 수도 있다는 입장을 공개했다. 1차 시한을 넘기면 1억3300만달러를 추가 지급해야 하는 조항도 있다.
HSBC는 외환은행을 꼭 인수하고 싶고 론스타는 빨리 팔고 싶다는 양측의 입장이 맞아떨어져 이번 계약이 일사천리로 성사됐다는 추정이 가능하다.
그러나 금융권에서는 HSBC가 승부수를 던졌다고 하더라도 ‘성공’에 높은 점수를 주기는 힘들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금융감독 당국과 여론이 긍정적이지 않고 HSBC 서울지점 정기검사도 진행 중이며 대선 변수가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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