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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나와 함께 떠나는 백두산 고구려 역사탐방 - 네 번째 이야기. 사라져 가는 고구려의 역사
  • 위클리홍콩 기자
  • 등록 2007-08-02 15:5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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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184호, 8월3일] 고래심줄이야 불고기야   본격적인 고구려 역사탐방을 시작하기에 앞서 우리는 배를 든든히 채워야 했다. ..
[제184호, 8월3일]

고래심줄이야 불고기야
  본격적인 고구려 역사탐방을 시작하기에 앞서 우리는 배를 든든히 채워야 했다.  오늘은 어떤 집에서 어떤 음식을 먹을까 기대가 됐다.

  호텔에서 아침부터 극성을 떨던 아줌마 아저씨들 등살에 짜증만 한 사발 들이켰더니 다리가 후둘거릴 지경이었다.  사실 밥이 보약이고, 생활력은 식욕과 비례하며, 밥심이 없으면 뒷심도 뚝심도 없다고 생각하며 살다보니 밥만큼은 제대로 챙겨 먹고자 심혈을 기울인다.  그래서 이번 점심은 제대로 한 번 먹어보자고 벼르고 있었다.

  가이드의 안내로 '김영 불고기'라는 고기집으로 들어섰더니 접시에 얇게 깐 고기 4접시와 상추, 고춧물에 헹군 듯 한 허여멀건 한 김치와 밍밍한 콩나물, 정체를 알 수없는 내용물의 된장국이 전부였다.  불고기만 보면 정신을 못 차리는 우리 애들과 함께 간 Jay의 두 꼬맹이 딸들이 막 구워낸 불고기를 먹다 금새 뱉어냈다.  씹어지지가 않는단다.  생긴 것부터가 맛 하고는 거리가 멀게 생겼는데 거기다 질겨?  입에 넣어 씹어봤더니 참으로 신기도 했다.  어떻게 하면 쇠고기를 이렇게 질기게 할 수 있을까, 무슨 특별한 재주라도 보유하고 있는 걸까, 이 김영이라는 아저씨는?  

  아이들과 나는 콩나물과 흰밥만 꾸역꾸역 먹었다.  이번 끼니도 먹는 둥 마는 둥 때우고 나니 앞으로 남은 3일이 더럭 겁이 났다.  

  그나마 허기라도 채우고 나오니 마을이 눈에 들어왔다.  마치 지난 시대 우리 시골을 연상케 하는 마을의 모습들, 그리고 도처에서 마주칠 수 있는 우리의 언어와 음식, 이것저것 가지고 와서 사 달라고 졸라대는  조선족들...


고구려의 중심 그 환도산성에서
  우리가 서 있는 땅이 집안(輯安)이란다.  길림성 남부 압록강 변에 위치한 도시다.  강 건너로는 적막한 북녘 땅이 그대로 바라다 보인다.

  고구려 중기의 도읍지(졸본성에서 이곳으로 옮겨왔다)로 장수왕 대에 평양으로 천도할 때(427년)까지 약 420여 년 동안 고구려 정치·문화의 중심지였다.  이 때문에 현재까지도 국내성·환도산성·광개토왕비·장군총·대왕릉(광개토왕릉), 무용총·각저총·사신총·삼실총·환문총 등 수많은 유적들이 산재해 있는 중요한 곳이다.  

  버스에 올라 20여분 달려 '환도산성'에 도착했다.  환도산성으로 들어가는 입구에는 벌써 관광버스들이 줄을 섰다.  모두 한국에서 온 관광객들이었다.  고구려 역사탐방을 위해 온 교수진과 대학생들의 모습이 눈에 띄자 마음이 참 흐뭇해 졌다.  


  산성입구에서 기념촬영을 했다.  고구려 역사탐방을 하는 첫 발을 내디딘 기념이었다.  사진을 찍어놓고 보니 하나같이 뻘쭘들 하다.  서로에 대해 알아볼 겨를도 없이 버스만 타고 무작정 달려온 탓이다.

  왕이 적의 침입을 피해 거처했던 '환도산성'은 환도산의 만만치 않은 형세가 병풍을 둘러치듯 궁궐터를 둘러싸고 있는데 그 형태가 마치 말발굽과 같다고 한다.  20여분을 걸어 올라가니 '환도산성'이라며 우리 앞에 나타난 것은 거의 다 무너지고 남은 돌무더기 '전망대'였다.

  고구려 역사 유물의 훼손이 심하다더니 정말 심각한 상황이다.  가이드 말로는 궁궐터와 병영터, 고분들, 병사들이 말에게 물을 먹였던 음마지(飮馬池) 등이 있다는데 이들 모두 중국인들의 농경지로 바뀌어져 있거나 잡초만 무성한 채 방치돼 있었다.  


  빼앗긴 옛 땅과 찬란했던 고구려 유적이 현지인들의 무관심 속에서 버려져 바람처럼 먼지처럼 사라져가고 있다는 사실에 가슴이 아파왔다.


사라진 아들
  전망대에 올라 서글픈 마음을 달래며 이리저리 둘러보다 문득 내 아들 진호가 사라졌다는 걸 깨달았다.  

  옆에 있던 서진이, 어머니 그리고 이사람 저사람 다 붙들고 물어봐도 올라오는 건 봤는데 그 이후 알 수 가 없다고들 했다.  밭두렁을 지나며 메뚜기를 잡네, 개구리를 잡네 하며 온 정신이 팔려있더니... 순간 개구리 잡으러 갔다 영영 돌아오지 않고 있는 '개구리 소년'이 생각났다.  다리가 후둘거려 왔고, 놀란 가슴은 쿵쾅쿵쾅 뻐근하도록 심하게 뛰어댔다.  

  내 상상력이 이렇게 풍부한가 싶을 만큼 세상에 태어나서 가장 많은 상상을 하며 내달렸다.  한참을 달려 버스가 정차하고 있는 곳에 다다르니 이진호 이녀석이 무엇인가를 잡기위해 풀밭에 웅크리고 있었다.  "이진호 너 이녀석!!!!"하고 소리를 지르니 활짝 웃으며 빈 플라스틱 물병을 들어 보이며 "엄마, 이것 보세요.  내가 메뚜기를 이렇게 많이 잡았어요, 와~ 진짜 많죠?" 라며 너무도 신나하는 게 아는가.

  성질 같아서는 확 달려들어 어퍼컷으로 턱을 한 방 날리고, 머리를 10분간 9만 번을 쥐어박으며 고래고래 소리를 질러도 성이 안풀리겠지만 우리 조상님들이 수천 년 동안 고이 잠들어 계신 이 신성한 땅에서 내 어찌 불경죄를 범할 수 있을까 싶어, 나의 이 경박스러움을 애써 꾹 참기로 했다.


<글 : 로사 /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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