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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초보의 좌충우돌 시골생활기- 20편(어중이 떠중이의 염소 해체)
  • 위클리홍콩 기자
  • 등록 2007-08-02 15:5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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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184호, 8월3일] 어중이 떠중이의 염소 해체   집으로 돌아오자마자 만호 씨가 트렁크에서 염소를 끄집어내어 집 뒤쪽에 있는 큰 감..
[제184호, 8월3일]

어중이 떠중이의 염소 해체
  집으로 돌아오자마자 만호 씨가 트렁크에서 염소를 끄집어내어 집 뒤쪽에 있는 큰 감나무 밑으로 끌고 가며 하는 말이 "소... 소금 한 그릇 가.... 가져 오이소"  "소금은 뭐 하게?"  "요놈 입에 넣어야 노.... 노린내가 안 납니더”

  키가 큰 감나무 밑으로 염소를 끌고 가서 염소를 묶은 줄을 굵은 나뭇가지위로 던져서 반대쪽으로 오게 만들더니 줄을 당기기 시작했습니다.  졸지에 목을 매달리게 된 염소가 발버둥을 치기 시작하는데 제가 비록 백정의 자격증을 가지고 있었지만 겁이 나서 근처에는 가지 못하겠더라구요.

  염소가 완전히 매달릴 때까지 줄을 바짝 당긴 후 줄을 나무 둥치에 고정시키고 발버둥치는 염소가 조용해 질 때까지 기다리고 있더니 염소의 발버둥이 조금씩 조용해지자 가지고 간 소금을 한 주먹만큼 집어 염소 입 안으로 밀어 넣었습니다.  그 동안 저는 그 모습을 힐긋힐긋 쳐다보면서 숫돌에 칼을 쓱쓱 갈고 있었습니다.

  한 시간 정도 지나니까 숨이 끊어진 것 같았습니다.  만호 씨와 저는 줄에 매달린 염소를 땅에 내린 후 마당에 있는 우물가로 끌고 와서 해체 작업을 시작했습니다.  처음에는 염소의 털을 깨끗하게 제거하는 면도 작업을 하기 시작했는데 생각보다 쉬운 일은 아니었습니다.  토끼나 닭은 수차례 잡아보았지만 이렇게 칼을 가지고 털을 깎는 일은 처음이어서 깎으려는 털은 안 깎이고 자꾸만 껍질에 칼집만 내고 있었습니다.

  "칼... 칼을 제대로 갈아야 털이 잘 밀리지..." 중얼거리면서 털을 깎고 있는 만호씨가 하는 모습을 보니 경험은 조금 있는 것 같기는 한데 손을 굉장히 떨면서 털 제거 작업을 하고 있기에 "왜 그리 손을 떨고 있소?"    "아! ...술을 너무 많이 먹어서 그런가? 허허허"  하기사 마흔이 넘도록 장가도 가지 못하고 시골에서 혼자 외롭게 살다보니 무슨 낙이 있었겠습니까?  그렇게 하기를 한 시간 가량 하고 나니 털이 겨우 제거되었습니다.

  염소를 깨끗이 씻은 후 만호씨가 칼을 들고 염소의 배를 열었습니다.  배를 열어보니 초식 동물이라 그런지 몸의 절반 이상이 내장이었습니다.  내장을 들어내어 큰 대야에 담아놓고 나머지 몸뚱이를 뼈와 분리한 후 깨끗이 정리하고 씻은 후 도끼를 가지고 부분적으로 조각을 내어 씻어 대야에 담았는데 살코기를 뼈와 분리하는 것도 쉽지 않더군요.

  숫돌에 칼을 열심히 간다고 갈았지만 칼이 날카롭지가 않았습니다.  생각해보니 전문가가 쓰는 칼이 있어야 뼈를 제대로 발라낼 수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발라 낸 뼈를 보니 살코기가 무더기로 남아 있더군요.

  그런데 이놈의 내장 정리 작업에 시간이 얼마나 걸리는지... 큰 대야에 가득한 내장에 붙은 기름을 일일이 제거하고 안에 있는 분비물을 제거하는데 시간이 엄청 많이 걸리더라구요.  큰 소리 치는 것만 믿고 전문가 수준으로 믿었던 만호씨의 솜씨가 떨리는 손 때문에 그런지 몰라도 제 수준과 거의 비슷했으니 어중이 떠중이 두 명이 엄청나게 많은 염소 내장을 앞에 놓고 하루 종일 씨름을 하고 있었습니다.

  아침 일찍부터 일을 시작했지만 해는 중천에서 점점 서쪽으로 기울고 있는데 아직까지 내장 정리는 끝나지 않았고, 하루 종일 구부려 작업하다보니 다리는 물론 허리도 아프고 거기다 미끈미끈한 내장을 계속 주무르다 보니 손에 감각이 없을 정도였습니다.

  그렇게 내장을 주무르다가 날이 어스름해 질 때쯤 겨우 작업이 끝났습니다.  전문가가 2시간이면 끝낼 일을 어중이 떠중이가 하다 보니 염소 한 마리 해체하는데 아침부터 저녁까지 꼬박 하루가 걸렸습니다.  아내가 이 꼴을 보고 한마디 합니다.  "하도 주물러서 염소가 다 익었겠다"

아저씨! 회가 와 이리 뜨뜻~~하요?
  이 말을 듣고 갑자기 생각나는 이야기 하나.  예전에 친구가 여름 방학 때 아르바이트로 바닷가 횟집을 빌려 잠깐 운영할 기회가 있었답니다.  한창 시즌이라 주방장을 구할 수가 없어서 친구가 주방에서 아나고를 가지고 직접 회를 만드는 연습을 하고 있는데 갑자기 손님들이 들이 닥쳤답니다.

  "아저씨! 여기 아나고 3인분 주소!"  "아!... 예"  아직 정식으로 문을 연 것이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들어 온 손님보고 나가라고 할 수도 없어서 엉겹결에 주문을 받기는 받았답니다.

  그런데 아나고 회 뜨는 연습을 완전히 하지 못한데다가 갑자기 손님들이 와서 주문을 받다 보니 마음이 급하고 당황해서 그러지 않아도 미끄러워서 아나고 회 뜨기가 어려운데 손님들이 기다리고 있다 생각하니 손까지 덜덜덜 떨리더랍니다.

  도마에 박힌 못에다 아나고 머리를 고정시키고 껍질을 벗겨야 하는데 못에 고정되어야 할 아나고는 미끄러져 바닥으로 떨어지고 또 떨어지고... 아무리해도 껍질 벗기기가 어려워 마침내 최후의 수단을 동원하고 말았는데...

  아나고를 두손으로 잡고 이빨로 물어뜯어서 껍질을 벗겨 가까스로 회를 뜰 수가 있었답니다.  부랴부랴 만들어진 회 접시를 테이블로 가지고 가서 손님 앞에 놓고 떨리는 가슴을 진정시키며 주방으로 들어왔는데 잠시 후 손님이 외치는 소리가 들렸답니다.  "아저씨! 회가 와 이리 뜨뜻~~하요?"

만호씨의 비공식적인 장가
  정리된 염소 고기는 비닐 포장을 하여 냉동실에 넣고 저녁에 요리해 먹을 고기와 내장은 깨끗이 씻어 고기는 양념을 발라 마당에서 굽고 내장으로 전골을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이웃들을 불러 시식회를 가졌습니다.

  "맛이 어때요?"  "음... 맛은 있는데... 냄새가 조금 나기는 나네..." 제가 먹어 봐도 냄새가 나서 예전에 맛있게 먹었던 그 염소고기 맛 하고는 비교할 수가 없었습니다.  창자를 깨끗이 손질하지 않아서 그런가?

  며칠 뒤 냉동된 고기로 두루치기를 만들어 먹어 보았는데 고기가 숙성되어서 그런지는 몰라도 처음보다는 맛이 괜찮았습니다.  그리고 뼈는 가마솥에 푹 고아서 육수를 만들어 여러 가지 요리를 해 먹었습니다.

  약간 어눌하고 허풍을 많이 떨었지만 순박한 마음을 가졌던 만호씨는 그 후 우리 집 일이라면 만사를 제쳐놓고 여러 가지로 많이 도와주어서 우리 가족이 시골 생활에 정착하는데 많은 도움을 받았습니다.  특히 땅을 파는 데는 대단한 능력이 있어서 저보다 2~3배는 빠르게 땅을 팠던 기억이 납니다.

  그렇게 오랫동안 노총각으로 지내던 만호씨 집에 어느 날 이변이 생겼습니다.  만호씨 집 마당에 롱 드레스를 입고 머리를 길게 기른 아름다운 모습을 가진 여인이 나타난 것인데 딸이 하나 있는 여성이라는 이야기를 들었던 기억이 납니다.  그렇게 하여 오랫동안 노총각으로 살아오던 만호씨가 마침내 비공식적인 장가를 갔는데 그날 이후 만호씨 얼굴에는 웃음이 떠나지 않았답니다.

  "만호씨! 좋겠네!" 만날 때마다 짓궂은 농담을 하면 "허허허!" 웃으며 얼굴에 약간 수줍은 미소를 짓던 만호씨.

  하지만 그런 행복도 잠깐.

  며칠 보이던 여인의 얼굴은 사라져 다시는 보이지 않았습니다.


<글 : 구행복 9happy0508@hanmail.net /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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