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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나와 함께 떠나는 백두산 고구려 역사탐방 - 세 번째 이야기. 착한 술 「평양소주」
  • 위클리홍콩 기자
  • 등록 2007-07-26 15:3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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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183호, 7월27일] 소주 예찬   난데없이 '소주 예찬'이 나오다니, 아닌 밤중에 홍두께도 유분수지, 라며 당혹스러워 하실 분들이..
[제183호, 7월27일]

소주 예찬
  난데없이 '소주 예찬'이 나오다니, 아닌 밤중에 홍두께도 유분수지, 라며 당혹스러워 하실 분들이 있을지도 모겠다.  여기서 슬쩍 고백하건데, 사실나는 술이 좋다.  특히 비가 추적추적내리는 금요일 퇴근길에 마음 맞는 지기와 마주앉아 주거니 받거니 세상사는 얘기, 홍콩을 살아가는 얘기를 나누며 홀짝홀짝 비워가는 소주 한 잔의 깊이는 직접 느껴보지 못한 사람은 알 수가 없는 경지다.

  술은 맥주도 고량주도 또 와인도 좋지만 특히나  소주가 좋은 건 우선 값이 싸서 좋고, 고량주, 양주나 보드카처럼 독주가 아니어서 좋다.  또 정종처럼 밍밍하지 않아서 더 좋다.

  단동에도 소주가 있었다.  압록강 줄기를 앞마당처럼 둘러치고 있는 단동의 한 식당에서 받아든 저녁상은 꽤나 거했는데, 지금까지 선한 기억으로 남아는 있는 것은 산더미처럼 쌓여있던 신선한 '더덕무침'과 '평양소주'다.

  소문으로만 듣던 평양소주.  대동강소주와 더불어 북한에서 가장 인기 있다는 '평양소주'는 북한 주민들에게는 이름난 술, 착하고 순한 술로 알려져 있다는데, 쌀과 찹쌀, 강냉이를 주원료로 제조한다고 한다.  알코올 도수는 25%인 한국 것에 비해 다소 낮은 21%였다.  

  그런데 사실 내가 마셔본 평양소주는 그다지 착하지 않았다.  마음을 적셔주기는 커녕 진한 알코올 냄새가 명성을 무색케했다.

  오죽하면 소주예찬론자인 내가 소주 한 잔을 받아들고 밥 한 사발을 비울 때까지 반쯤 비워진 잔만 빙글빙글 돌리다 다시 내려놓곤 했을까.  우리소주에 너무 익숙해 진 탓일까.  설마, 평양소주도 짝퉁이 나돈다던데 이게 그 짝퉁은 아니겠지?  아닐 게다, 상처 입은 조국 산하가 일으키는 바람과 두만강 기슭에서 힘없이 낚시를 하던 북한의 한 동포가 내 뇌리에 남아 공허한 가슴을 후려치고 있어서였을 게다.

깨어나지 않는 잠든 땅 '신의주'
  고단하고 긴긴 하루를 마치고 단동에 있는 4성급    호텔에서 깊디깊은 잠을 잤다.  모닝콜 울리는 소리를 듣고 '일어나자, 일어나자, 일어나야지...'  주문을 걸다 또 잠이 들었다.  부리나케 일어나 아이들을 데리고 호텔 스카이라운지에 있는 식당으로 아침을 먹으러 갔는데 잠이 없는 어르신네들은 벌써 아침을 다 드셨는지 후식을 들고 계셨다.  차린 건 많지만 그다지 먹을 것이 없는 뷔페식 아침, 게다가 어디서 그렇게들 많이 왔는지 5-6십대 아줌마 아저씨들이 왁자지껄 떠들며 아우성을 치고 있었다.  

  "이거 좀 먹어봐바, 어? 그거 어디서 난거야?  저쪽으로 가봐, 거기 없던데, 누구엄마,  얼른 와~ 남들이 다 가져 가잖아... 삶은 계란좀 더 집어 넣어..."

  조용히 앉아 우아하게 먹고 싶었던 호텔에서의 조찬.  제대로 배 채우기조차 포기한 채 창밖으로 고개를 돌려보니 단동 시내와 압록강, 그리고 고즈넉한 신의주 땅이 한 눈에 들어왔다.



  저곳이 차마 북한이던가, 끊겨진 반 토막의 땅.  우후죽순으로 솟아난 중국 단동의 빌딩과 대조를 이루는 신의주는 영원히 깨어나지 않을듯 옅은 안개에 싸여 깊디깊은 잠을 자고 있었다.

'벌거숭이 산
  나는 저곳이 중국인 줄 알았다.  산등성이의 나무를 다 잘라내 밭으로 일궈놓은 저곳.  그러나 가도 가도 끝이 없는 평야를 두고 왜 굳이 저 높은 산꼭대기까지 올라가 개간을 했을까 싶어 가이드에게 물었다.

  저곳은 북한이란다.  밭이 부족해 산을 밭으로 일궈놓았다며 발표는 하고 있지만, 정작 저곳에 곡식이 심겨지는 일은 절대 없다는 게 가이드의 설명이다.  

  팔다리를 몇 번만 휘휘 저으면 중국 땅에 닿을 수 있는 압록강변으로 모여드는 군인들과 인근 주민들을 색출하기 위해 초목들을 모조리 잘라내 저렇게 벌거숭이로 만들어 놨단다.  

  저 산의 나무가 다 베어지고, 저렇게 벌거둥이가 되는 동안 얼마나 많은 북한 동포들이 삶과 죽음의 기로에 서서 몸부림치며 절규 했을까, 아 상처 입은 조국의 산하여, 나의 조국이여, 동포여!




가도 가도 끝없는 길... 우리땅 고구려
  쿨렁쿨렁 대는 똥차는 고장한 번 없이 지방도로를 신나게 질주했다.  비는 계속 부슬거리며 내렸고, 잊을 만하면 내 머리 위로도 물이 뚝뚝 떨어져 내렸다.  그 때마다 나는 아침에 늦잠 자느라 머리를 감지 않은 게 얼마나 다행이었느냐며 위안을 삼았다.

  중국의 고속도로와 지방도로는 이리저리 거미줄처럼 엮여 있었다.  버스 한 번 타면 쉬지 않고 4-5시간을 달렸다.  화장실이 문득 그리워지는 말 못할 병에라도 걸릴까 물 마시기기도 자제한 채 달리고 또 달렸다.  

  중국땅은 이렇게 끝없이 달려도 기름진 평야가 계속됐다.  자다 일어나도 옥수수밭이 계속 됐고 중간 중간, 심심하면 콩밭과 수수밭도 나타났다.  이 세상에 태어나 이렇게 끝도 없이 펼쳐진 평야는 처음 본다 싶을 정도로 땅은 기름지고 넓고 푸르렀다.  가슴이 펑 뚫리도록 드넓은 이 땅, 이 하늘, 이 산하.  

  아는가?  그대는 이 땅이 바로 우리의 옛 조상들이 말을 타고 내달리며 천하를 호령하던 고구려의 땅이고 하늘이고 산천이었다는 사실을.  아, 고구려....

<글 : 로사 /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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