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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르포] 사람도 돈도 풍수에 빠진 홍콩
  • 위클리홍콩 기자
  • 등록 2007-07-26 12:0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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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183호, 7월27일] 재벌 상대 특급 풍수사는 1시간 수입 1200만원까지 변호사·의사 다음 인기… 수강생 70%가 20~30대 강의 들으려 반년 ..
[제183호, 7월27일]

재벌 상대 특급 풍수사는 1시간 수입 1200만원까지
변호사·의사 다음 인기… 수강생 70%가 20~30대
강의 들으려 반년 기다려


  아시아 최고의 금융도시 홍콩에 '풍수(風水) 열풍'이 불고 있다.

  지난 13일 오후 7시50분쯤 1젊은이들의 거리'인 홍콩섬 코스웨이베이 에네시(Hennessy)가에 있는 한 빌딩 4층.  '쿤룽(觀龍)현학회(玄學會)'란 간판이 붙은 사무실 내 7평짜리 강의실에 27명이 빼곡히 앉아 있었다.

  "풍수(風水)에서 핵심은 물(水)의 흐름입니다.  주택이나 사무실 옆에 물이 완만하게 흘러가는 곳이 길지(吉地)이며, 모서리지게 흐르면 흉지(凶地)입니다.  '물은 곧 재물(水卽財)'이요, 재물은 물처럼 천천히 흘러드는 게 최고입니다."

◆풍수 수강하려면 반 년 기다려야
  홍콩의 '1급 풍수사' 황원차오(黃文超·55) 회장은 수강생들에게 자신이 직접 찍어온 풍수 관련 사진들을 보여주며 열강하고 있었다. 20대부터 60대까지 다양한 나이의 수강생들은 질문공세를 퍼붓는다. "건물 앞에 더 높은 건물이 생기면 어떻게 하나요?" "흉지를 길지로 바꾸는 방법이 있나요?"

  이날 강의는 매주 금요일 오후 7시30분부터 두 시간 동안 열리는 3개월짜리 '풍수 기초반'.  수강료는 월 600홍콩달러(약 7만2000원).  대다수는 수강 신청 후 6개월이나 기다린 열성파들이다.

  '스피드 디지털'이라는 전자회사 직원인 고든 리(李偉强·35)는 "수강생 중 20~ 30대가 전체의 70%쯤 된다"며 "은퇴한 사람들이 취미로 배우던 예전과는 확실히 다르다"고 말했다.  가령 미장원을 운영하던 추잉훙(27)씨는 석 달 전 전업 풍수사가 되기 위해 아예 미장원 문을 닫았다.  그는 "야간 강의 이외에 매일 낮 시간당 200~250홍콩달러씩 하는 1대1 특강과 현장 답사를 병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카우룽(九龍)에서 풍수사 학원을 운영하는 피터 소(蘇民峰)는 "4~5년 전에는 풍수를 배우는 시민이 매년 500명 남짓했지만 지금은 전업 풍수사를 목표로 하는 20~30대 젊은이만 1000명이 넘는다"고 말했다.

◆풍수 시장 4년 만에 2배
  홍콩이 영어가 통하는 국제도시인 점을 이용, 외국 젊은이들까지 풍수 유학을 오고 있다.  황원차오 회장은 "5개 강좌 120명의 수강생 중 미국·러시아·프랑스에서 온 외국인이 10명"이라고 했다.

  이런 현상은 홍콩에서 풍수사가 변호사나 의사와 맞먹는 3대 고소득 유망 직종으로 각광받고 있기 때문.  홍콩에서는 토종 기업은 물론 다국적 기업과 금융기관들까지 매년 풍수사를 찾아가는 단골 고객들이다.

  리카싱(李嘉誠) 등 재벌에게 조언을 해주는 '특급 풍수사'가 대가로 받는 돈은 시간당 10만 홍콩달러(약 1200만원)를 웃돌고, 2~3년의 수련을 거친 초보 풍수사들도 최소 월 3만 홍콩달러의 수입을 올려 정규 대졸자 초봉의 배가 넘는다.

  여기에다 상하이(上海), 선전, 광저우(廣州) 같은 대도시에서 홍콩 풍수사에 대한 수요가 급증해 당분간 불황 걱정도 없다.

지난해 선전에 사무실을 낸 마이링링(麥玲玲)씨는 "대형 빌딩과 고급 아파트·빌라 등의 입지 선정과 시설 배치 컨설팅, 착공·준공 택일 등을 해주는데 매주 수입이 5만 위안(약 600만원)이 넘는다"고 말했다.  덕분에 홍콩의 풍수사 시장 규모도 2003년 13억 홍콩달러(약1560억원)에서 지금은 25억 홍콩달러(약 3000억원)로 거의 배로 늘어났다.


<출처 : 조선일보 / 송의달 특파원 edsong@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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