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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드 별곡 (34)
  • 위클리홍콩 기자
  • 등록 2005-04-29 11:17:36
  • 수정 2016-12-21 18:2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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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다시 오랜만에 메이드별곡을 게재하게 되었습니다.  메이드 별곡을 접하는 많은 독자분들  중 저와 같이 메..
  다시 오랜만에 메이드별곡을 게재하게 되었습니다.  메이드 별곡을 접하는 많은 독자분들  중 저와 같이 메이드와 함께 생활 해 본 독자들은 메이드 별곡을 재밌게 읽고 또 제 심정을 십분 이해해 줍니다.  이들은 그 이후 자신들에게 저와 비슷한 상황이 발생하면 놀라거나 당황하지 않고 덤덤히 받아들인다고 합니다.  또 자신들이 고용한 메이드에게 많은 불만을 갖고 있던 분들은 메이드별곡을 읽고, 자기네 메이드가 어찌나 훌륭해 보이던지 '천만다행'이라며 놀란 가슴을 쓸어내린다고도 합니다.
  지난해 6월부터 시작했던 메이드별곡을 다음 주에 마감할까 합니다.  이번호에는 메이드로 인해 법정까지 출두했던 홍콩의 한 교민 이야기를, 다음호에는 저와 함께 살고 있는 착한 메이드 에드나에 관한 얘기로 끝맺도록 하겠습니다.


교포 아주머니네 메이드

  홍콩에서 30여년을 산 교포 아주머니가 있다.  조그만 모텔을 운영하고 계신 그 분은 우리 친정어머니와 비슷한 분위기를 갖고 계신다.  나는 가끔 침사초이에 있는 그분 집을 지나다 배가 고프면 불쑥 찾아들어가 밥 한 공기만 달라고 한다.  언제나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따끈한 밥 한공기와 국 한 대접을 정성껏 내주시는 그분의 사랑을 받고 있으면 멀게만 느껴지던 행복감이 성큼 문 밖에 까지 달려와 삐죽이 고개를 내밀곤 한다.
  가끔은 하소연을 가끔은 가슴 아픈 얘기를 들려주시곤 하지만 그분에게서 들은 이야기들 중 잊혀지지 않는 것은 10여년 전 썼던 메이드에 관한 이야기 이다.  
  침사초이 지역은 야간 유흥업소가 많기로 이름난 곳이다.  야간업소에 나가는 한 필리핀 여자가 모텔 근처에 살고 있었는데 하루는 아주머니를 찾아와 자기 동생을 메이드로 써달라고 애걸을 해왔다.  6년간 홍콩에서 메이드 생활을 했으니 왠만한건 말 안 해도 척척 다 할 수 있다면서...
  마음 약한 아주머니는 마땅한 메이드도 구할 수 없고 해서 그녀의 동생과 계약을 했다.  
  모텔 일이라는 것이 여느 가정집 일과는 달리 하루하루가 무척 고되고 험한 일이다.  처음 들어올 때 아주머니는 힘들 거라는 사실을 미리 얘기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들어와서 하겠으면 하라고 다짐까지 받아 두었는데 그녀는 서서히 일에 싫증을 내기 시작했다.
  한 6개월쯤 지나자 그녀는 아예 싸고 누웠다.  아프다는 것이다.  하루는 감기가 심하게 들었다고 해서 아주머니는 감기에 좋다는 약을 사들이고, 밥을 안먹고 있는 메이드를 위해 죽까지 쒀주며 간호를 했다.  그러더니 며칠 후 배탈이 났다며 다시 싸고 누워 일어나질 않아 아주머니는 다시 약을 사다 주고 또 미음까지 끓여다 주었다.  그래도 일어날 기미가 보이지 않자 필리핀 메이드들에게 물어 그 나라에서 쓰는 민간요법을 알아내 이런저런 약도 해다 줬다.  그렇게 보름간을 앓던 메이드는 이게 아니다 싶던지 일어나 다시 일을 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사건은 그 다음날 터졌다.


담배 한 갑이 부른 성추행?

  한참 잘 나가던 그 모텔에 남자 손님이 여럿 들었는데 한 손님이 나와서 담배를 파느냐고 물어왔다.  팔지 않는다고 했더니 이 남자손님은 그럼 자기가 나가서 사오겠다며 밖으로 나가는데 이 메이드가 어쩐 까닭인지 자기가 사다 주겠다며 길을 막아섰다.  극구 사양하는데도 불구하고 돈을 낚아채듯 나가서 담배 한 갑을 사오던 그녀는 현관 문을 열자마자 문에 걸려 넘어지는 척 하며 그 남자 손님 품안으로 안겼다.  모두들 깜짝 놀라 어리둥절하고 있는데 갑자기 이 메이드가 훌쩍거리며 방으로 들어갔다.  그 광경을 지켜보던 사람들은 '아니, 자기가 걸려 넘어져 놓고 울긴 왜 울어' 하며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

  다음날 아침 일찍 밖으로 나간 메이드는 돌아오지 않았다.  다만 홍콩경찰이 들이닥쳐 성추행을 했느냐며 추궁을 했다.  아닌 밤중에 홍두깨도 유분수지, 이 아주머니 가족과 투숙했던 손님은 졸지에 경찰에 연행이 됐다.  

그런 와중에 집 나갔던 메이드로부터 연락이 왔다.  돈 3만 불만 해주면 고소를 취하하고 조용히 떠나겠다고.  기가 찰 노릇이었다.  메이드는 경찰에게 투숙객이 자기에게 담배 심부름을 시켰다고 거짓말을 해놨다.  게다가 주인 아닌 다른 사람은 자신에게 어떠한 지시도 내릴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담배 사오길 강요했다는 것이다.  담배를 사오는 길에 문이 열리자마자 그 남자가 자기를 덮치면서 몸을 만지며 성추행을 했다는 얼토당토않은 얘기를 했다.

  밤낮없이 바쁜 모텔의 궂은일은 뒤로하고 아픈 메이드 열심히 간호해 살려놨더니 이런 식으로 앙갚음을 한다며 아주머니는 화가 머리끝까지 났다.  이대로 물러 설 수 없다고, 분명히 무슨 흉계가 있다고 판단한 아주머니는 끝내 돈을 마련해 주지 않자 메이드는 요구하던 액수를 대폭 줄여 몇 천불에 해결을 보려 했다.  아주머니는 재판비용을 다 무는 한이 있어도 사실을 밝혀야 한다고 다짐하고 재판을 하기에 이르렀다.  


한 몫을 챙겨라

  재판장에서 모든 것이 명확하게 밝혀졌다.  이런 류의 메이드를 수없이 봐온 재판관은 성추행을 빙자한 이 사건이 어떤 사건인지를 한 눈에 짐작했다.  재판장에서 밝혀진 이 사건의 전말은 이랬다.

  홍콩에서 6년간 일을 한 메이드는 필리핀으로 돌아가야 할 때가 되자 마음이 급해졌다.  그간 벌어놨어야 할 돈은 쇼핑천국 홍콩에서 온데간데없어졌다.  빈손으로 고향에 돌아갈 수 없었던 메이드는 야간업소에서 일하는 언니의 사주로 순진한 한국 주인을 궁지에 몰아넣은 후 돈을 울궈낼 계략을 짰던 것이다.

  여느 홍콩인들처럼 메이드가 앓아누워 일을 못하고 있으면 분명 억지로라도 일을 시킬 것이고, 병원비를 청구하면 요리조리 피할 것이며, 지병이 장기간 지속되면 부당해고를 시킬 것임에 틀림이 없기 때문이다.  

  그렇게 되면 억울한 해고를 당했다고 이민국에 신고를 한다어쩐다 협박을 하면 일은 일사천리로 진행될 터였다.

  그러나 이 아주머니는 달랐다.  밤낮 병 수발을 들고 거기다 필리핀 민간요법까지 동원해 병간호를 하는데 이 메이드는 두손두발을 다 들 수밖에 없었다.  궁여지책으로 나온 묘안이 바로 투숙객을 이용한 성추행 이었다.  

  재판관은 그녀와 그녀 언니에게 재판비용 전액을 지불하고, 홍콩을 떠나라는 추방 명령을 내렸다.

  
조선족 아줌마는?

  그들에게 학을 띤 아주머니는 절대 필리핀 메이드를 고용하지 않는다.  말 안 통하는 것은 둘째 치고라도 후환이 두렵기 때문이다.  같은 우리나라사람 속도 들여다보기 힘든데 살아온 환경이 절대 다른 그네들의 속을 어찌 알겠느냐 이거다.

  그 집에 가면 항상 조선족 아줌마가 있다.  억양이 희한한 조선족 아줌마들이 언제나 그림자처럼 그 아주머니 옆에서 이런저런 일들을 거둔다.  그러나 조선족 아줌마들 중에서도 우리 마음에 쏙 들게 일하는 분들이 그리 많지 않은 듯 하다.

  어느 토요일, 성당에서 미사를 마치고 그 집에 갔더니 거실 테이블 위에 볶아놓은 참깨가 한 다라 수북이 쌓여 있었고, 아주머니는 그 앞에서 땅이 꺼져라 한숨을 쉬고 계셨다. 어디서 참깨 한 말이 들어왔단다.  성당가기 전에 조선족 아줌마더러 참깨 좀 달달 볶아 놓으라고 일러놓았는데 성당서 돌아와 보니 참깨 한 말을 몽땅 다 볶아 이렇게 태산같이 싸놓고 있다고...  

  아주머니 속이야 타든 말든, 나는 그만 피식 웃음이 나왔다.  조선족 아줌마나 필리핀 메이드들이나 거기서 거기라고.  덕분에 나는 커피병으로 하나 가득 볶은 참깨를 얻어다가 요리책에서 '갖은양념'이라는 소리가 나오기만 하면 '얼씨구나' 하고 참깨를 들이 부어가며 요리를 즐길 수 있었다.

/ 계속..  <글 : 로사>
* 위클리홍콩님에 의해서 게시물 복사되었습니다 (2005-12-07 1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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