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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나와 함께 떠나는 백두산 고구려 역사탐방 - 첫째 이야기. 여행, 그 치유되지 않는 깊은 병
  • 위클리홍콩 기자
  • 등록 2007-07-13 18:0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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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181호, 7월13일] 첫째 이야기. 여행, 그 치유되지 않는 깊은 병   늘 그래왔지만 삶의 무게와 두께가 더해가고, 내가 걷고..
[제181호, 7월13일]

첫째 이야기. 여행, 그 치유되지 않는 깊은 병

  늘 그래왔지만 삶의 무게와 두께가 더해가고, 내가 걷고 있는 길에 대한 확신이 희미해지는 그 주체할 수 없는 슬픔을 위로 받기 위해 나는 여행을 꿈꾼다.  

  '여행' 언제부턴가 그것은 치유되지 않은 깊은 병이 되어 내 안에 깊숙이 또아리를 틀고 앉아있다.  안으로 굳게 잠긴 대문을 열고 넓은 들판을 향해 첫 발을 내 딛던 환희에 찬 유년시절의 추억처럼 나는 그렇게 열린 세계를 향해 맴돌기만 하던 내 발걸음을 떼어 성큼 대문 밖으로 내놓는다.  치유되지 않는 병이 도져 나는 다시 여행을 떠나기로 한 것이다.

  무거운 배낭을 둘러매고 훌쩍 떠나는 혼자만의 여행을 나는 좋아한다.  금년 초 티벳을 가보겠노라고 나 자신과 철썩 같은 약속을 했었다.  그러다 고구려 역사를 대하 사극을 통해 새롭게 조명한 MBC  '주몽'의 송일국과 소서노의 한혜진, 전광렬, 이계인 등이 고구려 유적을 찾아 북한 평양을 방문해 동명성왕릉 앞에서 깊은 절을 올리고 있는 감동스러운 모습이 TV 화면을 통해 눈에 들어왔다.  나는 결국 그곳 고구려를 택했다.  평양까지 가보진 못하더라도 고구려와 발해의 무대가 됐던 요동반도를 밟아보고 드넓은 초원을 달리던 조상들의 숨결을 느껴보겠노라고.

  이런 의미 있는 여행을 나 혼자만 훌쩍 떠나는 것이 아쉬워 아시아나 이준한 지점장님과 머리를 맞대고 교민들을 모집해 함께 떠나는 여행 일정을 잡았다.  한국의 US 여행사, 홍콩의 한국여행사, 하나여행사, 아시아 여행사 등의 많은 도움으로 우리 가족을 포함해 17명과 함께 4박 5일간의 고구려, 백두산 대장정을 떠나게 됐다.
  

일루순풍이냐 일루돌풍이냐
  여행은 내 딛는 첫 발에서 이미 일루순풍이 될지 일루돌풍이 될지 대략 감이 잡힌다.  그렇게 치면 이번 여행을 향한 내 첫발은 가는 날부터 꼬이기 시작했으니 돌아올 때까지 바람 잘 날 없었음은 두 말 할 필요조차 없다.

  나 없는 동안 처리해야 할 일들을 하루 종일 처리하고, 집으로 돌아와 시간에 쫒기며 간신히 짐을 꾸려 아이들과 함께 공항으로 향했다.  북한이 고향이라는 할머니 4분과 심천에서 온 고등학생 1명은 이미 체크인을 마치고 기다리고 있었다.  밤 12시에 떠나는 인천 행 아시아나 비행기에 몸을 싣자 딸아이 서진이가 묻는다.  "엄마, 비행기 타자마자 또 죽은 듯이 잘 거죠?"  그랬다.  나는 언제나 비행기에 올라타자마자 세상사를 모두 저 바닥으로 던져버리고 하늘에 둥둥 떠서 죽어라고 잔다.  비행기에서는 딱히 할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거니와 비행장에 들어서기 전까지 나를 줄기차게 따라다니는 세상살이 쫒기다 보니 마음 편히 잠을 잘 수 없다는 게 정작 그 이유다.  그런데 내 옆에 심천 총각(18살 된 고등학생이지만 외모는 딱 대학생이다)이 떡하니 앉아있는 게 아닌가.  아는 사람, 그것도 젊은이 옆에서 아줌마가 주책없게 고개를 이리저리 휘두르며 잘 수는 없는 노릇 아닌가.  낭패로다 낭패.  끝끝내 버텨보기로 했다.  비행기가 어둠을 뚫고 요란한 소리를 내며 활주로를 달리더니 가뿐하게 하늘로 날아올랐다.  바퀴가 활주로를 튕기고 오르는 그 야릇한 쾌감을 느끼며 잠의 나락으로 굴러 떨어져야 하거늘, 나는 애써 또렷이 앉아 있으려 했다.  그런데 참으로 알 수 없는 건, 얼핏 얼핏 나는 자고 또 자고 또 계속 자더란 말이다.  

  새벽녘에 인천공항에 도착해 할머니 네 분은 아시아나 라운지로 가고, 비몽사몽간에 나는 서울서 합류하게 될 시아버지를 모시러 공항 밖으로 나갔다.  


친절한 민정씨
  아침 8시에 만나기로 한 시아버지는 영 꿩 구워 드신 소식이다.  마음이 급해진 시어머니가 전화를 걸어보니 이제 집에서 출발 하신다나?  맙소사.  서울 수유리에서 인천까지.  말문이 딱 막혔다.  9시 50분 대련행 비행긴데 9시가 넘어서야 도착한 시아버지, 거기다 남에게 아쉬운 소리 제대로 못하는 나는 주제에 줄까지 서서 기다리고 있었다.  20여분을 기다려 우리 차례가 됐는데 카운터 여직원 하는 소리 "손님, 대련행 카운터는 이미 닫았습니다."  하늘이 무너졌다.  어찌 이런 일이...  그러나 하늘이 무너저도 솟아날 구멍이 있다는 진부한 속담에 목숨을 걸고 통사정 해보기로 했다.  "있잖아요, 우리 단체거든요, 우리 못가면 다 못 갑니다.  비상걸립니다.  클나요."  나의 애절함이 통했는지, 잠시만 기다려 보라며 여직원이 부리나케 체크인을 수속을 해줬다.  순간 그녀가 어찌나 아름다워 보이고 또 고마운지, 가슴에 달린 이름표를 보니 '김민정'이다.  게다가 친절한 민정씨는 카운터를 박차고 나와 우리를 이끌고 직원 전용 출구로 가서는 2분 만에 출국심사를 마칠 수 있도록 마술을 부려줬다.  아, 아름다운 사람 친절한 민정씨, 정말 감사에 또 감사를 전한다.  혹시라도 아시아나의 어느 높은 어르신께서 이 글을 보게 된다면 6월30일 아침, 우리가 만난 '친절한 민정씨'를 꼭 기억해 주시기 바랍니다.


당신은 누구세요?
  우여곡절 끝에 비행기를 타고 대련에 도착했다.  홍콩과 한국이야 우리 집 마당 같은 곳이고, 해외여행을 수시로 하는 할머니들이니 알아서 하겠지만, 대련에 도착해 가이드를 만나는 곳까지는 잘 모시고 가야겠다 싶어 할머니들께 "짐을 찾은 후 함께 나가 가이드를 만나자"고 했다.  그런데 출국을 수속을 마치고 짐을 찾아 만나기로 한 할머니들을 찾아보니 어디에도 안 계시는 것이었다.  이리저리 찾다 밖으로 나가보니 할머니들 4명은 벌써 출국장으로 나가셨고, 그 옆에 'US 여행사' 라고 쓰인 푯말을 들고 서있는 잘 생긴 조선족 총각이 한 명 보였다.

  할머니 한 분이 화장실을 가신다 하여 나머지 일행들을 먼저 보내고, 나머지 할머니 한분을 모시고 버스로 가겠다고 하니 한 할머니가 대뜸 이러시는 게 아닌가.

  "아니, 이것 봐요, 우리 알아요?  언제부터 우리 안다고 아는 체를 해요?  다 필요 없으니 가세요, 우리가 뭐 해외여행 한두 번 해보나!!"

<글 : 로사 /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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