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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초보의 좌충우돌 시골생활기- 17편(단감나무에서 떨감나무로)
  • 위클리홍콩 기자
  • 등록 2007-07-13 17:5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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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181호, 7월13일]   이 후에 가장 큰 일은 감나무 밭에서 자라는 풀을 처리하는 일입니다.  예전에는 제초제를 ..
[제181호, 7월13일]

  이 후에 가장 큰 일은 감나무 밭에서 자라는 풀을 처리하는 일입니다.  예전에는 제초제를 많이 사용했지만 요즘은 제초제보다는 밭 전체에 담요나 기타 두꺼운 천을 이용하여 덮어 버리거나 예초기를 이용하여 풀을 베어서 그 풀이 넘어져 땅을 덮게 하여 다른 풀이 자라지 못하게 하는 방식을 사용하는데 어쨌든 풀은 모든 농사의 천적이 아닐 수 없습니다.

  장마가 오래 계속되면 열매들이 떨어지거나 녹아버리기 때문에 이 기간에 농부들은 노심초사하며 애를 태웁니다.  거기다가 각종 해충들이 이제 막 열매를 맺기 시작하는 나무를 공격하기 때문에 적당한 시기마다 살충제를 도포해야 합니다.

  요즘 열매가 열리는 농사에 새로운 천적으로 나타난 것이 까치를 비롯한 조류입니다.  온갖 노력을 다하여 맺힌 열매를 날카로운 부리로 쪼아놓아서 망가뜨리는 놈들인데 너무나 많은 해를 끼치기 때문에 이놈들은 한마리 잡아가면 500원씩 상금으로 줄 정도입니다.

  그런데 뉴스로 보도가 많이 되었지만 요즘 농촌에 젊은 사람이 없습니다.  애기 기저귀 널린 집을 본 것이 언제인지 도무지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  그러다보니 이런 작업은 대부분 나이 드신 노인들이 하고 있는데 정말 힘든 시절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렇게 하여 가을이 되면 비로소 고생한 보람을 맞보는 시간입니다.  단감나무 가지마다 누런 감이 주렁주렁 열리고 감을 전문으로 취급하는 도매상들이 속속 도착하면서 흥정이 시작됩니다.  보통 단감나무 한 그루당 4~5만원으로 흥정이 되면 도매상들이 동원한 인부들이 와서 단감을 따기 시작하는데 감나무가 200주 정도 있다고 가정하면 800~1,000 만원 정도 수입이 됩니다.  시골에서 이 금액은 도시보다 거의 2배정도 가치를 가지는데 이유는 시골에서는 특별한 것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자급자족이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대부분의 농가가 단감농사만 하는 것이 아니거든요.

  하지만 최근에는 형편이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가장 먼저 생긴 변화는 우선 도매상들이 감을 사러 오지를 않습니다.  그렇다고 농사를 그만 둘 수도 없다 보니 일단 농사를 짓고 대부분 농협을 통해 출하를 하는데 도매상들이 오지를 않으니 감을 따는 것은 오로지 감나무 주인의 몫입니다.  그래서 감을 딸 시기가 되면 아들, 딸을 비롯하여 온 친척들이 동원되어 감을 따느라고 시끌벅적합니다.  그렇다보니 수입도 신통치 않습니다.

  제가 식품 기계 분야의 일을 조금 하다 보니 감에 대해 조금 설명이 가능합니다.  단감의 가장 큰 약점은 단감의 특성상 쥬스로 만들기 어렵습니다.  이유는 단감을 분쇄하여 색(ssac)으로 만들면 색깔이 시커멓게 변합니다.  그래서 상품으로 만들기가 쉽지 않습니다.  거기다 대부분의 농가가 비슷한 시기에 동시 출하하여 싼 가격 때문에 피해를 보느니 출하시기를 조절하기 위하여 저온창고에 보관하는데 저온창고가 없는 농가는 이 때문에 많은 비용이 발생 합니다.  이에 비하여 대규모로 단감 농사를 지으시는 분들 대부분은 자체 저온창고를 가지고 이런 방식으로 출하시기를 조절하면서 단감을 판매하고 있습니다.

  저희 집에는 단감나무는 베어버려서 없고 떨감나무만 20여 그루 있습니다.  우리 집 밭은 약이란 약은 전혀 사용하지 않아서 동네의 모든 벌레들 아지트로 사용되다 보니 다른 집 감나무에서 감이 익을 즈음에는 우리 집 감나무에는 앙상한 가지만 남아 있습니다.  감이 익기도 전에 떨어지기 때문에 시기를 잘 맞추어 떨어진 감을 주워서 감식초를 만듭니다.  그리고 마지막까지 악착같이 살아남은 감은 감채를 가지고 땁니다.  초보 시절에는 10개를 따면 9개는 떨어져 떡이 되었지만 조금씩 기술이 늘어 이제는 거의 100% 성공을 합니다.

  감채는 길이 5~6m의 긴 대나무 끝에 철사를 둥글게 말고 철사 줄에 마치 양말처럼 둥글게 주머니를 부착합니다.  감을 딸 때 반드시 감의 몸체가 주머니에 위치하도록 하고 철사에 감꼭지가 오도록 하여 요령껏 잡아당기면 감이 떨어져 주머니에 담깁니다.

  가을이 되면 하루하루가 수확의 전쟁입니다.  어제까지만 해도 퍼렇던 감들이 하룻밤 사이에 빨갛게 익기 때문에 매일매일 감을 따야합니다.  그렇다고 감만 따면 되는 줄 아십니까?  참깨나 들깨도 베어서 말려야하고, 고구마도 캐야하고, 고추도 따야하고, 호박도 찾아서 따야하고...  고추 따는 이야기가 나왔으니 말이지 이거 정말 사람 힘들게 하더라구요.

  그렇게 감을 따면 집안으로 가져와서 수건으로 깨끗하게 닦습니다.  감을 닦은 후 숟가락으로 알맹이를 파내어 큰 그릇에 담습니다.  그렇게 알맹이 분리작업을 마치고 비닐 봉투에 적당한 양으로 나누어 담은 후 냉동실로 직행합니다.  한겨울부터 시작하여 여름까지 이것을 끄집어내어 아이스크림 대신 먹습니다.  시원하고 달콤합니다.

  그리고 근처 감 농사를 하시는 분들에게 특별히 주문하여 약간 덜 익은 홍시를 몇 박스 구입합니다.  아내
와 둘이서 껍질을 벗기고 햇볕 잘 드는 곳에 건조시킬 장소를 준비한 후 일일이 실에 꿰어 매달아서 말립니다.  이때 완전히 말리면 안 되고 껍질만 약간 마를 때까지 기다렸다가 즉시 냉동실로 직행합니다.

  이 두 가지 별미는 우리 집에서만 맛볼 수 있습니다.  특히 반시 곶감은 정말 특이합니다.  껍질은 약간 딱딱한데 알맹이는 마치 스프마냥 물컹!하면서 달콤한 것이 입안에 꽉 차는 느낌으로 다가옵니다.

  우리 집에 오시는 손님들 중 특별하다고 생각되는 분들에게만 이 별식이 제공되는데 저희는 우리 집에 오시는 손님들을 A, B, C 등급으로 분류하여 A등급의 손님들께만 이 특식을 내어 놓습니다.  참고로 말씀드리면 지금까지 저희 집에 오신 손님 중 B, C에 해당되는 손님은 한 분도 계시지 않았다는 것을 알려 드리고 싶습니다 ^.^

  한 번 맛을 본 사람들의 반응은 어떨까요?  저희가 무식하게 농사짓는 방식을 알고 있는 분들 대부분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음... 정말... 맛있다...?"  "어떻게 만들었죠?"  "야! 이게 곶감 맞아요?"  "죄송하지만..... 더 없습니까?"  "이렇게 귀한 것을.."”

  왜 귀하다고 하느냐 하면 우리 집 홍시 한 개는 다른 집 홍시의 20개 이상에 해당되는 품질이기 때문입니다.  만일 약을 사용한다면 지금보다 20배 이상 수확이 가능한데 게으른 탓에 그것을 포기하고 너무나 적은 양을 수확하고도 바보처럼 좋다고 하기 때문이 아닐까 혼자서 추측해 봅니다.

  감 이야기가 나왔으니 몇 가지 더 이야기 하자면...  처음 열매가 열렸을 때는 단감과 홍시가 너무나 비슷하여 구분하기가 어렵습니다.  이때 구분하는 방법은 꼭지 반대편의 형태가 볼록하게 나온 녀석은 홍시이고 오목하게 들어간 놈은 단감입니다.

  그리고 홍시를 많이 먹으면 변비에 걸린다는 말 있죠?  일반적으로 홍시의 구조상 익은 홍시를 상품으로 운반하기 힘듭니다.  약간의 충격에도 형태가 뭉그러지기 때문인데 그렇다고 이렇게 맛있는 홍시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많이 있는데 이 사람들에게 쉽게 운반 할 방법이 없을까 하여 고안해 낸 방법이 바로 카바이드 숙성입니다.  약간 덜 익은 홍시를 박스에 담고 밤새 차를 달려 농수산물 유통 센터에 도착하는 동안 박스 안에 카바이드를 넣어 둡니다.  그러면 카바이드 때문에 홍시는 밤새 약간 강제적으로 육질이 익게 됩니다.

<글 : 구행복 9happy0508@hanmail.net /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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