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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자치구 출범 10주년… 홍콩은 없다
  • 위클리홍콩 기자
  • 등록 2007-07-03 13:1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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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180호, 7월4일] 중국과 영국 사이 '2중 정체성'   '港人(홍콩인)'의 정체성은 단순하지 않다.  중국과..
[제180호, 7월4일]

중국과 영국 사이 '2중 정체성'

  '港人(홍콩인)'의 정체성은 단순하지 않다.  중국과 서양이 만나는 시·공간적 특징, 대륙 본토와의 일국양제(一國兩制)라는 독특한 국가운영의 특성 때문에 그들의 아이덴티티는 세대별, 계층별로 다르다.  개인 내부에서 이중적 정체성을 발견하는 일도 어렵지 않게 발견된다.

  예컨대 세대별로 보면 노년층은 대륙에 대한 향수가 있다.  중국 공산화를 전후해 대륙에서 건너온 사람들이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이들은 그 누구보다도 대륙과 홍콩의 미래에 대한 믿음이 있는 계층이기도 하다.  굳이 말하자면 이들은 '중국 홍콩인'이다.

  홍콩에서 태어나 영국식 교육을 받고 자란 청장년층은 홍콩 자체에 대한 아이덴티티가 가장 강한 그룹이다.  중국 역사에도, 중국 정치에도 별 관심을 두지 않던 세대이자 대륙이 가장 낯선 곳으로 자리잡고 있는 연령층이다.  이들은 '영국 홍콩인'이다.

  반면 홍콩에서 나서 자랐지만 행정특구 출범 후 중국식 교육을 함께 받고 자라난 유소년층은 중국과 한층 친화적이다.  이들은 중국 역사를 이해하고 대륙의 표준어인 만다린, 즉 푸퉁화(普通話)를 교육받고 있다.  이들의 정체성은 '홍콩 중국인'이다.

◆다중적 아이덴티티 = 홍콩과 인근 선전(深圳)을 오가며 투자자문회사를 운영하는 40대 사업가 토니 창은 홍콩인의 정체성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홍콩인들의 심리는 대단히 복잡하고 모순적입니다.  노인세대는 '낙엽이 뿌리로 돌아간다'는 뤄예구이건(落葉歸根)의 감정을 갖고 있고, 중년층은 홍콩에 대한 애정과 안타까움이 교차합니다.  청년층은 대륙에 대한 귀속감이 덜하고 어린이들은 소속감이 상대적으로 강합니다."

  하지만 이 같은 정체성은 확정된 게 아니다.  세대별로 혹은 계층별로 상호 삼투돼 있을 뿐 아니라 적지 않은 경우 다중(多重)적 아이덴티티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20대 중반 때 홍콩에서 펀드에 손을 대 30대 중반인 지금 이미 부자 소리를 듣는 펀드 매니저 앨런 창.  그는 최근 광동(廣東)성 광주(廣州) 출신의 한 중국인 아가씨와 열애 중이다.  그는 "난 언제나 스스로 홍콩인이라고 생각했는데 축구경기를 할 때마다 중국팀을 응원하는 모습을 보고는 스스로 놀랬다"고 밝혔다.  이중적 아이덴티티 때문이다.  지금 홍콩에서는 총각들이 대륙의 처녀와 짝을 찾는 게 일종의 붐이다.

  때문에 홍콩에는 돈은 많이 벌었으되 결혼 대상자를 찾지 못하거나 독신을 자처하면서 30대를 넘기는 이른바 '골드 미스'가 넘쳐나기도 한다.

◆홍콩인의 의식구조 = 홍콩인들의 사고방식을 결정짓는 가장 중요한 요소는 '물질지상주의'와 '숙명론적 인생관'이다.

  홍콩은 지난 2003년 극심한 경기 침체 당시 민주주의를 요구하며 대규모 가두시위를 벌였지만 중국 중앙정부가 던져준 '포괄적 경제파트너십 협정(CEPA)'이라는 경제적인 사탕에 쉽게 무릎을 꿇고 말았다.  물질지상주의의 한 단면이다.  10여 년 전 중국으로의 반환이 자신들의 삶을 짓밟아버릴 것이라고 울상을 짓던 사람들이 지금은 '조국'의 경이로운 발전을 목도하면서 이제는 중국 경제권에 편입됐다는 사실을 은근히 즐기고 있다.  숙명론적 인생관이다.

  홍콩대가 얼마 전에 홍콩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정체성 조사를 한 결과 자신을 '홍콩인'으로 생각하는 청소년은 10년 전보다 5.2%포인트 준 28.7%에 그쳤다.  '홍콩인이지만 중국인도 된다'는 뜻의 '홍콩 중국인(HongKong Chinese)'은 39.4%, '중국인이지만 홍콩인도 된다'는 의미인 '차이니즈 홍콩인(Chinese Hongkonger)'은 22.3%로 나타났다.  어떤 식으로든 자신을 중국 대륙과   관련지어 생각하려는 비율이 70%가 넘는다는 결론이다.

◆언어에 비친 정체성 = 정체성의 위기는 언어 사용에서도 드러난다.  홍콩의 상류층은 주로 영어를 구사하며 필요할 경우 푸퉁화나 광둥화를 병행 사용한다.  중·하류층으로 갈수록 광둥화 사용자가 많아진다.

  이런 와중에 홍콩 내부에 가장 큰 걱정이 되고 있는 것은 일반인들의 영어 구사력이 후퇴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대신 푸퉁화 사용은 확 늘어났다.

  중국으로의 귀속 이후 영어가 주춤한 틈을 푸퉁화가 파고 들어간 것이다.  홍콩 반환 이후 각급 학교는 푸퉁화 교과를 개설했고 초중교에서는 필수과목으로 지정하기 시작했다.  공직사회나 비즈니스, 대외 교류에서도 푸퉁화 사용이 확대됐다.  현지 관공서나 기업체 등에서 비영어권 외국인들을 상대로 제안 혹은 설명회 등을 할 때 "잉글리시 오어 (English or) 푸퉁화?"라고 묻는 게 일반화됐다.

  대륙은 홍콩 최고 교육과정도 접수했다.  현지 최고 명문인 홍콩대학 학부과정의 절반이 중국 대륙에서 온 이들이며 박사과정의 90%는 대륙 호적 소지자들이다.  영문과 3학년에 재학 중인 사라 양은 "한 세기 반 동안 몸에 밴 영국식 사고방식에 10년 동안 익숙해진 중국 문화 사이에서 앞으로도 상당 기간 정체성이 휘청거릴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출처 : 문화일보, 홍콩=허민특파원 minski@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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