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메일전송
<수필>홍콩유감 [有感] 마지막회 - '같기도' (下)
  • 위클리홍콩 기자
  • 등록 2007-06-20 11:03:08
기사수정
  • [제179호, 6월21일]   입영전야, 입영 열차 안에서, 이등병의 편지, 이별 아닌 이별…. '이별 아닌 이별'은 입영과 직접 관련된 ..
[제179호, 6월21일]

  입영전야, 입영 열차 안에서, 이등병의 편지, 이별 아닌 이별…. '이별 아닌 이별'은 입영과 직접 관련된 노래는 아니지만, 한창 유행할 무렵 '손창민'씨 입대 전 머리 깎는 장면과 맞물려 배경으로 쓰였던 적이 있다.  뭔가 애틋하고 가슴이 싸한 것이 인기도 얻었던 곡들이지만 실제 군대 가는 일이 이렇듯 분위기 있기만 하겠는가.  요즘엔 군대와 관련된 새 노래가 아예 없는 것이,  만들어봤자 비호감이라 관심을 못 끌 것이 뻔해서인 것 같기도 하다.  있는데 내가 모르고 있는 건지.

  깜깜한 산속에서 가장 무서운 것은? '사람'이란 얘기가 있다.  자식이 군대 가서 몸 힘들고 잠 못 자고 무좀 동상 걸려 고생하는 것보다 부모 입장에서 노심초사하게 되는 것은 아마도 고약한 윗사람 만나 정신적 아픔을 겪지나 않을까 하는 것일 것이다.  현충일을 앞두고 동료의 묘소를 찾은 노병들, 옛날 자신들은 조국을 위해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았다며 요즘의 청년들이 그 정신을 배웠으면 좋겠다고 했다.

  군대 따돌림을 견디다 못해 분신을 시도했던 한 군인의 육성[肉聲]… 외부와 단절된 환경에서 아무에게도 의논할 수 없는 고립감과 고통이 이루 말할 수 없었단다.  나라를 지키려 싸우다가 부상을 당한 거라면 차라리 부모님의 애간장 그토록 까맣게 타진 않았을 것이다.

  인간극장 주인공 '친절한 태용씨' 정도되면 모를까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과 또는 피붙이와 직접 관련이 있어야 어떤 일에 관심을 갖는 것 같다.  내가 대입학력고사를 치를 때는 날짜가 정해지자마자 달력이란 달력엔 모두 동그라미를 해놓을 만큼 그 날은 그야말로 '운명의 날'이었다.  사촌들이 줄줄이 대학 간 후 내 주변에 입시생이 없어진 후엔, 갑자기 추워지면서 교문에 서서 기도나 합장하는 어머니가 신문 일면에 등장하면 '오늘이 입시날인가 보네' 했다.


None Of My Business
  '군대 기피증'을 없애려면 병영시설과 환경을 개선하고 군대 다녀온 사람의 노고를 인정하는 사회분위기가 조성돼야 한다는 어느 교수님의 시론[時論]… '어쩌면 이렇게 남편이 수시로 하는 말과 판박이일까' 구구절절 맞는 말이지만, 글 쓴 그분이나 내 남편은 군대 다녀온 사람이면 누구나 아는 그 문제점들을 개선할 힘이 별로(교수님) 또는 전혀(내 남편) 없으니 '어느 세월에' 그저 공허하게 들릴 뿐이다.  결정권을 가지신 분들은 자신의 아버지 대부터 자신, 자식 손자까지 군대라곤 가본 적이 없는 이들이 많으니 어디 개선하려는 털끝만한 관심이나 있겠는가.

  '군복무는 단순한 의무가 아닌 신성한 권리'라며 국외 영주권자인 형제가 입대를 했다.  그들의 아버지는 항상, 대한민국의 아들임을 잊지 말라고 하셨단다.  요즘 세태에 그 부모님이나 아들들이 옳고 훌륭하다는 점엔 이의가 없으며 '같기도'를 엉거주춤 반복하고 있는 나로서는 그 아버지의 의연함이 부럽기도 하다.  하지만 복무기간을 별 탈 없이 무사히 끝냈어도 그 시절이 정말 보람 있었다든지 인생의 밑거름이 되는 의미깊은 시간이었다고 침 튀기며 말하는 이를 난, 거의 본 적이 없다.  그 쪽 방향으로 오줌도 누지 않겠다고 하면 다행일까.

  너도나도 안 가는 세태와 군대 내의 현실적 상황을 생각하면 "조국을 지키는 훌륭한 군인이 되어다오" 라든지 "늠름한 진짜 사나이가 되어 돌아오렴" 이라 말하며 아들을 군대에 보낼 만큼 난 '한석봉' 어머님도 '신사임당'도 아니다.  그러나 '청춘의 무덤'이며 '썩는 기간'이라 하더라도 그걸 피하기 위해 젊은 날의 근 10년을 엉거주춤 살게 하고 싶지는 않다.  제 힘으로 기반을 세우는 시기가 된다면 모를까, 2년의 두세 배에 해당하는 기간을 그저 그렇게 보내게 하고 싶지는 않다.  35세 이후에도 계속 외국에서 살 거라면 덜 얄궂어도 잘 피해 있다가 35세가 되자마자 '요이 똥' 하며 우리나라에 쪽 들어가는 것… 얄밉지 않은가.

  그러나 고위공직자로 지명된 분들이 아들의 군 문제 때문에 줄줄이 걸려 넘어질 때면 "당신은 그런 자리 시켜줘도 절대 하지 마.  난 너무 평범한 사람이라 쟤(아들) 군대 갈 무렵 이상한 사건 터지면 맘 변해 머리카락 팔아서라도 안 보내려 할 것 같기도 하니까." 남편에게 흰소리를 한다.


'같기도'는 진행 중
  얘도 쟤도 안 가는 마당에 내 아이만 왜 찍 소리 못하고 가야 하는가 하는 일종의 억울함, 'SSKK'(시키면 시키는 대로 하는 것)라는 학교나 가정에선 익숙하지 않았던 무조건 해야 하는 군대 내의 구조, 정신적인 상처를 입어도, 남들은 다 하는데 적응 못하는 '못난 녀석' 취급 받는 현실, 대충 얼버무리고 넘어가는 군대 내의 각종 사고들…군필자가 보상도 의미도 찾기 힘든 사회 분위기... 이런 것들이 노병들이 말씀하신 '조국을 위해 목숨을 바치는 것'에 대한 두려움보다 부모 입장에선 더 큰 걸림돌인 것 같은데 과연 나만 그런 생각 하는 것인지.

  안가도 되는데 꼿꼿하게 보내는 분들도 부러운 것 같고 능력 있어 척 빼주는 부모도 부러운 것 같고… 줏대 없는 나의 '같기도'는 여전히 계속된다.

  '군에서 힘든 건 몸보다 마음이다. 하지만, 나를 걱정하는 널 생각하며 오늘도 힘을 낸다.' '여자친구에게' 란 제목의 그림이 참 예쁜 기업 이미지 광고… 홍보실이나 광고회사 직원의 아이디어였겠지만, 이 카피에 공감하는, 군인이 되어봤던 그 기업 주인장네 가족은 과연 몇 분이나 될까 궁금해진다.

   "군대 가서 좋았던 순간은 단 한 번 뿐 이었다.  바로 제대하던 그 날 뿐", "군대 가니 우리나라는 뜨거운 여름과 추운 겨울 2계절 뿐이더라" 예비역들의 말에 걱정이 꼬리를 물기도 하겠지만 "엄마가 보고플 때~ 엄마 사진 꺼내 놓고~" '그리운 어머니'코너의 주제곡을 핸드폰 벨소리로 해놓고 지갑에 아들 사진 넣어놓고 2년을 보내는 편이 아무래도 맞는 일인 것 같기도 하다.

  [3년간의 세월이 나의 인생에 전혀 헛된 삶이었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거기(군대)도 사람이 사는 곳이었고, 철조망 밖과 같이 여러 가지 사건이 벌어지고 이를 해결하는 능력도 스스로 찾아내어 어른이 아니 사회인이 되어가는 요령도 배웠다.(중략) 애비는 아무 힘도 없었고, 너에게 아무것도 줄 수가 없구나..... 그래도 행군할 때 발에 물집 잡히면 양말바닥에 비누칠 하는 거 잊지 말거래 이..] (2007년 6월의 어느 날, 논산 훈련소에 아들을 두고 온 한 아버지의 글 중에서)


맺는 글
  병역 피해 온 주인 집 아들 아랫사람으로 모시고 있는 윗사람이 계시다면 심심한 위로의 말씀을, 끝으로 전하는 바이다.  아직도 못 다한 얘기는 많지만 21회를 끝으로 '홍콩유감'을 마치려 한다.  그 동안 읽어주신 분들께 감사드린다.  (끝)              


<글 : 진 주 영 >
0
이태원_250109
홍콩 미술 여행
본가_2024
홍콩영화 향유기
굽네홍콩_GoobneKK
NRG_TAEKWONDO KOREA
유니월드gif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