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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초보의 좌충우돌 시골생활기- 15편(한약과 천사)
  • 위클리홍콩 기자
  • 등록 2007-06-20 10:5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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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179호, 6월21일]   인터넷으로 비행기 표를 구입하기도 전에 필요한 물품을 아내가 챙기고 있었는데 아내가 챙기는 짐을 보고 제가 ..
[제179호, 6월21일]

  인터넷으로 비행기 표를 구입하기도 전에 필요한 물품을 아내가 챙기고 있었는데 아내가 챙기는 짐을 보고 제가 하는 말
  "홍콩 가서 부식가게 차리려고?..."
  "더운 지방이라 잘 먹어야 하잖아요...”

  그렇게 하여 아내는 우리 가족의 특파원으로 아들이 이사한 아파트를 정리하기 위한 특명을 띄고 30일 예정으로 홍콩으로 출발하였습니다.  혹시 국제미아가 될지 모른다는 우려 때문에 로밍 폰도 챙기고, 아들의 전화번호와 집 주소 그리고 여러 가지 사항을 적은 메모도 챙기고...  그때 저는 졸지에 기러기가 되었습니다.
  "기럭기럭..."

  홍콩에 도착한 아내로부터 아들을 만나 지금 아들의 집으로 가고 있다는 전화를 받고서야 비로소 저도 숨을 쉬기 시작했습니다.

  홍콩에 있는 아내와 저는 전화보다는 이메일로 채팅을 하면서 소식을 주고받았고 아내가 그 날 홍콩 시장에서 일어난 재미있는 이야기들을 저에게 상세히 전해주면 저도 한국에서 있었던 이야기들을 전해주었습니다.

  그렇게 소식을 주고받고 있던 중 아들이 무덥고 습한 홍콩에서 힘들어하니 한약을 먹였으면 좋겠는데 어떠냐하는 제의를 했습니다.

  아무리 영어를 잘한다고 하지만 여러 가지 환경이 다른 외국에서 직장을 다니려니 얼마나 힘들까 하는 생각이 들어 한약을 먹이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늘 신세를 지고 있는 한약방 영감님에게 전화를 했습니다.

  한약방 영감님에 관해서는 다음에 쓰겠지만 세상에 태어나서 그런 능력을 가지고 있는 분 만나기 쉽지 않다고 생각하고 주위에 있는 친구들도 모두 그 분의 능력에 대해 인정하고 있는 분입니다.
  "우짜노, 외국에서 몸이 아프다니... 홍콩이라 했나?"
  "예, 무덥고 습한 곳이고 첫 직장이라 스트레스가 많은 것 같습니다."
  "일본은 더러 보내 봤지만 홍콩은 처음이라... 약이야 내가 만들면 되지만 홍콩에는 우째 보낼끼고?"
  "...... 미처 생각을 안 해 봤는대요.  택배로 보내면 안 되겠습니까? 제가 알아보고 연락드리겠습니다."

  먼저 H택배로 전화를 하니까 전화 받는 직원이 하는 말  "한약이라구요? 세관 통과가 확실한지는 모르겠는데... 검증된 성분표를 붙이면 되기는 되겠는데 그쪽 세관에서 어떻게 할지는 제가..."  웬 성분표가 필요하다는 말인가?  다시 T회사와 여러 전문 회사로 전화를 해 보아도 역시 비슷한 말이었습니다.  인터넷을 뒤져 홍콩 택배를 찾으니 전문회사가 하나 있었습니다.

  전화를 하니 답변하기를 "먼저 서울로 보내시면 저희가 재포장을 해야 합니다. 한약이라고 하셨지요? 저희가 한약을 캔에 넣어 밀봉을 하여 발송하면 됩니다. 발송비와 포장비가 조금 비싸지겠네요..."

  한약을 홍콩으로 보내기 어렵겠다는 느낌이 확 오더라구요.  한약방 영감님에게서 한약방으로 나와 달라는 연락이 와서 한약방으로 갔습니다.
  "일본은 내가 많이 보내봐서... 요 위에 우체국이 있는데 한번 가보고 와"

영감님의 말에 따라 근처에 있는 우체국으로 갔습니다.  마침 점심시간이라 직원들은 없고 국장님 명찰을 단 분이 앉아 있었습니다.
  "저기요... 홍콩으로 택배를 보내려고 하는데요..."
  "내용물이 뭡니까?"
  "한약인데요.  비닐로 포장되어 있는..."

  그 날 저는 하늘에서 내려 온 천사를 만났습니다.

  너무나 고마워서 국장님을 끌어안고 뽀뽀를 해 주고 싶었습니다.  국장님의 말인 즉 우체국 택배로 보내면 5일 이내로 도착한다는 것과 한약의 경우 비닐포장이 찢어져 약이 새어 나오거나 상할 위험이 있으니 시장에 가면 라면박스 크기의 플라스틱 통을 구입하여 한약을 그 안에 넣고 테이프로 밀봉을 하여 보내면 좋다 라고 하시면서 덧붙여 하시는 말씀이 요즘 중국제 플라스틱 통 3,000원주면 살 수 있다고 가격정보까지 상세하게 가르쳐주는 것이 아닙니까?

  국장님, 정말 감사합니다.

  그렇게 하여 한약을 플라스틱 통 안에 넣고 뚜껑을 닫은 후 테이프로 밀봉을 한 후 박스에 넣어 우체국으로 가져가서 홍콩으로 부쳤습니다.  무게 12kg에 요금은 45,000원 정도.  한약을 우체국 택배로 부쳤고 4~5일 후 도착할 것이라는 굿 뉴스를 아내에게 메일로 보내고 나니 비로소 한숨 돌리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아내에게서 연락이 오기를 5일이 지나도 택배가 올 생각을 하지 않는다는 이야기를 듣고 인터넷으로 화물 위치 추적을 해 보아도 홍콩에 도착했다는 메시지만 뜰 뿐 그 이상의 정보는 얻을 수 없었습니다.
  "이상하다..."

  우체국 민원실에 전화를 해 보아도 외국으로 떠난 물건에 대해서는 자기들도 더 이상 추적할 방법이 없다고 하는 답변만 돌아왔습니다.
  "여보, 1층 우체통으로 한 번 가 봐요"

  내 말을 듣고 아내는 우체통으로 갔고 얼마 후 메시지가 왔습니다.
  "종이쪽지 같은 것이 들어 있네요. 전부 영어와 한자로 되어 있어서..."
  "아들에게 메일을 보내 봐요"
  아내는 아들에게 메일을 보냈고 종이에 적힌 내용을 메일로 보냈더니 아들의 말이
  "엄마! 우체부가 왔다 갔나 봐요..."

  아내가 하는 말이 어제 갑자기 집의 인터폰이 울렸는데 영어와 중국어를 하지 못하는 지라 겁이 나서 받지를 않았는데 아마 우체부가 인터폰을 누르고 간 모양이라고 하더군요.  당시 아들은 신입사원 교육을 받고 있어 도저히 외출은 불가능하고,  비싼 비용을 들여 도착한 한약은 무더운 날씨 때문에 상할지도 모르고,  저는 한국에 있고...  아내는 홍콩은 처음이고 영어와 중국어를 전혀 못하니...  대책이 없더군요.

  홍콩의 우체국은 한국의 택배회사와 너무 달랐습니다.  집에 와서 사람이 없으면 배달 왔지만 사람이 없으니 우체국으로 찾으러 오라는 쪽지 한 장만 남기고 그것으로 끝이었습니다.  시간이 지나고 보니 한국 택배 회사의 능력과 시스템은 정말 세계 어디에 내 놓아도 손색이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지구 끝까지라도 전화해서 배달하는 배달의 민족에 정말 감탄합니다!

  고민 끝에 아내에게 메일을 보냈습니다.  당신은 할 수 있다.  말을 못한다고 물건을 못 찾는 것이 아니다.  지금 아들은 교육 때문에 올 수 없고, 나는 한국에 있으니 현재 물건을 찾으러 갈 수 있는 사람은 당신뿐이다.

  저의 메일을 받고 수 천 번 망설이던 아내는 드디어 아파트를 나섰습니다.  집에서 조금 걸어 아래 로터리까지 내려 온 아내는 택시 기사를 확인하며 택시를 탔는데 이유는 아들의 말이 생각났기 때문입니다.  되도록 젊은 기사가 운전하는 택시를 타야 영어가 조금 통한다는 말을 기억해서 젊은 기사가 운전하는 택시를 타고 기사에게 우체국에서 남기고 간 종이쪽지를 내밀고 외쳤습니다.
  "고!"

<글 : 구행복 9happy0508@hanmail.net /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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