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76호, 6월1일]

한국국제학교장 조영우

  금년 2월 2일자로 한국국제학교에 부임한 조영우 교장입니다. 지면으로 인사를 드리게 되어서 매우 기쁩니다.  저는 매일 아침 교문에서 학생들을 맞이하는 것으로 제 일과를 시작합니다.  한국에서 교사생활을 거친 후 4년간 교육행정 지원업무를 하다가 다시 아이들의 해맑은 미소를 대하면서 새로운 보람을 만끽하고 있습니다.

  교육은 백년지대계라 하였습니다.  한국인의 정체성을 유지하면서 외국어 능력이 뛰어난 훌륭한 인재를 길러내는 것이 한국학교가 해야 할 일입니다.  교민사회의 역사가 길어짐에 따라 자녀 교육에 대한 새로운 자각을 하시는 분이 많아졌습니다.  한국인이 원어민과 똑같이 영어를 완벽하게 구사하여도 외국에서 주류사회에 진입하기가 쉽지 않은 것이 오늘의 현실입니다.  과거와 같이 영어만 잘하면 한국에서 출세하는 시절 또한 지나갔습니다.  이제 한국에도 영어를 잘하는 사람이 너무 많습니다.  아이들은 약 20년간의 준비를 한 후 직업 현장에 나가게 됩니다.  지금도 이러한데 10-20년 후 현장에 나갈 아이들의 미래를 위해 꼭 필요한 교육을 시키고 있는지 한번쯤 다시 생각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언어란 동시에 노출되고 동시에 사용되어야만 합니다.  영어에만 노출되다 보면 아이들은 영어를 잘하는 만큼 한국어를 잊어버리게 됩니다.  해외에 오래 살아 어느 정도 영어로 의사소통이 가능해지면 영어가 더 쉬운 소통수단이 되고 굳이 한국어를 배우려 하지 않으려 합니다.  아이와 함께 한국 동요를 부르면서 따뜻한 정감을 느끼며 행복해 하시는 학부모님이 계십니다.  반면 미국에서 아이를 초등학교 때부터 교육시켜 대학생이 된 아들을 둔 어느 사업가의 이야기는 한번쯤 되새겨 볼 필요가 있습니다.  아이가 조그만 잘못을 해도 영어로 훈계해야만 의사소통이 잘된다고 하였습니다.  한국의 어느 음료수 광고에서 2%가 부족하다는 광고를 하더군요.  과연 2%만 부족할까요?

  존경하는 교민 및 주재원 여러분!
  한국학교가 대안이 될 수 있습니다.  초등학교는 작년부터 이머젼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한 반에 원어민 선생님과 한국인 선생님 두 담임이 상주하면서 수업을 하고 있습니다.  학급당 학생수 10명 내외에 한국어 선생님과 원어민 선생님 두 분이 한국어와 영어를 동시에 가르쳐 주십니다.  어떤 국제학교도 시행하기 어려운 엄청난 예산이 소요되는 사업입니다.  거기에 한국 선생님의 정말 따뜻한 보살핌이 더해집니다.  주당 40시간(40분) 수업에서 원어민 영어수업이 15-20시간이며 한국어 선생님 수업이 20-25시간입니다(5시간은 희망에 따른 선택형 수업임).  또한 영어시간 중 4-5시간 정도는 한국교과서를 한국선생님이 번역하여 원어민 선생님이 지도하는 이머젼 시간입니다.  동시에 이중 언어교육이 이루어져 영어와 한국어를 완벽하게 배울 수 있습니다.  이와 같은 이머젼 교육을 1년 이상 실시하다 보니 새로운 문제가 발생하였습니다.  한국에서 홍콩으로 바로 이주해 온 학생들이 한국어과정 초등과정의 영어수업을 따라가지 못하는 문제가 생겨났습니다.  현재는 임시적인 방법으로 이런 학생들을 위한 특별 교육을 시키고 있습니다만 2학기부터는 특별 심화과정을 운영하려고 합니다.  일정기간 다른 수업을 줄이는 한이 있더라도 학원식 특별 영어프로그램을 실시한 후 같은 학년의 정규 과정에 하루 빨리 합류할 수 있도록 특별프로그램을 만들 계획입니다.  한국어 과정 초등학교 학생들의 이머젼 수업 장면은 6월중에 별도로 교민 여러분들을 대상으로 학교 공개 행사를 실시하도록 하겠습니다.  많은 분들이 방문하시어 한국어과정 초등 이머젼 교육을 점검해 주시기를 희망합니다.  중학교는 영어교육에 대한 열망을 반영하여 핵심 분야만 한국어과정에서 수업하고 나머지 모든 과목은 영어과정에서 배우도록 금년부터 체제를 바꾸었습니다.  중학교 주당 35시간(45분) 중 한국어과정에서는 국어 수학 사회 중국어 4과목(15시간)만 배우고 나머지 20시간은 모두 영어과정에서 수업합니다.  영어는 영국교육과정에 맞춰서 영어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배우고 주재원 자녀들이 한국에 돌아갔을 때에 필요한 핵심 교과만 가르치는 체제입니다.  단기 체류를 마치고 곧 한국으로 돌아가야 하는 학생들은 한국 교육의 적응을 위해 고려해 볼 필요가 있는 프로그램입니다.  특히 영어를 잘 하는 학생일수록 영어 외에 정규 수업시간에 한국교과서로 한국 선생님이 가르쳐 주시는 국어나 수학 교육은 좋은 프로그램이 될 것입니다.  고등학교는 제가 여기서 굳이 안내를 드리지는 않겠습니다.  전 세계 국제학교 중 홍콩한국학교만큼 우수한 실적을 자랑하고 있는 학교는 없으며 한국 대학 진학을 원하신다면 한국학교는 분명한 대안입니다.  지난 3년간의 대학진학 실적은 학교 홈페이지에 이미 탑재되어 있으며 특례 입시 지도를 위해 한국에서 우수 교사를 공채를 통해 초빙해 오기 때문에 교육의 내용과 질적 수준은 타의 추종을 불허합니다.

  존경하는 교민 및 주재원 여러분!
  아이들의 미소가 가득한 학교, 아이들을 따뜻한 사랑으로 보살펴 좋은 인성을 가진 사람을 육성하는 학교, 한국인의 정체성을 유지하면서도 외국어 구사능력이 뛰어난 창의적인 인재를 길러 미래 사회의 주역이 되게 키우는 학교, 학교관리자와 교직원, 학생, 학부모간의 의사소통이 잘되어 교민사회의 중심이 되는 학교를 만드는 것이 제가 소망하는 한국학교의 모습입니다.  지금 당장은 여러분들의 기대에 미흡한 부분이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지켜봐 주십시오.  한국학교는 홍콩교민들의 자부심이자 자랑입니다.  기필코 여러분들의 기대에 부응하는 훌륭한 학교를 만들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가정에 번영과 행복이 가득하시길 기원합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