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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초보의 좌충우돌 시골생활기- 12편(누렁이의 추억)
  • 위클리홍콩 기자
  • 등록 2007-05-30 14:1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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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176호, 6월1일] 신의 경지에 오른 '지네 잡이'   그날 밤 우리 식구는 아들 방에서 이삿짐을 쌌습니다.  어..
[제176호, 6월1일]

신의 경지에 오른 '지네 잡이'
  그날 밤 우리 식구는 아들 방에서 이삿짐을 쌌습니다.  어두운 곳을 좋아하는 지네인지라 반드시 숨어있는 곳을 찾아내어 제거를 해야 잠을 잘 수 있기에 한 시간 가량 침대를 옮기고 책상을 옮긴 후에야 지네를 찾아 즉결 처분을 하였습니다.  처음에는 방바닥에 나타난 지네를 보기만 해도 끔찍했습니다.  시커먼 몸뚱이에 여러 개 달린 발.  보기에도 소름끼치는 모습이었습니다.  어떨 때는 어른 손가락만큼 커다란 놈이 출현을 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면 우리 집은 완전 비상상태에 돌입합니다.  그런데 세월이 흐르고 그런 경우를 많이 당하다보니 나중에는 어쩌다 지네가 출현하면 식구들이 지네를 보고 심드렁하게 하는 말이 "어? 지네네" 하면서 서둘지도 않습니다.  처음에는 방방 뛰면서 손에 잡히는 대로 지네를 두들겨 잡으려다보니 실패한 경우도 많았지만 경륜이 쌓이니 그렇게 되더라구요.  지네가 나타나면 아주 천천히 그리고 아주 우아한 모습으로 지네 잡는 필살의 무기를 동원하여 간단히 처리하고 시신은 닭장으로 가져가서 닭에게 던져주면 닭들이 잘 먹어 치웁니다.  경력이 쌓이니까 지네가 아무리 재빨리 도망을 가도 우리 가족의 지네 잡는 속도는 이미 신의 경지에 도달하여 있기 때문에 지네가 절대 도망을 갈 수가 없습니다.

  이때 '우리 가족이 사용한 지네 잡는 필살의 무기는?' 정답은 '파리채' 파리채는 가볍고 반복하면서 타격하기 쉽기 때문에 짧은 시간에 지네 잡는 도구로는 최고입니다.  지금도 아내의 손가락에는 그때 지네에게 물린 자국이 남아 있습니다.  정말 독한 놈입니다.  동네 어른들의 말에 의하면 대나무가 자라고 있는 곳에 지네가 많아서 지네 잡아먹으라고 대나무 밭에 닭을 풀어서 기른다고 합니다.  그러고 보니 우리 집 뒤편 언덕에 대나무가 조금 있대요.

  그리고 창문틀이나 문틀에 백반을 뿌리면 집으로 들어오는 것을 막을 수 있다고 하는데 어차피 자연 속에서 사는 것 자연에 있는 곤충들과 동거 동락하는 것도 그런 범주에 포함되는 것이 아닐까 하여 그냥 멍청하게 삽니다.

  혹시 여러분들의 집에 지네가 나타나십니까?  해결사 가족이 여기 있습니다. 우아한 모습으로 간단히 해결해 드리겠습니다.


"여보 사랑해!"
  최근 시골생활에 대한 기억을 떠 올리며 체험기를 쓰면서 문득 뇌리를 스치고 지나가는 생각이 하나 있었습니다.  나이를 한 살씩 먹을수록 제가 아내를 너무 사랑한다는 사실이었습니다.  평소에는 세상의 모든 부부들처럼 심드렁하게 지내왔는데 이 글을 쓰면서 글에서 소개하는 에피소드처럼 아내에게 기쁨만 준 것이 아니라 제가 아내를 슬프게 했던 일들이 더 많았고 그런 저를 지금까지 믿고 아무런 불평 없이 동반자로서 살아 온 아내가 저에게는 너무나 귀한 사람이라는 것을 늦게 깨달았습니다.

  이런 일이 있었습니다.  몇 해 전의 일인데 그날은 아내의 생일이었습니다.  일을 맡아 해주고 있던 회사 일이 늦어서 집으로 오면서 몇 군데 제과점을 들렀지만 모두 불이 꺼져 있어서 케이크를 사지 못했는데 집에 도착하니까 마침 여동생 부부가 케이크를 사 들고 집으로 와서 기다리다가 돌아간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아무런 선물도 준비하지 못한 채 저는 미안하기도 하여 등골에 땀이 흐르면서 생각한 끝에 엉겁결에 봉투에 돈을 넣어(액수는 부끄러워 밝히지 않고 무덤까지 가지고 가겠습니다) 아내에게 주면서 옷 하나 사 입으라고 하는데 아내는 화가 나는지 문을 쾅 닫고 방으로 들어가 버렸습니다.

  '아! 나의 실수...  미리 준비하는 건데 게을러가지고 미루다가 이 꼴이 나고 말았네...  차라리 동생들이 사 가지고 온 케이크나 같이 먹으면서 바빠서 선물준비 못했다고 미안하다며 사과나 할껄...'

  하여튼 경상도 남자들은 도무지 분위기를 모르고 철따구니가 없습니다.  그날 아내에게 용서를 빌며 얼마나 손바닥을 비볐던지 손바닥의 지문이 거의 지워지고 없습니다.

  시간이 많이 흐른 후 깨달은 것은 그날 아내가 저에게 바랐던 것은 돈 봉투처럼 간단히 만들 수 있는 그런 것이 아니었습니다.  짤막한 편지나 진심어린 축하의 말처럼 정성이 담긴 그 무엇을 바라고 있었지 허둥지둥 만든 그런 조잡한 선물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물론 저의 잘못이 이것 말고도 수없이 많이 있습니다.  그런데도 아직까지 저의 곁에서 말없이 내조를 해주고 있는 아내가 정말 자랑스럽고 고맙습니다.  경상도 피가 흐르는 문둥이 남자라 표현력은 빵점입니다만 이렇게 글로써나마 아내에게 말해주고 싶습니다.

  "여보! 사랑해!"


누렁이에 대한 추억
  도시 살던 사람들이 시골로 이사를 오면 가장 먼저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일까요?  물론 남자와 여자에 따라 다르겠죠.  '여성들이 가장 먼저 하고 싶은 일은?'  답은 '하고 싶은 일이 없다.' 가 아니라 '그럴 일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편리한 아파트를 떠나 추울 뿐 아니라 모기가 득실거리고 생활하기에 불편하기 짝이 없는 시골로 가서 살자고 말을 하는 자체가 편리함을 추구하는 현대 여성들에게는 모욕적으로 들리는 말이 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저의 가정도 시골로 이사를 하자마자 보통의 가정과 비슷하게 가장 먼저 착수한 일은 개를 기르는 일이었습니다.  물론 닭을 가장 먼저 길렀지만 닭장을 지어 옮기고 난 뒤의 일입니다.  이웃의 소개로 처음 한 마리가 우리 집으로 이사를 왔습니다.  그리고 조금 있다가 또 한 마리가 이사를 왔습니다.  개란 동물 참 이상하지요?  요즘 아파트에서 애완견 한 마리 키우지 않으시는 분 없을 정도로 사람에게 개는 정말 특별한 존재인 것 같습니다.  거기다 시골집 마당에 개가 없다는 것이 상상이 가지 않을 정도로 그놈들은 사람에게 너무나 많은 위로를 주는 것 같습니다.  마치 친한 사람처럼.

  개가 여러 마리로 늘어나니까 넓은 집이 비로소 사람 사는 집같이 활기가 도는 것 같았습니다.  그렇게 시간이 흐르고 주인 몰래 외도를 하고 돌아 온 암놈이 출산을 하여 5마리의 새끼가 태어나는 바람에 졸지에 우리 집은 개판이 되고 말았습니다.  임시로 담을 막은 아래채 뒤편에서 개들이 살았는데 청소하고 사료 주는 일이 생각처럼 쉽지 않더군요.  이거 우리가 개를 사육하려고 온 것도 아닌데 이렇게 개 때문에 하루 종일 매달려 있어야 되겠는가?  그리하여 이웃들에게 한 마리씩 분양을 해 주고 우리 능력에 맞게 한 마리만 키우기로 하였습니다.

  많은 개들이 우리 집을 거쳐 갔지만 기억에 남는 세 마리 개에 대한 회고입니다.

  첫 번째 개는 '누렁이'라고 이름 불리던 놈입니다.  털 색깔이 보리빵처럼 누런 놈이었는데 이놈은 정말 순둥이 그 자체였습니다.  어릴 때는 너무 순해서 식구들이 마치 장난감처럼 가지고 놀았는데 커서도 성질은 변함이 없었습니다.  기억에 남는 것은 아내가 이놈에게 주는 밥은 음식 찌꺼기나 사료가 아니라 우리가 먹는 밥을 일부러 나누어서 우리가 먹는 반찬하고 갖다 주는 것이었습니다.  물론 어떨 때는 사료를 주기도 했지만 밥맛에 길들여진 이놈이 사료를 주면 며칠 째 먹지 않고 시위를 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몰라도 아내가 밥을 갖다 주러 개집으로 가서 밥을 놓고 오면 아내가 보이지 않을 때까지 아내를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다가 아내가 보이지 않으면 그때서야 뒤로 돌아서서 밥을 먹는 놈이었습니다.  보통의 개들은 주인이 밥을 갖다 주자마자 바로 밥을 게걸스럽게 먹지 않습니까?  그런 면에서 누렁이는 다른 개들과는 많이 달랐습니다.

  그러다보니 아내는 물론이고 식구들이 누렁이를 대하는 모습이 마치 같이 살고 있는 식구 대하는 것처럼 정겨웠습니다.  아마도 우리 가족과 누렁이는 마음 깊이 서로 사랑하고 있었는지도 모릅니다.  어쩌다 아내가 외출했다가 늦으면 누렁이 밥 챙겨주라고 전화가 옵니다.  개집에 앉아 있다가도 아내의 차 소리만 들리면 벌떡 일어나 아내를 기다립니다.  그만큼 아내와 깊은 정이 든 놈인데 어느 날 개장사가 한 번 지나가고 나니까 사라지고 없었습니다.  정말 두고두고 평생 가슴에 남았던  놈이 바로 '누렁이'였습니다.  지금도 아내는 아주 가끔 그때의 누렁이 이야기를 합니다.

  "누렁아... 너의 착한 그 눈망울이... 그립다..."


<글 : 구행복 <br /> 9happy0508@hanmail.net /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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