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169호, 4월13일]
'국제경쟁력'. 도널드 창 홍콩행정장관이 인터뷰를 통해 누차 강조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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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9호, 4월13일]
'국제경쟁력'. 도널드 창 홍콩행정장관이 인터뷰를 통해 누차 강조한 말이다.
지난 3월25일 치러진 행정장관(행정수반, 최고 책임자) 선거에서 승리, 향후 5년간 홍콩을 이끌게 될 그는 "모든 정책의 초점을 국제경쟁력 강화에 맞출 것"이라고 말했다. 국제경쟁력 강화가 그가 지향할 정책의 핵심 키워드였다.
세계 주요 연구기관들이 조사하는 경쟁력 보고에서 홍콩이 1등을 놓치지 않는 이유가 어디에 있는지를 알 수 있게 해주는 대목이다.
새로운 임기를 시작하게 될 창 행정장관의 홍콩 경영 포부를 들어본다.
한국경제가 국내 언론으로는 처음으로 가진 도널드 창 홍콩행정장관과의 인터뷰 기사를 게재한다. 인터뷰는 이메일을 통해 이뤄졌다고 한다.
- 앞으로 5년간 더 홍콩을 이끌게 된다. '아시아의 경제허브'를 기치로 내건 장관의 비전을 듣고 싶다.
"세계는 지금 치열한 '경쟁력 전쟁'을 벌이고 있다. 안주하면 탈락이다. 현재의 성과는 의미가 없다. 경쟁력 확보를 위해 치열하게 노력하는 나라만이 내일을 보장할 수 있다.
금융·물류·해운·무역·정보통신·관광 등 강점을 갖고 있는 분야에서 한 단계 약진할 수 있도록 비교우위를 확보해 나갈 것이다. 세계 경제의 가치사슬(value-chain) 구조에서 최고 단계에 머무는 것, 그것이 나의 비전이다."
- 국제경쟁력 향상을 위해 구체적으로 무엇을 할 것인가.
"금융중심지로서 홍콩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기초에 충실할 것이다. 사법부의 독립, 깨끗한 정부, 정보의 자유로운 교류, 공정한 기업 경쟁 여건 등이 바로 그것이다. 이러한 작업을 끝낸 뒤 금융 물류 해운 무역 관광 등 개별 분야의 경쟁력 강화 대책을 세워나갈 것이다.
우리는 홍콩·중국 자유무역협정인 경제긴밀화협정(CEPA)과 중국 남부 9개 성(省)과 홍콩 마카오를 묶는 단일 경제권인 Pan-PRD(범 주강삼각주)를 이용해 중국에 진출하려는 해외 다국적기업, 또 해외로 나가려는 중국 기업에 교두보 역할을 할 것이다.
교육에 대한 투자를 대폭 늘려 근로자들이 평생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 그게 바로 지식집약형 서비스산업의 발전을 이루는 길이기 때문이다.
혁신을 통해 창조적인 산업을 육성해 나갈 것이다.
또 생활환경 개선에 총력을 기울여 세계 모든 사람들이 홍콩에서 커리어를 쌓고, 자녀들을 교육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하겠다.
홍콩은 전문인력 부족 문제에 직면하고 있다. 우리는 이를 '인재 유치'라는 공격적 전략으로 해결할 것이다.
낮은 세금, 글로벌 시스템, 중국과의 연관성, 다양한 국제학교 등을 통해 해외 전문인력을 홍콩으로 끌어들일 것이다."
- 금융센터로서의 상하이 발전이 눈부시다. 일부에서는 결국 상하이가 홍콩을 대체할 것이라는 얘기도 나온다. 상하이는 과연 홍콩을 위협할 것으로 보는가.
"상하이의 성장이 홍콩을 위협할 것이라는 생각은 지나치게 단순한 생각이다. 우선 중국 국내적으로 봐도 상하이와 홍콩은 서비스 대상이 다르다. 상하이는 창장(양쯔강) 주변의 중공업업체를 주로 상대하는 데 비해 홍콩은 광둥성의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한다.
금융시장 발전에서도 차이가 난다. 상하이는 주로 중국 국내 투자가들을 중심으로 이루어져왔다. 반면 홍콩은 국제 투자가들을 겨냥한 시스템이 구축되고 있다. 상하이가 홍콩과 견줄 만한 국제 금융센터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선결조건이 필요하다. 우선 위안화(人民幣)의 자유태환이 선행되어야 된다. 달러가 중국 국경을 마음껏 넘나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또 금융 인재도 비축해야 한다. 홍콩과 같은 수준의 국제 금융 인재가 마련되어야 비로소 국제금융센터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상하이가 어느 정도 발전하든 홍콩과 상하이는 경쟁관계가 아닌 상호 보완관계를 유지하게 될 것이다."
- 홍콩이 중국에 반환된 지 10년이 흘렀다. 중국은 홍콩 경제 발전에 긍정적인 역할을 했다고 생각하는가.
"1997년 홍콩 반환 이후 가장 큰 변화는 '홍콩과 대륙이 한가족이 됐다는 것'이다. 가족이 됐기에 서로 더 잘 이해할 수 있게 됐고, 서로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방안을 많이 모색했다. 중국 정부는 지난 10년 동안 홍콩 경제를 위해 많은 조치를 시행했다.
2003년 중국의 CEPA 체결로 관세가 철폐되었고, 27개 서비스 분야 시장에 새로 진입할 수 있었다. 홍콩은 중국의 남부 9개 성(省)과 마카오 등을 잇는 Pan-PRD 경제협력조약 체결을 추진하고 있다. 이는 인구 4억7000만명에 이르는 남부 중국의 거대한 단일시장을 낳을 것이다.
중국과 홍콩의 협력은 무역 투자의 범위를 넘어 기간시설, 교육, 문화, 정보기술(IT), 환경, 관광, 보건 등으로 확대되고 있다. 양측 교류는 홍콩의 안정과 중국의 발전을 모두 유도했다. 중국과 홍콩은 반환 이후 '거대한 시너지(연쇄상승효과)'를 만들어내고 있다."
- 많은 사람이 '중국은 경제 및 정치 개혁을 위해 홍콩을 모델로 삼고 있다'고 말하고 있다. 이 말에 동의하는가.
"나는 홍콩의 존재를 '테스팅 단지(Testing Ground)' '지식 은행(Knowledge Bank)'으로 표현한다. 홍콩은 위안화의 국제화를 위한 테스팅 단지로 활용되고 있다.
중국은 지금 홍콩의 국제 금융 시스템과 전문인력을 활용, 위안화의 태환화를 준비하고 있다. '지식은행'의 차원에서 말을 하자면 홍콩에는 국제적인 법률 시스템, 회사 감독기구, 반부패 시스템 등이 정착되어 있다. 만일 중국이 새로운 법안을 마련하려고 할 경우 홍콩을 참조할 수 있을 것이다. 금융 서비스를 신설하고자 할 경우에도 마찬가지다."
- 홍콩에도 민주화 열기가 높아지고 있다. 특히 보통선거에 대한 요구가 강해지고 있는데, 이에 대한 복안은 무엇인가.
"차기 행정장관과 입법의원을 뽑게 될 2010년 이전 홍콩 민주화를 위한 모든 조치를 강구하겠다고 약속했다. 올해 말 홍콩 민주화의 궁극적인 목표인 보통선거를 위한 다양한 선택을 담은 보고서를 제출할 것이다.
이 보고서를 바탕으로 홍콩 주민들의 의견을 물어 베이징 중앙정부의 동의를 얻을 예정이다. 홍콩인들이 모두 받아들일 수 있는 안을 만들 것이다."
- 한국과 홍콩은 경제적으로 긴밀한 관계다. 두 지역의 협력을 평가해 달라.
"최근 홍콩 정부의 공식 한국어 사이트(www.hketotyo.gov.hk)가 개설됐다. 한국과의 교류를 늘리자는 차원이다. 홍콩은 대륙으로 진출하려는 한국 기업에 많은 기회를 제공할 것이다. 한국은 드라마, 영화, 음악, 소프트웨어, IT, 통신 등 콘텐츠 산업에서 놀라운 성장을 보였다.
다음 달 한국의 와이브로(휴대인터넷) 기술을 배우도록 홍콩의 관리들을 서울로 파견할 계획이다. 또 서울에서 홍콩 반환 10주년 기념행사를 갖게 된다. 이 자리를 빌려 홍콩 특유의 '일국이체제(一國二體制)'를 소개할 것이다. 홍콩과 한국이 상호 이해의 폭을 넓혀 교류를 늘려나갈 수 있기를 기대한다. 아울러 많은 한국 기업이 중국의 관문인 홍콩으로 오기를 기다린다."
<한국경제 한우덕 기자 woodyh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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