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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 LOVE & BABY 스토리 (14) - 이행대상 (Transitional Object)
  • 위클리홍콩 기자
  • 등록 2007-04-03 13:0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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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168호, 4월4일]   얼마 전에 아트 테라피(Art Therapy) 관련 세미나에 참석했다.  아트 테라피에 대한..
[제168호, 4월4일]

  얼마 전에 아트 테라피(Art Therapy) 관련 세미나에 참석했다.  아트 테라피에 대한 설명을 시작하면 지면이 모자를 정도로 이미 다양한 부문에서 많은 발전을 한 분야이다.  

  세미나에 참석하게 된 것은 내가 아트 테라피에 특별한 관심이 있어서는 아니다.  뭐든 예술이나 미술과 관련이 있다면 일단 관심 갖기 때문에 이 세미나 역시 매우 흥미롭게 참석했다.  세미나의 강연자는 영국인으로 싱가폴에서 'CREAT' 라는 아트 테라피 그룹을 운영하는 Ms. Caroline Essame로 화가이기도 하다.

  강연에 온 이들 대부분은 병원이나 그 외 사회복지 시설 등에서 일하는 사람들이었고, 그 외 교사나 예술가들도 꽤 많았다.  전문가들이 참석하는 세미나이기 때문에 매우 지루하거나 아주 전문적이어서 이해하기가 힘들지 않을까 하는 염려도 있었지만, 나의 우려를 불식하고 세미나는 아주 흥미진진했다.  중간 중간에 지루하지 않게 워크샵 형식으로 그림도 그리고 서로 토론도 했다.  

  강연에서는 아동 심리학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하고 있고, 아트 테라피 또는 아트 힐링(Art Healing )은 매우 전문적인 분야이기는 하지만 심리학에서 그 근원을 찾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아동 심리학이나 어린 시절의 심리 및 행동 등이 자주 언급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연사는 특히 영국의 심리학자인 D.W.위니콧과 이행대상(移行對象, transitional object)에 중점을 두고 강연을 했는데, 이행대상은 D.W.위니콧과 대상관계(object relations) 정신분석에 관련된 정신분석학 용어이다.  대상관계라는 용어는 심리학자 멜라니 클라인(Melanie Klein)의 작업에서 파생된, 영국을 중심으로 하는 심리학의 일파에서 나온 말이다.

  Transitional Object라 함은 아이들이 엄마 또는 자신을 돌봐주는 사람(primary caretaker)을 대신하는 물건을 지칭한다고 설명했다.  인형이나 이불, 어떤 부드러운 심볼 등이 바로 그런 것들.  외국 영화를 보면 가끔 이불을 늘 들고 다니거나, 어딜 가나 인형을 가지고 다니는 아이가 있다.  

  Ms. Caroline Essame에 의하면 이 Transitional Object야말로 아이가 행하는 최초의 창조적인 일이라는 것이다.  왜냐면 '무엇인가를 무엇으로 대체한다는 것' 자체가 놀라운 상상력과 감수성이 있어야 한다는 의미.  어린 시절에 이런 Transitional Object가 있었던 사람들 대부분은 예술적인 감수성이 뛰어나다는 말까지 덧붙였다.  즉 자신이 원하는 엄마(또는 돌봐 주는 사람)를 대신할 어떤 것으로 '인형'등을 선택하여 위로를 받는 행위 자체가 창의력을 필요로 한다는 것이다.

  이쯤되면 마음속으로 좀 뜨끔할 엄마들이 상당히 있으리라 생각된다.  우리 아이는 이런 Transitional Object가 없(었)는데...

  우리 집 딸아이가 바로 그렇다.  요즘 아이들이 그렇듯이 장난감이 넘칠 정도로 많은데다 외동딸이기도 한 선이는 특별한 favourite이 없다.  늘 자신이 감당할 수조차 없을 정도의 장난감 속에 살고 있어서 그런지 유별나게 사랑하거나 집착하는 인형이나 장난감이 없다.

  그에 비해 나는 지금까지도 간직하고 있는 Transitional Object가 있다.  바로 내가 태어난지 얼마 안돼서 받은 토끼인형이다.  이름조차 없는 토끼인형은 이제 아주 너덜너덜하고 볼품이 없다. 하지만 특별한 일이 없는 한 나의 나이만큼 오래된 이 토끼인형을 아마도 죽을 때까지 간직할 것 같다.

  요즘 아이들은 가진 것이 너무 많아서 Transitional Object가 점점 필요 없어지는 것인가? 아니면 다른 이유가 있는 것인가?  특히 이 Transitional Object가 '창의력'과 연관이 있다면 엄마 된 입장에서 어떻게 걱정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걱정으로 넘치는 엄마인 나는 Q&A 시간에 질문을 할 수 밖에 없었다. 답은 의외로 간단했다.  뭐든지 흑과 백으로 말하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는 것이다.  Transitional Object가 없다고 해서 그 아이가 창의력이 떨어진다고 말할 수 없고 Transitional Object가 있었으니 창의력이 뛰어나다고 할 수도 없다는 것이다.  Transitional Object가 없는 아이들은 아마도 머릿속으로 너무 빠른 생각이 진행 되어서 이Transitional Object가 필요한 단계를 그냥 넘어 갈수도 있다는 것이다.

  즉 중간에 엄마를 대신할 어떤 물건을 찾을 겨를도 없이 엄마가 잠시 없어도 괜찮구나, 엄마는 나갔다가 다시 돌아 오는구나,라는 사실을 이미 이해했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아니면 손에 잡히는 어떤 물건이 아닌 다른 방법으로Transitional Object를 대신 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렇지만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Transitional Object가 없을 때 아이가 어떤 식으로 엄마의 부재를 이겨 내느냐하는 것이다. 이 대목에서 엄마의 깊은 관찰력이 필요하다.  특정한 Transitional Object가 없더라도 정서적으로 안정되어 있다면 특별히 걱정할 문제는 아닌 것 같다.

  모든 아이가 다른 방법으로 다른 환경에서 다른 부모 밑에서 자란다.  정해진 틀에 아이가 들어가지 않는다고 너무 걱정하거나 조급해 할 필요가 없는 것 같다.  각각의 아이마다 그 아이에게 알맞은 스타일의 성장이 필요할 것이다.  그리고 그 아이만의 스케줄도 매우 중요할 것 같다.  엄마가 좀 더 느긋하게 여유를 가지고 아이를 기다리고 보듬어 준다면 아이들은 놀라울 정도로 창의력을 발휘할 수 있을 것이다. 잣대를 정하고 아이를 그 잣대로 바라보는 것이야 말로 가장 슬픈 일이다.


<글 : 박인선 /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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