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메일전송
해피차이니스 뉴이어에 들려주는 이야기 한 토막 - 「연인 렌탈 서비스」
  • 위클리홍콩 기자
  • 등록 2007-02-28 13:11:40
기사수정
  • [제164호, 3월1일]   2007 년2월23일, 중국 정월 6일째를 맞이한 중국 광동성 광주시 U턴 러쉬가 시작된 신백운 공항.&nbs..
[제164호, 3월1일]

  2007 년2월23일, 중국 정월 6일째를 맞이한 중국 광동성 광주시 U턴 러쉬가 시작된 신백운 공항.  혼잡한 군중 속에서 잘 어울리는 한 커플이 멈춰 선다.  짐을 나눠가진 후 남성은 여성에게 1000위안(약15만원)이 든 붉은 봉투를 건네주며 작별의 인사를 한다.  

  공항을 빠져나온 남성 왕씨.  금년 나이가 32세인 왕씨는 동북지방 하얼빈시 출신이지만 현재는 일 관계로 광주시에 살고 있다.

  1998년4월에 대학을 졸업한 후 친구와 함께 광주시의 한 기업에서 일을 하다 2001년에 독립해 소프트 개발 회사를 설립했다.

  직장생활을 할 때 왕씨는 사업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평소보다 급료가 3배나 많은 춘절기간을 쉬지 않고 일했다.  사장이 되고 나서도 종업원에게 휴일을 주다보니 정작 자신은 남들보다 더 바쁜 연말연시를 보내야만 했다.  그러나 금년에는 해외에서 생활하던 사촌이 돌아와 결혼식을 올리기 때문에 집으로 돌아가기로 마음을 먹었다.  실로 고향을 떠나온 지 십수년 만에 돌아가는 집이다.

그러나 왕씨에게는 일 이외에 집에 돌아갈 수 없는 또 하나의 사정이 있었다.  나이 서른이 넘어 아직까지 애인이 없는 노총각 신세인지라 부모님 얼굴을 떳떳하게 볼 수 없었던 것이다.

  얼마 전 어머니는 전화통화를 하며 "너는 장남이니까 빨리 결혼해야 한다.  아직도 애인 없냐? 올해도 그냥 넘기면 아버지로부터 불호령 떨어진다"며 한 숨을 쉬시는게 아닌가.

  이대로 혼자 집에 돌아가면 가족은 물론 친척이나 친구들 까지도 왜 결혼을 안하느냐며 성화를 댈 것임에 틀림이 없다.  그런 상황을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왕씨에게 '귀향'은 매우 무거운 마음의 짐인 것이다.  왕씨에게는 과거 지인이 소개시켜 준 몇 명의 여성이 있었지만 인연으로 이어진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의기소침하게 지내던 왕씨는 어느 날, 우연히 본 인터넷에 뜬 기사를 보고 흥분하지 않을 수없었다. 「발렌타인데이, 연인 렌탈 서비스」라는 기사가 눈에 띈 것이다.  인터넷에 있는 「기간 한정 렌탈 연인」은 얘기를 하거나 식사를 하는 등의 충실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내용에 맞추어 요금 설정이 되고 있었다. 게다가 스페셜 서비스로서 「키스」도 준비되어 있다.

  왕씨는 여기서 연인을 렌탈해 집에 데려 돌아가면 되겠구나 싶어 완전히 들떠 있었다.  구세주가 나타난 것이다.

  왕씨는 서둘러 인터넷상에 '춘절 애인 모집'이라고 타이틀을 적은 다음 세세한 내용을 다음과 같이 적었다.

- 근무지:하얼빈
- 근무기간:2월16일~2월23일
- 근무내용:애인으로 교제(성희롱이나 위험행위 절대 없음)
- 보수:1000위안
- 그 외:기간 중의 모든 교통비나 식대, 숙박비는 이쪽에서 부담
- 조건:용모 단정, 품위 있고 상냥한 여성, 요리를 잘 하면 금상첨화
- 주의사항:근무지 하얼빈은 -20˚c로 매우 추우니 기후에 맞는 동복을 준비해야 함. 식사는 면류 중심이므로 미리 마음가짐을 해 주었으면 함.

  며칠 후 e메일 주소로 무려 10여명으로부터 연락이 왔다.  왕씨는 그 중에서 장씨를 선택했다.  대학을 졸업해 학력도 있는데다 현재 회사원이고, 동북성 출신이기 때문에 하얼빈의 기후도 걱정할 필요가 없었다.  그리고 그녀로 결정한 가장 큰 이유는 바로 '요리가 취미'라고 적었기 때문이다.

  출발을 하루 앞둔 2월15일, 간단한 협의를 하기 위해 두 사람은 처음으로 얼굴을 마주했다.  현재 28세인 장씨는 상상 외로 미인이었으며 어렸을 때 이혼한 부모님이 현재 모두 재혼해 광주에는 혼자남아 생활하고 있었다.  그녀는 춘절에 특별한 일이 없어 긴 휴일을 어떻게 보낼까 궁리를 하다 게시판의 올라온 내용에 신선함을 느껴 응모를 결정했다고 했다.

  다음날 16일, 이들은 광주에서 하얼빈으로 날아갔다.  두 사람은 협의에 따라 연인행세를 하며 사촌의 결혼식에 동석했다.

  장씨를 본 친척이나 친구들은 왕씨를 무척이나 부러워하며 장씨에게 언제 결혼하느냐, 결혼식에 꼭 초대할거냐, 며 말을 건네 왔다.  장씨는 아직 모른다고 대답하고, 대답할 수 없는 질문에는 웃으며 왕씨의 얼굴을 보았다.  모두 협의한 대로였다.

  왕씨는 회사를 더 키우고 난 후 결혼을 하겠다, 고 침착하게 대답한 후 그들 앞에서 여느 연인들처럼 다정한 모습을 연기했다.  어느 누구도 이들의 관계를 의심하는 사람이 없었다.

  왕씨는 장씨와 함께 고향에서 따뜻한 춘절을 보냈다.  왕씨의 부모님은 중학교 교사였지만 정년퇴직을 하고 장손의 결혼을 손꼽아 기다리면서 무료한 시골 생활을 하고 있었다.  왕씨는 부자의 정을 나누며 아버지와 장기를 두다가 저녁에는 장씨가 모친을 도와 만든 가정 요리를 먹으며 즐거운 한 때를 보냈다.

  그러나 한 가지 이상한 일은 부모님이 두 사람의 결혼에 대해 일절 질문을 해오지 않았다는 것이다. 왕씨는 왜 아무것도 묻지 않으실까 싶어 내심 불안했다.  

  그러다 며칠이 지나 부모님과 이별할 시간이 되었다.  두 사람을 떠나보내기 위해 어머니는 아침 일찍 일어나 음식을 장만하셨고, 아버지는 매일 아침마다 하는 체조도 거르셨다.  어머니는 장씨에게 동북지방 특산물을 싸주며 "내년에도 또 와"라고 당부 했다.  장씨는 아무것도 대답하지 않고 조용히 웃으며 왕씨를 바라봤다. 왕씨는 그녀가 일이 바빠 내년에도 올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어머니에게 대답했다.

  두 사람은 부모님에게 작별인사를 하고 택시에 올라타 공항으로 향했다.  모든 것이 무사히 끝났다는 긴장감으로부터 해방이 되어 가슴을 쓸어내린 왕씨였지만 정작 택시가 공항에 가까워짐에 따라 외로움을 느끼게 되었다.

  왕씨가 광주공항에서 작별인사를 한 후 약속대로 1000위안을 건네주고 등을 돌려 걸으려는 순간 왕씨를 불러 세우는 장씨의 목소리가 귓가를 울렸다.  놀라 되돌아 본 왕씨에게 천천히 다가온 장씨는 지갑에서 꺼낸 것을 왕씨 앞에 내밀었다.

  장씨 손에 놓인 반지를 보고 왕씨는 놀라움을 감출 수 없었다.   그 반지는 왕씨 할머니의 유품이었다.  광주로 돌아오는 전날 밤, 모친이 미래 며느리로 여긴 장씨에게 건네준 선물이었다.   장씨는 "이런 중요한 것은 당신의 진짜 연인에게 건네주세요"라며 돌려주려고 했다.

  왕씨는 자신도 모르게 "오늘 약속이 없으면 저와 함께 저녁 식사를 하지 않겠습니까?" 라는 말이 튀어나왔다.  장씨가 놀란 표정을 잠시 보이다 곧바로 귀여운 웃음을 생긋 웃으며 "좋아요!"라고 대답하곤 얼굴을 붉혔다.

  그리고 지금 왕씨는 훨훨 날듯한 발걸음으로 광주  공항을 빠져나오고 있다.


<글 :  로사 권>
0
홍콩 미술 여행
본가_2024
홍콩영화 향유기
굽네홍콩_GoobneKK
신세계
NRG_TAEKWONDO KOREA
유니월드gif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