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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그러진 차이나 드림] 4. 대담-진단과 대책
  • 위클리홍콩 기자
  • 등록 2007-02-28 11:4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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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164호, 3월1일]   중국 땅에서 오도 가도 못 하는 자영업자, 조기 유학의 이름으로 내팽개쳐진 어린 유학생, 야반도주하는 중소기업..
[제164호, 3월1일]

  중국 땅에서 오도 가도 못 하는 자영업자, 조기 유학의 이름으로 내팽개쳐진 어린 유학생, 야반도주하는 중소기업가.  경향신문이 9차례에 걸쳐 '일그러진 차이나 드림' 시리즈를 통해 짚어본 중국 교민들 자화상의 부분도이다.  그럼에도 한국인의 중국행은 줄어들기는커녕 급속도로 늘고 있다.  밑천이나 생활비가 국내보다 적게 들고, 지리적으로 가깝고, 같은 문화권이란 게 큰 매력이다. 경향신문은 중국 교민의 현주소를 진단하고 향후 대책을 마련하자는 취지에서 전문가 3인의 조언을 들어봤다.  전문가들의 해법은 간단했다.  "중국을 제대로 이해하라, 철저하게 준비하라.  그리고 이를 악물고 노력하라." 말은 쉽지만 행동하기는 어려운 주문이다.  지난달 12일 베이징(北京) 코리아 타운인 왕징(望京)의 재중국 한인회 회장실에서 열린 대담에는 유주열 주중 한국대사관 총영사, 김희철 재중국 한국인회 회장, 최석준 재북경 한국투자기업협의회 회장이 참석했다.

사회=베이징 시당국이 지난해 말부터 불법 자영업 단속에 나서 교민 자영업자들이 큰 피해를 보고 있다.

김희철 회장=경향신문이 우리 교민들과 유학생들의 실상을 생생하게 전달했다.  중국에 있는 60만 교민을 대표해서 감사드린다.  교민들이나 국내에 계시는 분들이 현실을 제대로 이해하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  한국인회가 현재까지 파악한 바로는 허가를 받지 않고 영업을 하는 민박업 등 일부 업종에 대해서는 중국 당국이 강력하게 단속하고 있다.  남의 나라에서 사업을 하면서 그 곳의 법을 지키는 것은 당연하다.  다만 한국인회는 총영사관과 힘을 합쳐 교민들의 피해를 최대한 막기 위해 고충처리센터 운영 등을 통해 노력하고 있다.

유주열 총영사=중국은 2001년 세계무역기구(WTO) 가입 이후 법제도를 정비하고 있다.  외국인을 특별 대우하던 때는 이제 지났다.  중국의 외환보유액이 1조달러를 넘었다.  외국인 투자를 골라서 받으려 한다.  우리도 이런 변화를 잘 알아야 한다.

최석준 회장=처음 중국에 와서는 물가가 한국보다 싸다며 갖고 온 돈을 흥청망청 쓴다.  그러다가 정신을 차리면 이미 늦다.  눈높이를 중국 현실에 맞추지 못하고, 우왕좌왕하다가 결국 실패의 길로 접어드는 경우를 자주 봤다.

김희철=요즘 중국에 온 자영업자들이 어렵다.  중소기업도 마찬가지다.  한국의 경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대기업이 접대비를 줄이면 회식자리가 줄어든다.  식당 등 서비스 업종은 직격탄을 맞는다.  교민들은 국내 정치와 경제가 잘되기를 진정으로 바라고 있다.

유주열=특히 부동산 업종과 식당업이 어려운 것으로 알고 있다.  업소가 난립해 과잉경쟁을 벌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너무 어둡게만 볼 필요는 없다고 본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을 앞두고 중국을 찾는 우리나라 여행객이 늘고 있다.  지난해에는 하루 평균 1만2000명의 우리나라 사람들이 중국을 찾았다.  올해는 하루 평균 1만5000명을 넘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올해는 한·중 수교 15년을 맞은 한·중 교류의 해이기도 하다.  많은 이벤트 행사가 열려 한국에서 더 많은 손님들이 베이징을 찾을 것이다.

김희철=처음 중국에 왔을 때는 (남의 말도 안 듣고) 조용하게 사업을 시작했다가 일이 터지면 부랴부랴 한인회나 대사관을 찾아오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그 때는 이미 늦다.  한국인회는 ‘화요 사랑방’이라고 해서 매주 화요일마다 전문가들을 불러 중국을 공부하는 시간을 갖고 있다.  사업하러 오시는 분들은 서둘러 사업을 벌이지 마라.  먼저 진출한 분을 두루 만나 고민하고 물어보라.  그래야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다.

최석준=중국에 오면 한국에서 어떤 생활을 했든, 중국의 현실에 맞는 생활을 해야 한다.  개인적인 경험을 얘기하겠다.  1996년 6월, 처음 베이징에 왔을 때는 월세 700위안(8만4000원)짜리 집에 살았다.  가게의 하루 수입이 200위안에 불과한 때도 있었다.  씀씀이를 철저히 줄이는 수밖에 없었다.  영양실조에 걸리지 않을 만큼만 먹고 지냈다.  외식은 상상도 못했다.  그러면서도 직원들에게는 성심성의껏 했다.  그러자 직원들이 주인의식을 가지고 열심히 일 해주었다.  외환위기가 오히려 내게는 기회였다.  그동안 헤프게 쓰던 자영업자들이 대부분 가게를 포기하고 귀국했다.  이를 헐값에 산 것이 나중에는 큰돈이 됐다.  지금은 연간 20만위안의 장학금을 학생들에게 줄 정도로 여유가 생겼지만 어려웠던 시절을 잊지 않으려 늘 애쓰고 있다.

사회=조기 유학의 부작용이 제기되면서 찬반 양론이 일고 있다.  중국 유학의 현실과 전망은 어떠한가.

유주열=중국의 조기 유학생이 늘어나는 것은 학부모들이 비행기로 한두 시간 만에 쉽게 올 수 있을 정도로 중국이 가깝기 때문이다.  문제는 너무 어린 나이에 오면 우리 정체성을 잃어버릴 위험이 있다는 점이다.  법적으로도 부모를 동반하지 않는 중학교 이하 유학은 불법이다.  특히 우려스러운 점은 경향신문이 지적했듯 부모가 헤어진 '깨진 가정' 자녀들이 중국에 유학이라는 명목으로 버려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김희철=조기 유학 자체를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 찬성한다. 그러나 명심해야 할 것은 보호자가 반드시 동행해야 한다는 점이다. 그렇지 않으면 현지에서 믿을 만한 위탁기관을 찾아야 한다. 현지에 있는 친척이나 친지가 조기 유학생들에게 철저한 생활지도를 해줘야 한다. 그래야 조기 유학이 성공할 수 있다.

유주열=이왕 조기 유학을 하기로 결심했으면 부모가 마음을 단단히 먹어야 한다.  조기 유학생을 잘 키우면 앞으로 한·중 관계 가교의 역할을 충분히 해낼 수 있을 것이다.  이율곡 선생이 말씀하신 '10만 양병설'이 있지 않나. 조기 유학생들이 제대로 크면 중국을 잘 이해하는 우리의 자산이 될 수 있다.  한·중 관계에도 크게 이바지할 것이다. 역사적으로 보면 신라시대 최치원은 어린 나이에 당나라에 유학 와서 훗날 문인으로 대성했다.  중국을 잘 아는 사람이 되겠다는 구체적인 계획을 가지고 와야 한다.  어쩔 수 없이 중국말이라도 배워야겠다는 생각에서 오면 안 된다. 그러면 중국말도 제대로 하지 못한다. 부모에게 버림을 받고 중국에 온 학생이 성공하기는 어렵다.  준비 없는 '묻지마 유학'은 곤란하다.

사회=산둥(山東)성 칭다오(靑島)의 일부 중소기업이 야반도주를 해 물의를 일으키는 등 중국에 진출한 중소기업들이 어렵다.  경제현실이 급변하는 중국에서 우리 중소기업의 성공 전략은.

김희철=2001년부터 칭다오시의 경제고문을 맡고 있다.  상당수 우리 중소기업들이 어려운 것은 사실이다.  인건비가 오르고 노조 활동도 활발하다. 한때 칭다오시 재정의 25%를 우리 기업이 내는 세금으로 충당한 적이 있었다.  외환위기 때는 칭다오시가 우리 기업들의 어려운 사정을 감안해 은행 대출 등 각종 특혜를 제공하기도 했다.  그러나 지금은 오히려 야반도주 기업들이 속출해 우리가 칭다오 공무원들에게 고개를 들지 못하는 실정이다.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  정직하게 사업하는 사람이 오래 간다. 중소기업도 기술력을 갖추고 마케팅을 잘하는 곳은 잘되고, 그렇지 않은 곳은 힘들다.  철저한 양극화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최석준=그렇다.  어려움이 있어도 의외로 잘하는 기업도 적지 않다.  물론 처음에는 우리 중소기업들이 경험이 부족하고 노하우가 없어 실패하는 경우가 많았다.  중국에 오면 성공할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감은 버리는 게 좋다.  남이 하지 않는 업종을 하는 게 좋다.  남들이 잘된다고 하면 그 사업은 사양길에 접어들었다고 보면 된다.

유주열=우리 중소기업들이 값싼 인건비만 보고 진출한 경우가 많다. 현재 중국에는 50만개 외국 기업이 들어와 있다.  우리 기업은 3만개가 넘는다.  중국은 이미 '세계의 공장'이다.  중소기업의 각축장이기도 하다. 여기서 살아남아야 한다.  우리 기업들은 중국 기업은 물론 외국 기업과도 싸워야 한다.  당연히 힘들다.

사회=앞으로 중국 시장을 어떻게 보는가.  중국의 경영 환경이 더 어려워지면 제3국으로 가야 하나.

최석준=중국 시장은 나름대로 장점이 있다. 위험부담은 있지만 업종을 잘 고르면 승산이 있다.  그러나 안이하게 대응해서는 안된다.  제대로 벌지도 못하면서 집 사고, 차를 사면 안된다.  중국에 와서 말로만 중국을 좋아한다고 해서는 안된다 . 말과 행동으로 보여야 좋은 중국 친구를 얻는다.  돈 벌어서 도망가겠다면 누가 좋아하겠는가.

김희철=한국 사람들이 중국 진출을 너무 쉽게 생각한다.  중국에 진출하기 전에 먼저 중국과 중국 사람을 이해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중국은 우리나라(남한)의 100배 크기다.  지역별로 마케팅 전략도 다르게 접근해야 한다.  중소기업은 대기업과 달리 틈새시장을 잘 활용하면 성공할 수 있다.

유주열=당장은 부정적인 요인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장기적으로는 긍정적으로, 그리고 낙관적으로 본다.  중국은 인도와 더불어 21세기 우리에게 가장 중요한 존재다.  지리적으로 가깝다. 중국은 2000년 이상 우리와 역사를 공유하고 있다.  낯설지 않다.  유럽, 미국과 달리 그들의 문화를 이해하는 데 유리하다.  중국 문화를 이해하면 중국에 빨리 적응할 수 있다.  중국이 우리나라 바로 옆에 있다는 현실을 고마워하고, 적극 활용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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