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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칭) 홍콩 한인 혼성 합창단을 찾아
  • 위클리홍콩 기자
  • 등록 2007-02-15 18:2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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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162호, 2월16일]   "다시, 다시! 이 부분에서 조금 더 가볍게, 소리를 위로 올려 주시면서~  아니죠&nbs..
[제162호, 2월16일]

  "다시, 다시! 이 부분에서 조금 더 가볍게, 소리를 위로 올려 주시면서~  아니죠   아니죠, 이 파트는 알토만 다시 합니다~"

  지휘자 김소영의 지휘봉이 탁탁 소리를 내며 공기를 가른다.  지휘자의 지도에 따라 다시 목소리를 가다듬고 새롭게 소절을 시작하는 합창단원들의 눈빛이 진지하다.

  지난 6일 오후 1시께, 센트럴에 있는 세인트 조셉성당(St. Joseph Church)의 2층 연습장에는 점심시간을 이용해 10여명 남짓한 합창단원들이 모여 노래 연습에 열정을쏟고 있었다.

  가만히 보니 이들의 구성이 다양했다.  20대의 앳된 여성에서부터 넥타이를 풀고 연습에 열중하는 회사원, 살짝 흰머리가 엿보이는 중년까지 고루 분포돼 있었다.   나이와 성별 차이를 넘어 이들이 한마음으로 만들어내는 노랫소리는 그 어떤 소리보다 아름다웠다.

  연습실 문을 열고 슬며시 들어서는 기자를 발견한 합창단원들의 눈이 휘둥그레진다.  김소영 지휘자가 취재를 나왔노라고 소개하자 단원들은 당황스러운 듯 안절부절못한다.  한참 연습에 몰두하고 있었던 그들을 방해하는 듯 해 쥐죽은 듯 조용히 앉아있기를 10여분, 단원들은 바로 전에 연습하던 곡에 몰입한다.

  소프라노와 알토, 테너의 파트별 연습을 끝내고 화음을 이뤄 만들어내는 감미롭고 풍성한 노랫소리에 창문으로 쏟아져 들어오는 햇살처럼, 어지럽고 복잡했던 마음이 단박 따사로운 행복감으로 가득 찬다.

  이렇게 아름다운 노래를 부르기까지 얼마만큼의 연습이 있었까.  

  연습을 마치고 커피 한잔을 마시며 인터뷰를 한 김소영 지휘자는 말한다.  "이제 겨우 2번의 연습이 있었을 뿐입니다.  기존에 성악을 전공했거나 숨은 재능을 이제야 발견하신 분들, 그동안 성당이나 교회에서 성가대원, 다른 합창대원으로 활약해 왔던 실력 있는 분들이 모이다 보니 연습량이 적어도 완성도가 높습니다."

  현재 홍콩한인성당에서 성가대 지휘를 맡고 있는 김소영씨는 홍콩에서 10여 년 살아온 교민으로 홍콩씨티홀과 기타 문화센터 등에서 피아노 및 오르간 연주회를 5회나 가진 바 있는 실력 있는 연주가다.  그녀는 또 3년 전 한국으로 들어가 종교음악(聖音樂)을 공부하며 음악세계를 넓히면서 성음악의 아름다움에 푹 빠지게 됐다.

  "홍콩에 살면서 그냥 지나치기 아까울 정도로 재능이 출중한 분들을 많이 보아왔습니다.  각기 다른 분야에서 다양한 삶을 사는 재능 있는 분들의 마음을 모아 한마음으로 하모니를 이루는 작품을 만들고 싶었습니다."

  그렇다면 김소영씨가 만들어내고 싶어 하는 아름다운 성음악의 합창소리를 언제나 들을 수 있을까, 그녀는 금년 10월쯤에는 가능할 것이라고 말한다.

  소프라노 파트를 맡고 있는 한 단원은 "서로 다른 그러나 어우러져 하나의 목소리를 내는 게 합창의 매력"이라면서 "일치된 목소리로 노래를 부를 때의 기쁨은 무엇으로도 설명할 수 없을 정도"라고 말했다.  

그녀는 또 내가 좋아하는 노래를 홍콩에서 마음껏 부르며 기를 완전히 발산하다 보면 이런 게 '행복'이다 싶단다.  노래 부를 수 있는 공간, 시간 또 가슴속 열정을 함께 내뿜는 사람들이 있어 기꺼이 먼 길 달려와 점심시간도 반납하고 합창연습에 참여할 수 있는 것 같다고 한다.

  성별과 나이를 막론하고 홍콩에 살면서 합창을 좋아하고 노래를 사랑하는 사람, 성음악을 함께 공부하며 노래하고 싶은 사람이라면 간단한 오디션을 거친 후 합창단원이 될 수 있다.  특히 테너와 베이스 파트를 맡아 멋지고 매력적인 음성을 내줄 남성분들의 참여가 필요하단다.  

인터뷰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합창단원들에게서는 여전히 노래 소리가 흘러나온다.  노래 연습할 공간이 없어 한적한 곳에 자동차를 끌어다 놓고 몇 시간이고 노래한다는 사람, 연습했던 음이 머릿속에서 몇날 며칠이고 맴돌고 입에서는 쉴새없이 노래 가사가 쏟아져 나온다는 사람, 아이와 함께 연습실에 와서 '일에 몰두해 있는 엄마의 모습'을 보여주는 아름다운 광경, 열정에 넘치는 이들 합창단원들이 만들어 내는 소리는 그 어떤 보석과도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아름다웠다.

'노래하는 곳에 사랑이 있고, 노래하는 곳에 행복이 있네. 새들이 지저귀며 단잠을 깨우면 친구야 손뼉치며 노래부르자' 윤복희의 노래가 떠오른다, 이들이 만들어내는 노랫소리가 자신들에게는 기쁨이 되고, 암울하고 힘겨운 겨울을 지내왔을 교민들, 그리고 상처받고 소외된 이들의 가슴에는 봄소식을 알려주는 새들의 지저귐처럼 설렘임과 행복, 또다른 내일을 꿈꿀 수 있는 행복을 가져다 줄 것으로 믿는다.

* 합창단에 가입하고 싶으신 분은 김소영 지휘자에게 연락(☎6056-1787)하기 바란다.  

* 합창단은 매주 화요일 점심시간(12:00~14:00)에 센트럴 세인트조셉성당(미국총영사관 건너편 남색 성당 1층)에서 연습을 갖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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