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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드 별곡 (25) - 아직도 잊지를 못하네
  • 위클리홍콩 기자
  • 등록 2004-12-15 13:2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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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60호] 아직도 잊지를 못하네   그렇게 진호가 한국학교에 잘 다니고 있던 어느 날, 잠잠하던 로이다가 다시 찾아왔다. ..
[제60호]

아직도 잊지를 못하네

  그렇게 진호가 한국학교에 잘 다니고 있던 어느 날, 잠잠하던 로이다가 다시 찾아왔다.  얘기인 즉, 사실은 자기 주인 집 2층에서 내려다보면 등하교 하는 진호가 다 보일 뿐 아니라, 등교해서 PE하며 뛰어 노는 모습까지 다
볼 수 있었다고 한다.  그런데 어느 날부터 진호가 사라졌다는 것이다.  그래서 궁금하기도 하고, 보고 싶은 마음이 간절해 참다 참다 이렇게 진호를 찾아왔다는 것이다.  
  로이다는 진호와 그렇게 눈물겨운 상봉을 진하게 한 후 1시간여를 쿠당탕 거리고 놀다 다시 할머니 집으로 돌아갔다.  로이다는 그 이후 간간히 우리집에 전화를 걸어 아이들과 장시간에 걸친 통화로 아이들을 향한 그리움을 달래는 모양이었다.  하기사 하루 종일 위, 아래층 다니며 훵하니 큰 빈집만 청소하자니 얼마나 심심하고 외로울까.  아이들과 어울려 이불 뒤집어쓰고 세상 떠나가도록 소리 지르고 웃어대야 사는 재미를 느끼는 그녀에게는 말이다.  

  
할머니의 남자친구

  로이다에 의하면, 그 집 할머니 자매는 결혼을 한 번도 하지 않은 처녀 할머니들인데 사업 수완이 좋은지 젊어서 돈을 많이 벌어놓았다고 했다. 지금은 유유자적 할머니 둘이서 놀며 일하며 살아간다고 한다.  어느 날은 이 할머니 둘이서 훌쩍 유럽으로 장기 여행을 떠나기도 하고, 또 어느 날은 할머니 둘이 각각 남자친구 할아버지들을 데리고 들어와 며칠씩 마작을 하며 함께 기거하기도 한단다.  
  참 재미있게 사는 할머니들이다.  홍콩에 노처녀들과 독신들이 많다는 이야기는 익히 들어 알고 있었지만
저렇게 할머니가 돼서까지 독신으로 사는 사람들을 만나볼 기회는 그리 흔치 않았다.  독신 자매 할머니들과 그들의 남자친구 할아버지들... 생각 할수록 재미있다.  한 때 우리 사회에 충격을 던져줬던 박진표 감독의 <죽어도 좋아>라는 영화가 생각이 난다.  그때 당시에는 적잖은 충격으로 다가왔지만, 시간이 흐르고 인생에 대한 이해를 좀더 깊이 하면서 사랑에 대한 나의 시각도 차츰 변해간다.  사랑하는 사람의 살아온 세월까지 모두 품어 안는 그 노부부의 사랑이야기가 새삼 가슴을 울리며 아름답게 느껴지니 내가 벌써 늙었다 보다.
  결혼이라는 사회제도와 서로에 대한 구속에 얽매이지 않고 세상을 새처럼 자유롭게 살아가는 이네들의 삶은 얼마나 멋진가.  그러나 세상의 모든 자유를 만끽하며 사는 그네들의 행복 이상으로 철없는 메이드로 인해 머리를 싸매야 하고, 회사일로 개인 취미생활로 밤 늦게  귀가하는 남편과의 전쟁을 하루가 멀다 하고 치르며, 장난꾸러기 막강파워 막내아들과 새침 떼기 딸아이가 어울려 그려내는 나의 삶 또한 행복한 것이다.  
  한없이 좋기만한 일상이 아닌, 완벽하게 둥글지 못한 수레바퀴가 어울렁 더울렁 대며 신작로 위를 희뿌연 먼지
와 함께 앞을 향해 굴러가듯, 그렇게 어울렁 거리고 기우뚱대며 하루하루 살아가는 보통 사람들의 질퍽한 삶을 나는 한없이 좋아하는 것이다.


월동준비

  지난 봄, 로이다가 겨울옷을 정리하며 침대 밑이며 옷장 깊숙이 넣어놨던 옷들을 월동준비 하느라 다 꺼냈다.  그런데 이 옷들에서는 하나같이 퀴퀴한 냄새가 나고 좀이 슬어있었다.  한마디로 모두 '엉망진창'이 되어 있었던 것이다.  제대로 빨지도 않고, 세탁도 하지 않은 채 다 뭉뚱그려 처박아 둔 것이다.  큰맘 먹고 산 아이들의 메이커 있는 옷들은 표백제가 묻어 팔뚝 하나가 허옇게 변해 있었고, 나의 겨울 흰색 블라우스 역시 알록달록 무지개 색을 띄면서 염색이 되어있었다.  
   옆에 있었으면 분명 한 소리 들었을 텐데 그녀는 운 좋게도 내 곁에 없었다.  그게 자기 복인지도 모르겠다.  그 집에 가서는 잘 하는지, 매일매일 깜빡거리는 정신으로 인해 구박이나 받지는 않는지, 나는 지금 내 코가 석자면
서도 철딱서니 없는 로이다가 가끔은 염려가 되는 것이다.


로이다의 남자친구

  이건 근래 들은 이야기다.  예전에 그녀와 함께 사진을 찍었던 도둑놈 같이 시커먼 남자애들이 못내 마음에 걸렸었는데 완짜이에서 활동하던 로이다는 아니다 다를까, 멋진 영국남자를 남자친구로 두고 있다고 한다.  한 번은 로이다와 전화 통화할 일이 있어 남자친구에 대해 물으니 절대 아니라고 시침을 뚝 뗀다.  남자친구가 아니라 친구라고.  
  뒤집어 보면 빤한 것을 그녀는 아직까지 아니라고 잡아뗀다.  우리집에 있을 때 노상 아니라고 잡아떼던 것처럼 여태껏 아니라고 계속 잡아뗀다.  그녀의 남자친구가 부디 이해심 많고 마음 넓은 사람이어서 돌아서면 잊고 또 잊는 우리 로이다를 잘 감싸주고 잘 살아줬음 좋겠다.  가난한 나라 필리핀이 아닌, 잘 사는 그네들의 나라에서...   그녀가 언제 자기 남자친구를 데리고 결혼한다고 찾아올지 모르니 막걸리 한 주전자 받아놓고 기다려야 하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  아니, 혹시 또 모르는 일 아닌가?  그녀의 남자친구가 왜 우리 로이다를 그간 그렇게 괴롭혔느냐면서 어느날 찾아와 갑자기 항의라도 한다면 나는 어떻게야 하나?  이래서 ‘있을 때 잘해’라는 말이 나왔나?  
‘나 지금 떨고 있니?’


우리 집 그리고 그네들의 메이드 별곡

  25회에 걸친 우리집 메이드들에 대한 얘기를 마감하고자 한다.  이때껏 무슨 얘기가 그리 길었는지 실은 나도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그러나 피를 나눈 가족과의 삶도 부대끼지 않을 수 없는데 극명한 문화의 차이를 보이는 필리핀 사람들하고의 삶이 어찌 마냥 편안하고 순조로울 수만 있으랴.
  메이드별곡을 쓰다 보니 본의 아니게 우리 메이드에 대한 험담이 되어진 글도 있었던 것 같아 마음이 편치만은 않다. 그러나 일기장 쓰듯 메이드와의 생활을 이곳에 매주 적어 가면서 나는 그동안 간과했던 나의 크고 작은 과오
를 하나하나 들여다 볼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고 고백하고 싶다.  
  요즈음 나는, 지혜롭지 못하게 행동했던 나를 깊이 반성하고, 자유를 억압당한 채 고달픈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가엾은 메이드의 정신적 자유마저 옭아매는 악독한 주인이 되지 않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는 중이다.  그러다 보니 이 발끈 하는 성질, 이 고약한 성질을 어떻게 잘 요리를 하느냐가 커다란 숙제로 남아있다.

  다음 호부터는 내가 보고 혹은 들어왔던 다른 사람들의 메이드들에 대해 써보고자 한다.  혹시 우리 메이드 별곡을 이어 자신의 메이드에 관한 재밌는 이야기나,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들이 있으면 언제든 위클리홍콩으로 보내주기 바란다.  

                                                                                                                                       / 계속..  
                                                                                                                               <글 : 로사>



독자들의 요청으로 외국인 가정부의
법정 공휴일을 다음과 같이 게재 한다.

외국인 가정부 법정 공휴일

◎ 신정
◎ 구정(3일간)
◎ 청명절
◎ 5월1일 노동절
◎ 단오절
◎ 중추절 다음날
◎ 중양절
◎ 동지나 성탄절 (고용주 택)
◎ 7월1일 주권반환일
◎ 10월1일 중국 국경일

* 단, 가정부가 자국으로부터 홍콩으로 새로이
고용되어 온 경우, 3개월간의 일요일을 제외한
공휴일은 쉬지 못한다.


* 위클리홍콩님에 의해서 게시물 복사되었습니다 (2005-12-07 1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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