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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정연의 미술도시, 홍콩] [10] 영원을 사는 인물은 무슨 색일까요? 홍콩미술관의 베네치아 르네상스 전시
  • 위클리홍콩
  • 등록 2023-11-10 04:08:26
  • 수정 2023-11-24 15:4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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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itian and the Venetian Renaissance from the Uffizi》 전시 관람 및 체험 모습

그림 속 인물은 영원을 산다. 그리고 그것이 이탈리아 르네상스 거장의 회화 속 주인공이라면 더욱 그렇다. 홍콩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우피치 미술관의 티치아노와 베네치아 르네상스(Titian and the Venetian Renaissance from the Uffizi》 전시에서 북부 이탈리아 거장들이 그린 영원을 사는 인물들을 만날 수 있다[그림1]. 

 

 이탈리아 피렌체에 있는 우피치 미술관은 16세기 메디치의 피티궁(Palazzo Pitti)과 연결된 행정 사무실로 건축되었다. 그리고 프란체스코 1세(Francesco Ⅰdei Medici)가 3층 회랑(Galleia)에 메디치 가문의 예술품을 소장하게 함으로써 가장 화려하고 훌륭한 이탈리아 고전 미술 컬렉션이 현대까지 이르게 되었다. 르네상스는 이탈리아 피렌체에서 시작되었고, 이후 16세기에 교황의 후원으로 로마가 새로운 중심지가 되었다. 그러나 북부 동방 무역의 핵심 거점이었던 베네치아 역시 조반니 벨리니(Giovanni Bellini, 1431-1516), 지오르지오네(Giorgione, c1477-1510), 티치아노(Titian, c1488-1576)와 같은 거장들을 배출하며 르네상스 미술의 중심지로 부상했다. 

 

 베네치아 르네상스 회화는 자연스러운 빛의 사용과 풍요로운 색채를 특징으로 한다. 반짝이는 파란 바다로 둘러싸인 베네치아 사람들은 빛에 매우 민감하게 반응하였다. 예술가들의 색에 대한 높은 관심과 찬란한 색채감도 자연스러운 현상이었다. 또한, 베네치아는 당시 해상무역의 강국으로 극동과의 무역을 통해서만 얻을 수 있었던 말 그대로 바다 너머의 색인 ‘울트라마린(ultramarine)’과 같은 귀한 광물을 비롯하여 고품질의 안료용 원료들을 예술가들에게 폭넓게 제공했다. 따라서 베네치아 르네상스 예술가들은 뛰어난 품질을 가진 다양한 안료를 사용하여 주제를 초월하는 색상을 표현해냈다.


Titian, Flora, c1515-1520

 베네치아 거장들의 전시에서 가장 눈에 띄는 작품은 티치아노의 <플로라(Flora)>이다. 티치아노는 베네치아의 예술가 중에서도 색상과 톤에 대한 완벽한 이해를 보여주는 것으로 유명하다. 그는 따뜻하지만 깊고 반짝이는 갈색과 주황색의 조합으로 ‘티치아노 레드(Titian red)’라는 대명사를 만들어 내기도 했다. 그리고 플로라 속, 플로라 그 자체인 여인의 빛나는 머리카락은 티치아노의 그 어떠한 작품보다 ‘티치아노 레드’의 아름다움을 보여준다. 

 

 그녀는 한 손으로 꽃잎과 잎사귀들을 움켜쥐고 다른 한 손으로는 오른쪽 어깨 위로 살짝 흘러내리는 흰색 가운을 붙잡은 채 얼굴을 살짝 기울인 그리스의 봄의 여신으로 등장한다. 이 그림을 그릴 당시 20대에 불과했던 티치아노는 빛나는 분홍빛 뺨과 어깨, 가슴으로 이어지는 부드러운 피부표현, 그리고 그 피부에 맞닿아 있는 금빛의 붉은 머리카락으로 그림 속 여신을 무엇보다 돋보이게 만들었다. 그림 속 여인은 당대의 화가 야코포 팔마(Jacopo Palma the Elder, c1480-1528)의 딸인 비올란테(Violante)라는 이야기가 전해지기도 하지만 이에 관한 정확한 기록은 남아 있지 않다. 중요한 것은 티치아노가 본 것을 그렸든 아니든, 섬세한 붓 터치와 우아하고 생동감 넘치는 색상을 사용하여 자연스럽고 이상적인 아름다움을 창조했다는 사실이다.

 

 그녀의 회피하는 시선은 가까이할 수 없는 느낌을 전해주고 현실 너머로의 상상만을 불러일으킨다. 아름다운 색상으로 피어난 플로라 속 여인이 누구인지는 알 수 없지만, 그녀는 지상낙원 그리스의 봄의 여신으로 16세기 아름다움의 이상적인 기준이 되어 그림에서 영원을 사는 것처럼 느껴진다. 

 

 

PLACE Hong Kong Museum of Art, HKMoA, 홍콩미술관

 

1962년에 개관한 홍콩에서 가장 오래된 공공미술관이다. 1991년 침사추이의 빅토리아 하버가 보이는 현재의 건물로 이전 후 1992년 정식으로 개관하였다. 동서양이 만나는 홍콩의 독특한 문화유산을 보존하는 미술 컬렉션을 관리한다. 17,000점 이상의 미술관 컬렉션을 바탕으로 한 전시와 전 세계의 미술관과 연계한 고전에서부터 현대에 이르는 다양한 전시를 개최한다.



칼럼 소개 :  홍콩에서는 가장 큰 아트 페어 중 하나인 아트 바젤이 열리고, 세계적인 옥션 회사들이 일 년 내내 프리뷰와 전시를 개최하며, 대형 갤러리들은 동시대 작가들의 최근 작품을 쉴 틈 없이 선보인다. 그리고 홍콩에는 M+ 미술관과 홍콩고궁문화박물관 등이 위치한 시주룽문화지구, 시대에 상관없이 내실 있는 전시를 선보이는 HKMoA와 시각예술 복합문화공간인 K11Musea, PMQ, 타이콴 헤리티지, 전 세계의 유명 및 신진 작가들의 작품을 판매하는 중소형 갤러리들이 자리하고 있다. 이렇게 홍콩은 동서양의 고전미술과 현대미술이 살아 숨 쉬는 미술 도시이다. [미술도시, 홍콩] 칼럼은 미술교육자 원정연이 이러한 장소들을 방문하며 전하는 미술, 시각문화, 작가, 전시에 관한 이야기이다.


원정연

미술사/미술교육을 공부하고 미술을 통한 글쓰기를 강의했습니다. 현재는 홍콩에 거주하면서 온·오프라인으로 강의를 진행하고, 홍콩의 다채로운 시각문화를 공부하고 있습니다. 

- 서울대 고고미술사학과 미술사 석사 졸업, 서울대 사범대학 미술교육(이론) 박사 수료

- 강남대 교양교수부 강사, 서울대 사범대학 협동과정 책임연구원 및 창의예술교육과정 강사 등 역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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