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유학 생활 이야기를 하기 전에 싱가포르 이야기를 먼저 풀어보려고 한다.
2014년 온 가족이 아빠의 직장으로 인해 싱가포르로 이사를 했다.
싱가포르는 적도에 가까운 나라여서 365일 여름인 나라이기 때문에 어느 장소에서나 에어컨을 빵빵하게 켠다.
나는 미국 국제학교에 입학 하자마자 교내 농구부와 배구부를 신청했다. 운이 좋았던 나는 6년간 다른 국제학교와 매 년 셀 수 없을 만큼 많은 농구, 배구경기를 뛰며 재밌는 학교 생활을 지냈다.
내가 다녔던 국제학교는 그 해 졸업생들한테 매년 해주는 세리머니가 있다.
매해 12학년 (고3)인 선배들이 졸업식 전 마지막으로 학교에 나와서 수업을 듣는 날에 유치원생부터 11학년 (고2) 학생들과 학교에 연관된 모든 선생님들이 다같이 운동장에 모여 서로의 손을 잡고 머리위로 올려서 사람이 지나갈 수 있는 터널을 쭉 연결해서 만들어준다. 그러면 그 해 졸업생들은 모두의 박수와 환호소리를 들으며 그 터널을 통과하는게 우리 학교가 세워진 해부터 지금까지 전해 내려오는 소박하지만 특별한 세리머니이다.
드디어 2020년, 나는 내 친구들과 “2020” 이라는 특별한 해에 우리가 졸업한다고 들떠 있었지만, 우리는 고등학교 졸업식이 없었다. 이유는 바로 2020년 3월에 싱가포르를 강타한 ‘코로나’ 때문.
내가 다녔던 국제학교는 졸업식이 매년 5월이였고, 졸업식 하기 전에 매년 3월 초에 일주일 간 해외 다른 나라(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캄보디아, 인도)로 봉사활동을 다녀온다.
하지만 2020년 3월에는 봉사활동도 학교 안에서 끝내야 했고, 학교는 코로나 감염의 위험성을 인지하고 봄방학 기간을 연장했다. 그렇게 연장된 방학이 점점 길어지고 4월 중순이 됐을 때, 우리의 고등학교 대면졸업식은 완전히 취소가 되버렸다.
나는 이러다가 졸업가운도 아예 못 입어볼 수 있을 것 같다는 불안감이 생겨 교장선생님께 메일을 보냈다. 졸업생들이 각자 집에서라도 졸업가운을 입을 수 있도록 학교측이 각 학생의 집으로 졸업가운을 택배로 보내달라는 내용이었다.
다행히 학교측에서 내 제안을 긍정적으로 받아줬고 우리 학년은 각자 집에서 졸업가운을 입고 ‘온라인 졸업식’을 할 수 있었다. 코로나가 가져온 혼란은 우리에게 새로운 방식의 졸업식을 경험하게 해주었다.
난 홍콩에서 있을 대학교 생활을 기대하며 한편으로는 개운하고 뿌듯하게, 다른 한편으로는 아쉬운 마음으로 싱가포르 생활을 마쳤다. 그 해 여름은 한국으로 돌아와서 가족과 지인들을 만나며 시간을 보냈고, 8월에 난 홍콩으로 왔다.
비행기가 이륙하고 약 3시간 30분 후 홍콩에 도착했다. 코로나로 인해 모든 면세점들은 닫혀 있었고, 홍콩에 도착한 사람들은 한 방향으로 걸을 수 있게 바리케이드가 많이 세워져 있었다. 나는 건강신고서를 작성한 후, 코로나 검사를 받으러 갔다. 약 4-5시간 뒤, 검사결과지를 받고 격리기간 동안 머무는 호텔 이름을 말한 뒤 지정된 버스가 올 때까지 기다렸다.
호텔에서 격리기간이 끝나고, 난 학교에서 보내준 셔틀버스를 타고 학교 기숙사로 출발했다. 아무래도 코로나 시국이다 보니 많은 학생들이 홍콩에 들어오지 않았다. 기숙사에 도착 후, 나는 준비한 QR코드를 경비원에게 보여주고 학교 기숙사 방 키와 웰컴키트를 받았다.
홍콩 성시대에는 1인실, 2인실, 3인실로 총 3가지의 방이 있다. 각 층마다 common room 이라고 하는 주방시설이 있고, 화장실은 두 방들의 사이에 하나씩 있다. 그래서, 최대 4명이 화장실 하나를 같이 사용하는 셈이다. 룸메이트와 옆방 친구는 나와 인사를 한 후 내가 편하게 짐정리를 할 수 있도록 자기들은 저녁거리 장을 보고 오겠다며 같이 떡볶이를 만들어 먹자고 선뜻 제안해주었다.
친구들과 저녁을 맛있게 먹고 난 후, 그 날 밤 잠자리에 들 때 두려움과 걱정 보다는 해외로 수학여행 와서 신난 느낌이 더 컸다.
칼럼소개
싱가포르에서 중고등학교를 졸업한 후, 홍콩 성시대학교 (City University of Hong Kong) Digital Television and Broadcasting 전공 및 Applied Psychology 부전공을 하고 있는 서지원(Lisa) 학생의 유학 생활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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